▲ 1400m 경주는 단거리이지만 출발지점이 약간의 오르막인 탓에 선행을 잡으려면 어느 정도 힘 소모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선행과 추입작전이 모두 통할 수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원래 서울마주협회장배 경주는 지난해까지 혼1군을 대상으로 2000m 거리에서 부산경마장과의 교류 경주로 펼쳐졌으나 올해에는 조건이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국내산 단거리마 선발경주로 진행됐던 뚝섬배 대상경주가 올해에는 ‘암말 시리즈 경주’(Queen’ Tour)로 전환됨에 따라 서울마주협회장배가 예년의 뚝섬배 경주조건(4세 이상 국내산 1군마, 1400m 별정 경주)으로 치러지게 된 것이다.
2조 마방의 풀스텝, 5조 천운, 9조 사군육진과 마니피크, 20조 앤디스러너, 31조 골든로즈, 35조 수성티엑스, 36조 트리플세븐, 47조 첫인상, 52조 금아챔프 등 15두가 출주의사를 밝히고 이번 대상경주를 겨냥해 담금질에 들어갔는데, 벌써부터 각 마방과 마주들 사이에서는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다. 과천벌 최고의 중단거리 경주마는 과연 누가 될지 미리 전력을 점검해봤다.
출주 마필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경주마는 5조 마방의 5세 암말 천운(포트스톡턴 자마)이다. 모두 6번이나 1군 중장거리 대상경주에 출주해 3차례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큰 경주 경험이 풍부하고 객관적인 전력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마필이다.
선입력과 추입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 경주 전개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는 것이 천운의 강점. 최근 국1군 경주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큰 경주를 앞두고 호흡조절을 해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단거리 경주 출주는 국4군 시절인 지난해 3월 20일 1400m 경주에서 선입 전개 뒤 뒷심을 발휘하며 1위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이다.
9조 마방의 4세 수말 마니피크(메니피 자마) 역시 우승권 전력을 지닌 마필로 거론되고 있다. 선두력과 선입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순발력도 좋아 중단거리 경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이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기수의 제어에 순응하지 않고 내달리려고 하는 끄는 습성이 있어 장거리 경주에서는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은 점이 있었으나 1400m 경주로 치러지는 이번 대상 경주에서는 제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8일 치러진 국1군 1400m 경주(양호 주로)에서는 이동국 기수가 57㎏ 부중을 안고 9번 게이트에서 기승, 선입 전개를 펼쳐 2위마인 골든로즈(부중 53㎏)에 2와 1/2 마신 차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라스트 화롱타임이 12.8로 뒷걸음이 살아 있었고 주파기록도 1분 27.3초로 꽤 좋은 편이었다. 마니피크는 국4군 시절부터 모두 4번의 1400m 경주에 출주해 선입 전개로 3번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비록 공백 기간이 길어 경주 적응이 관건이기는 하나 52조 마방의 4세 수말 금아챔프(비카 자마)도 입상 가능 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10월 골절로 인해 수술을 받고 6개월 만에 경주에 출주하는데 워낙 잠재력과 경주능력이 양호했던 마필이라 복귀전이 될 이번 경주에 쏟아지는 관심도 적지 않다. 선입력과 뒷심을 고루 갖춘 자유마로 지난 3월 23일 치른 주행검사에서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탄력적인 걸음을 선보인 바 있다.
31조 마방의 골든로즈(버스터즈데이드림 자마)는 6세의 암말이기는 하나 선입 능력이 양호하고 1400m 경주에서 유독 강점을 보여온 터라 이번 대상경주에서도 입상 가능권 전력으로 분류할 만한 마필이다. 지금까지 모두 6차례의 1400m 경주를 치렀는데 선입 전개로 3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차지할 만큼 중단거리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가깝게는 지난 1월 14일 1400m 핸디캡 경주(건조 주로)에서 54㎏ 부중으로 조인권 기수가 말몰이에 나서 선입 전개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게이트(1번) 이점이 있긴 했으나 내추럴가이, 그랜드퍼스트 등 선두력이 뛰어난 마필들 속에서 2~3위권으로 선입 전개를 한 뒤 직선주로에서 끈끈한 뒷걸음을 보여주며 1분 27.1초의 양호한 주파기록을 작성했다. 이번 대상경주에서 적정한 부담중량을 안고 인코스 게이트를 배정받는다면 복병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2조 마방의 5세 수말인 풀스텝(디디미 자마)의 경우 센 말은 아니지만 선두력이 뛰어난 데다 선행으로 나설 때 뒷걸음이 좀 더 나오는 마필이라 중단거리 경주에서는 복병권에 이름을 올려놓을 만하다는 평가다. 9조 마방의 6세 수말인 사군육진(무자지프 자마)도 선입력과 추입력을 지닌 마필로 지난 연말과 올 초 두 번의 국1군 1400m 경주에서 중위권 선입 전개로 각각 2, 3위를 차지하는 등 강세를 보인 바 있어 또 하나의 복병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20조 마방의 앤디스러너(5세·더그룸이즈레드 자마)와 36조 마방의 트리플세븐(7세·더그룸이즈레드 자마)은 선두권이 지나친 경합으로 무너질 경우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마필들로 꼽힌다. 앤디스러너의 경우 최근 중반에 속도를 내면서 선두권에 가세하는 무빙 추입 전개로 양호한 성적을 거둔 바 있고, 트리플세븐은 노장마이긴 하나 5개월 만의 복귀전인 직전 2월 25일 1900m 경주에서 선입 전개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1400m경주는 단거리이긴 하지만, 출발지점이 약간의 오르막인 데다 첫 코너까지의 거리가 길기 때문에 선행마들이 선행을 잡기 위해서 어느 정도 힘 소모가 불가피한 만큼 선행과 추입작전이 모두 통할 수 있는 경주 거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주 당일의 주로와 전개 상황 등에 따라 의외의 경주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과연 국내산마 중단거리의 최고 왕좌에는 누가 오르게 될까.
이장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