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격 특허심판원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손 들어줘…실적 악화 속 업계 갈등 메가마트 “계열분리 계획은 없다”
#메가푸드마켓 상표 둘러싼 갈등, 왜?
상표를 둘러싼 두 회사의 갈등은 홈플러스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선보이면서 촉발됐다. 홈플러스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2월 인천에 메가푸드마켓 1호점을 열었다. 그러자 메가마트는 홈플러스에 상표 사용을 중지하라는 경고장을 보냈다. 메가마트는 경고장에서 홈플러스가 사용 중인 상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이 자사가 등록한 상표 ‘메가마켓(MEGAMARKET)’과 비슷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특허심판원에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상표 사용이 ‘메가마켓’ 상표의 권리범위를 침해하는지 판단해달라는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제기했다.
홈플러스 측은 “소비자들에게 식별력이 강한 ‘홈플러스’와 ‘메가푸드마켓’를 결합해 사용한 데다, 실제로 메가푸드마켓의 관념인 큰 규모의 식료품 상점에 사용했기 때문에 메가마켓 상표와 혼동될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메가마트는 “메가마켓은 메가마트가 33년간 할인점의 표장으로 사용해온 결과 메가마트의 출처표시로 인식될 정도로 식별력이 강화됐으며, 메가푸드마켓이 메가마켓으로 불리거나 인지될 수 있어 유사하다”고 반박했다. 메가마트는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메가마켓으로 표기한 블로그 게시물을 토대로, 실제로 소비자들이 상표를 혼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원은 홈플러스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9일 특허심판원 심판관들은 “소비자들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매우 큰 식품시장’이라고 인식하고 기억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매우 큰 식품시장’으로 여겨지지만 메가마켓은 ‘큰 시장’으로 인지되므로 두 상표는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하면 심결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2심인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아직 메가마트는 불복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갈등의 소지는 더 남아 있다. ‘메가푸드마켓’ 상표권을 누가 가져가느냐다. 지난해 4월 메가마트는 ‘메가푸드마켓’ 상표를 먼저 출원했다. 뒤이어 6월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상표를 출원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간편조리식품이나 전단 등에 메가푸드마켓 상표를 계속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표 출원 시점만 놓고 보면 메가마트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메가마트의 상표 등록이 거절당할 가능성도 있다.
공우상 공앤유 대표 변리사는 “지난해 2월 선보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이 메가마트가 상표를 출원한 지난해 4월까지 사용자에게 얼마나 알려졌느냐가 관건이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이 널리 알려졌다고 인정될 경우 메가마트가 출원한 메가푸드마켓 상표가 거절되고 홈플러스가 상표권을 가져가게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홈플러스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뿐 아니라 ‘메가푸드마켓’을 추가 출원할 수 있고, 홈플러스 측에서 오히려 메가마트를 상대로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메가푸드마켓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 변리사는 “메가마트가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이 개점하기 전인 2월 전에만 상표를 출원했어도 등록에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메가마트와 홈플러스는 상표 일반심사를 신청해둔 상태다. 최근엔 상표 일반심사 신청이 접수된 날로부터 평균 1년 5개월 후에 심사가 이뤄진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에 메가마트가 출원한 메가푸드마켓 상표에 대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심사 및 상표 등록 여부와 별개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이 사용자들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인정되면, 상표법에 따라 홈플러스가 계속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획득할 수도 있다.
상표권 분쟁과 관련해 메가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상표에 대한) 권리범위확인 심판 건은 이제 1심 심결이 나온 상황으로 내부적으로 권리를 확인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메가푸드마켓 상표 관련해서는 아직 상황이 진행 중이라 당사가 구체적인 입장을 공유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5년째 적자 지속 메가마트 계열분리할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유통업체와의 갈등이 안 그래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 중인 메가마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메가마트는 2017년부터 적자 행진 중이다. 별도 기준 메가마트의 영업손실은 2017년 21억 원, 2018년 79억 원, 2019년 122억 원, 2020년 121억 원, 2021년 148억 원으로 매년 손실폭이 커지고 있다.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2021년 메가마트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276%이다. 연결 기준으로는 440%에 달한다. 2021년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은 각각 2997억 원, 754억 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42% 정도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으면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고 평가 받는다. 같은 기간 메가마트의 유동비율은 69%다. 기업의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면 시장에서는 재무위기를 잘 넘길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가운데 메가마트가 계열분리에 나설 시점도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6월 고 신춘호 농심 명예회장의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1999년 메가마트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23년 만에 대표 자리에 복귀했다. 또 신 부회장은 지난해 8월과 9월 잇따라 농심 주식 1만 4200주가량을 처분했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의 농심 지분율은 지난해 6월 말 2.47%에서 9월 말 2.23%로 줄어들었다. 신 부회장의 메가마트 지분율은 56.14%로, 장남 신동원 농심 회장과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이사는 메가마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계열 분리에 큰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실적 회복이 우선이다. 메가마트는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호텔농심의 호텔 객실사업부를 지난해 5월 농심에 넘긴 데 이어, 오는 2월 17일에는 신주 발행 없는 호텔농심 흡수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호텔농심의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호텔농심은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5억 원과 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4억 원, 6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본업인 대형마트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데,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어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메가마트는 미국 메가마트 매장을 확대하고 국내 매장들의 효율화 작업에 나서는 동시에, PB(자체브랜드) 상품 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농심 관계자는 “메가마트 계열분리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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