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한 반면 ‘갑질 이슈’ 부상…올리브영 “상생 역할 좀더 중점적으로 봐줬으면”
#1등만 살아남았다
CJ올리브영의 실적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CJ올리브영의 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 1192억 원, 영업이익 137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8%나 늘어난 수치다.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지난해 화장품과 뷰티업계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CJ올리브영의 약진이 돋보였다.
헬스·뷰티(H&B) 시장은 CJ올리브영이 사실상 제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GS리테일은 2022년 9월 H&B 부문 랄라블라의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중단하고 11월 말까지 한때 191개에 달하던 오프라인 매장을 전부 정리했다. 롯데쇼핑이 2013년 론칭한 롭스도 2022년 4월 1일 온라인몰 서비스를 종료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폐점했다. 롭스 플러스로 브랜드를 개편해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현재 12개점을 운영 중이나 규모와 비중 모두 이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경쟁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CJ올리브영만 유독 약진한 까닭은 '선점 효과' 덕분으로 풀이된다. 올리브영은 1999년 최초로 해외 드럭스토어 형태를 벤치마킹해 서울 강남구에 1호점을 론칭했다. 이후 2022년 상반기까지 점포 개수를 1275개까지 늘렸다.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이미 락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인지도와 유명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결국 코로나로 파이가 줄어들면서 1등 기업만 남고 나머지 기업들이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 시기와 엔데믹 전환이 맞물리는 것도 CJ올리브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내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방침은 2022년 5월부터 완화됐고 9월 26일부터는 전면 해제됐다. 이 시기 올리브영의 색조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동시에 코로나 기간 온라인 자사몰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커지면서 체급이 올랐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로드숍 중에 가까운 매장에서 재고를 파악해 3시간 안에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서비스는 지역마다 매장이 있는 올리브영 정도나 가능하다”며 “코로나 기간 온라인 유통 채널들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발 빠르게 판로를 키웠던 올리브영이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강자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더불어 올리브영의 경우 화장품 유통채널 중 코로나 기간 중국 봉쇄로 인한 타격이 거의 없었다. 2014년에 설립한 상하이 법인의 손실이 계속되는 바람에 2018년부터 오프라인 매장 축소에 나선 행보가 전화위복이 됐다. 코로나가 시작된 2019년에 이미 매장 한 곳을 남기고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현재 기준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이 한 곳도 없다.
#올리브영 성장의 또 다른 이면
한편에서는 올리브영의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납품업체에 부당반품을 강요한 CJ올리브영의 ‘갑질 이슈’에 대해 고발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2022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았다. 2021년에도 편법 반품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됐다. CJ올리브영은 2019년에 이미 부당 반품과 판촉비 떠넘기기 등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 원을 부과받은 적 있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화장품 납품업체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소비자한테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할인점 3사 정도였는데 이커머스가 약진하고 판매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올리브영이 현재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며 “영업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얘기”라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확한 수수료율은 대외비지만 대략적으로 40~50% 정도는 떼어가는 걸로 알려져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겨운 시기를 보낸 데다 원료비 상승으로 압박감이 큰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크지만 교섭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주권회의 관계자는 “지금 거의 8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만큼 사실상 독점 기업이다.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에 기반한 갑질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 보다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저희는 가두점을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에 판로를 제공하고 상품기획과 마케팅까지 적극 협업해 중소브랜드들이 해외까지 이름을 알리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올리브영을 통해 성공한 중소브랜드들도 많은 만큼 시장에서 이들을 육성하고 상생하는 저희의 역할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의 도전은 미풍?
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원 브랜드’ 로드숍 입장에서는 태생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여러 제품을 테스트해 충분히 비교·평가한 후 고르는 걸 선호한다. 취급하는 품목이 제한적인 브랜드별 로드숍은 경쟁력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리브영의 판매 비중 절반 이상이 뷰티 제품이다. 화장품 업계의 매출이 정체된 기간 동안 올리브영이 약진하면서 나머지 로드숍들이 파이를 잃고 수축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통채널을 가진 이커머스 강자들이 H&B 업계에 신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SSG닷컴은 올해 쓱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패션, 뷰티 카테고리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마켓컬리 역시 지난해 7월 뷰티 카테고리를 전문화 해 ‘뷰티 컬리’ 플랫폼을 정식 출시했다. 지난해 9월 쿠팡 역시 ‘쿠팡 비건 뷰티’ 상표권 출원을 신청하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망을 확보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코로나로 축소된 H&B 시장의 볼륨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신규 진입하는 움직임들이 생기고 있다”며 “나름대로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마케팅을 잘한다면 수익을 내겠지만 이미 올리브영의 독주를 저지하기는 어려운 단계에 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원래도 뷰티 제품을 취급하던 상황이라 크게 새롭지는 않다. 좀 더 전문적으로 해보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지금보다 특별히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의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해 온·오프라인 채널 간의 연계를 잘 살린 덕분에 좋은 실적이 나왔다. 앞으로 옴니 채널 기조를 더욱 확대하고 H&B를 넘어서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사업전략을 전환해 업계 환경 변화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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