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연수익 수백억 급증하고 ‘돈 받던 계열사는 돈 내는 처지’…“수익,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사용” 입장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12월 26일 그룹명을 HD현대그룹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CI를 공개했다. 새로 도입되는 CI는 기존 피라미드 형태와 다른 모습이며 서체와 모양도 조금 바꾸었다.
HD현대는 CI 교체 후 계열사를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료 수취에 나섰는데 상표권료 수취 규모가 급증했다. HD현대는 CI 도입과 함께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5개 계열사에서 향후 3년간(2023~2025년) 거둬들일 상표권료 예상금액을 813억 140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공시했다. 총 거래금액이 50억 원 미만인 회사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HD현대가 수취하는 상표권료는 늘어날 수 있다.
HD현대의 올해 예상 상표권 수취 규모는 255억 원 3300만 원이다. 2020년 계열사를 대상으로 수취한 상표권료 규모가 42억 31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상표권 수수료를 약 6배 더 많이 거둬들였다.
기존 HD현대의 상표권 사용 권리는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를 비롯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6개 사가 나눠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HD현대가 새로 CI를 만들고 권리를 독점하면서 챙길 수 있는 상표권료가 급증했다.
기존에 상표권 권리를 가지고 있던 계열사들에는 좋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이들 회사 가운데 상장사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5개사가 상장사다. 이들 회사는 HD현대가 CI를 교체하는 통에 매년 받던 상표권료 수익이 사라졌다. 더욱이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는 상표권료를 받는 회사에서 주는 회사로 처지가 바뀌었다. HD현대는 올해 상표권료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를 대상으로 각각 50억 5000만 원, 133억 3100만 원을 수취할 계획이다.
HD현대의 행보가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 HD현대로 새로운 CI 권한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지분 26.60%다. 그의 아들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5.26%로 적잖은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기존 상표권 사용 권한을 가진 계열사 가운데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사장이 지분 1% 이상(2022년 5월 1일 기준)을 가진 회사는 없다.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장(변호사)은 “HD현대가 새로운 CI를 만들어 사용 권리를 독점하면서 이미 시장에서 충분한 식별력을 보유한 계열사들에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면, HD현대가 이들 계열사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HD현대의 오너 일가 지분 비중이 높은 만큼 오너 일가가 CI 사용료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사익편취를 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CI 사용료가 과다하다면 기존 CI 사용 권리가 있는 상장사의 주주들이 기존 CI 사용 포기를 원인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는 새로운 CI를 독점하면서 기존 상표권 사용 권리를 가진 계열사에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들 회사가 가지고 있던 권리를 사오는 것이 아닌데 어떤 보상이나 거래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D현대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CI 도입과 관련해 “과거의 심볼(CI)은 범현대 기업 다수가 사용하고 있어 HD현대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HD현대의 수익을 새 CI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 및 대외 이미지 제고에 사용해 계열사들의 사업기회 확대, 우수인재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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