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트너사 주주가 한국인이거나 리튬 무관 업체…“최대주주 바뀐 후 CB 발행했다면 세력 의심해야”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리튬 관련 사업 진출을 내세워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곳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리튬 관련 사업 추진을 내세운 회사들의 주가가 실제로 급등하고 있는데 A 사는 반년 사이 주가가 5배 이상 올랐고, B 사는 주가가 10배 넘게 급등했다.
#주한볼리비아대사관 "외국 기업과 계약한 적 없다"
장외주식시장(K-OTC) 상장사 인동첨단소재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022년 11월 인동첨단소재는 130조 원 가치를 가진 볼리비아 리튬 조광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인동첨단소재의 소식은 코스닥 및 코스피 상장사들의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관계사인 C 사, 인동첨단소재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알려진 D 사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D 사는 2022년 10월에만 해도 7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가 11월 28일 장중 한때 135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정작 볼리비아는 이를 부인했다. 볼리비아리튬공사와 주한볼리비아대사관은 “어떤 외국 기업과도 우유니 소금사막 내 리튬 채굴권 양도 계약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인동첨단소재는 “볼리비아리튬공사와 직접 계약한 것이 아니라,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지역의 리튬 광업권(900만 톤)을 보유한 미국 기업 그린에너지글로벌과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던 인동첨단소재 대표 유 아무개 씨가 자본시장법 위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으로 구속되면서 리튬 관련 사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실제로 인동첨단소재는 재무적으로도 매출 부진과 영업 손실이 상당하다. 최근 5년 동안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보였으며, 2022년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은 124억 원, 영업적자 117억 원을 기록한 상태였다.
인동첨단소재 측에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그린에너지글로벌이라는 회사의 실체도 불확실하다. 그린에너지글로벌의 최대주주와 주요주주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인이거나 한국계다. 미국 전자공시에 해당하는 에드가(EDGAR)에 따르면 지분 50%가량을 가지고 있는 최 아무개 씨는 성이 ‘최’이고 이름이 영문이다. 이외에 심 씨 성을 가진 3명이 주주로 등재돼 있는데 이들은 이름도 한글이다.
#미국 파트너 회사 내세운 호재 흘리기
최근 리튬 테마주에 탑승한 E 사 역시 유사한 형태다. E 사는 최근 회사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리튬 관련기술이 있는 F 사가 최대 주주가 됐다. 그 후 E 사는 1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250억 원 상당의 전환사채(CB) 발행 소식을 공시했다. 사측은 언론 등을 통해 “리튬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매출이 2019년 358억 원에서 2020년 304억 원, 2021년 251억 원으로 영업이익도 2019년 32억 원, 2020년 11억 원에서 2021년 11억 원 영업손실 발생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리튬 사업 진출 소식은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2000원대에 머물던 E 사의 주가는 2022년 12월 5일 7100원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F 사와의 공동 사업 기대감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있는 F 사 역시 우려가 적지 않다. 수산화리튬 추출에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F 사에 실제로 관련 기술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F 사는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함께 10일 이내에 염수에서 탄산리튬을 고속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한국지질연구원은 F 사와 공동 연구를 추진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진행된 수탁사업 역시 실제 양산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조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 사가 미국과 협업하기로 했다는 미국 회사 역시 리튬 관련 사업과는 무관하다. 비상장 식음료제조 기업으로 미국 유타의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에서 수확한 미네랄 등을 활용한 건강보조제를 판매하는 회사다.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보면 건강보조제 판매 등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리튬업계에서는 리튬사업이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한다. 매출 수백억 원 안팎의 회사들이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리튬업계 관계자는 “염호 리튬은 매장량과 품질, 또 이를 뽑아내는 기술이 관건인데 수백억 원이 있다고 해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MOU만 만드는 브로커 있을 정도”
자본시장업계에서는 ‘조만간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 관련 테마주에 탑승한 곳들 중 상당수가 실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 후 CB가 발행됐고, 갑자기 리튬 관련 사업에 진출한다고 하면서 보도자료를 뿌리는 곳들은 주가를 띄운 뒤 CB를 처분하기 위함으로 보면 된다”며 “이미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곳들은 대부분 뒤에 세력이 붙어있다”고 귀띔했다.
관련 투자를 제안 받은 적이 있는 사채업자 역시 “2022년부터 광풍이 불었던 리튬 테마주에 탑승해 주가조작을 하기 위해 남미나 동남아 등의 희토류 개발 사업 MOU에 다들 공을 들였다”며 “투자자들이 외국의 파트너 기업 정보 확인을 느슨하게 하는 점을 고려한 것인데 이를 위해 남미나 동남아를 돌아다니면서 MOU만 만드는 브로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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