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가능성 호재…시총 비중 30%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흐름 주목
연준은 2일(한국시간) 열린 공개시장조작회의(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인상폭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진정(Disinflation)을 인정하고, 남은 금리인상 횟수를 ‘두어 번(Couple)’이라고 언급했다. 이르면 3월, 늦어도 5월 긴축이 끝나는 셈이다. 시장은 이를 이미 예상하고 가격에 반영, 1월 나스닥의 상승률(10.685%)은 2001년(12.2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낙관적 기대가 오히려 자산가격을 끌어올려 물가 압력을 높일 것이란 연준 위원들의 논리는 힘을 잃게 됐다.
연준은 최근 인플레이션 진행 추이를 진단하는 데 슈퍼코어(Supercore) 인플레이션이란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와 주거비용을 제외한 각종 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한 물가지표다. 이 수치는 지난해 10월 5.7%를 고점을 찍고 11월 4.8%, 12월 4.1%로 뚝 떨어졌다.
미국채 1년물은 기준금리보다 선행적으로 움직인다. 이번 인상 국면에서도 6개월가량 앞선 2022년 9월부터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4.7%대에서 내려선 이후에는 현재 4.6%대다. 이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게 되면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2017~2018년 1.75%p 올랐던 미국 기준금리는 2019년 8월부터 인하되지만 증시는 2019년 1월부터 반등했다. 이해 나스닥은 35%, S&P500은 29% 급등했다. 2018년 17% 이상 하락했던 코스피도 2019년 7.7% 반등했다. 이번에도 비슷할 수 있다.
올해 코스피가 얼마나 오를지는 사실상 반도체에 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비록 두 회사가 지난 해 4분기에 극심한 부진을 보였지만 시장은 올해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바로 감산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사실상 감산’을 우회적으로 밝혔다고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 이건희 회장 때부터 업황이 부진할 때일수록 감산으로 이익률을 높이기보다는 오히려 증산으로 생산효율을 높여 경쟁자들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이루진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의 행보와 차이가 크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동시 감산은 반도체 가격을 높이는 요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설비투자가 전년과 유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올해 메모리 공급과 무관한 노광장비(EUV), 인프라 등 미래 투자로 책정돼 사실상 연내 반도체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모든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감산과 투자 축소를 병행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바닥을 확인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2월 2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5.6%, SK하이닉스 주가는 25% 이상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 10.8%를 크게 웃돈다.
올해 외국인이 증시 수급을 주도할 가능성이 큰 점도 긍정적이다. 올 들어 2월 2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7조 원, 코스닥 6000억 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양 시장에서 모두 순매도다.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추이는 코스피와 동행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미국이 긴축을 끝내면 달러가 힘을 잃고 원화 가치가 오르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다면 달러화로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 기회다. 심지어 지금은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태다. 달러를 국내에 들여와 원화로 바꾼 후 이를 바탕으로 차입까지 일으킨다면 환율과 금리 차익 모두를 누리게 된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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