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5월 8일 문영길 씨(34)는 세 살 된 딸 민경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단골 이발소로 향하길 30분쯤 안내양의 실수로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고 만다.
그러다 마침 눈앞에 보이는 이발소에 들어갔는데 그런 영길 씨 부녀를 수상한 눈빛으로 보는 이발소 종업원이 있었다. 급히 어딘갈 다녀오더니 의아한 듯 중얼거린다.
"거참 이상하네. 친구 딸이 거기도 있고, 여기도 있네."
영길 씨는 불길한 예감에 종업원에게 그 친구 딸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고 잠시 후 두 눈으로도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뽀얀 얼굴, 동그란 눈, 오밀조밀한 입술까지 멀리서 걸어오는 향미라는 아이는 딸 민경이와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사실 영길 씨 부부에겐 딸이 한 명 더 있었다. 민경이와 단 2분 차이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동생 민아. 그리고 확인 결과 이발소 종업원 친구의 딸 향미와 같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떨리는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은 양쪽 부모는 결국 민아와 향미가 신생아 때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부모들은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바꾸기로 했다. 마침내 태어난 지 2년 반 만에 친부모에게 돌아간 향미와 민아는 본래 이름을 찾고 한동안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영길 씨는 친부모에게 보냈던 '아픈 손가락' 향미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된다.
그날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뒤바뀐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엇갈린 운명은 어떤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아주 특별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꼬꼬무'가 전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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