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당헌 80조 해석, 장외투쟁 놓고 당내 입장차…이상민 탄핵안 무산도 묘한 뒷말
성남 FC 후원금 및 대장동 개발사업에 이어 쌍방울발 대북송금 의혹까지 터지자 민주당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대표는 1월 28일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 검찰답게 역시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검찰을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이를 옹호하는 견해가 우세했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없는 상황에서 제1야당 수장을 대놓고 망신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입이 열리면서 대북송금 의혹이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재명을 몰랐다”고 했던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 측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이 대표 방북을 대가로 북측 인사에게 300만 달러를 넘겼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 외에도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측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이 대표가 계속 김 전 회장을 몰랐다고 주장할 순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대표직을 물러난 뒤 개인적 차원에서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비명계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이 대표 재판은 계속될 것”이라며 “총선 앞두고 대표 리스크가 모든 총선 이슈를 삼켜버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은 대북 송금 의혹을 ‘소설’이라고 일축한 상태다.
민주당 내홍의 분수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월 중 국회에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면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국회법은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이를 처리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석은 299석 중 115석이다. 35명만 추가 찬성(여당 의원이 모두 찬성한다는 전제)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는 뜻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월 31일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자유 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원내지도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반란표가 나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여권에서도 민주당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월 3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는 것이 민주당 미래를 위해 사실 더 좋다”며 “(구속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최소한 35표 이상 찬성표가 (민주당에서도)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놓고 여론도 팽팽한 상황이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5%는 ‘체포 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47.0%는 ‘체포 동의안이 통과되면 안 된다’고 응답해 찬반이 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는 별개로 민주당에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당헌 80조’다. 당직자가 기소를 당했을 경우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 골자다. 다만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엔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예외로 할 수 있다. 비명계에선 이 당헌을 근거로 검찰이 기소하면 이 대표가 더 이상 직무를 맡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명계에선 검찰의 탄압이 명백한데 이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당 대표에겐 이 당헌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명계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2월 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이 개인의 사법적인 리스크를 당 전체 리스크로 위험으로 빠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했다. 이에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1월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무총장 지휘 하에 있는 당직자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했다.
친명계 강경파의 반격카드가 무산된 것을 두고도 묘한 뒷말이 나온다. 민주당 균열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은 2월 4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당론 채택을 논의했다. 강경파 주도로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비명계 의원들의 반대가 거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토론에서 “이 장관 탄핵안이 총선 직전에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냐.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했냐”는 주장 등이 나왔다고 한다.
장외투쟁 여부를 놓고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월 29일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장외투쟁 방침을 공개했다. 전체 의원실과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민주주의 파란 물결 동참해주십시오”라며 당내 인사와 지지층을 향해 참여를 독려했다. 명분은 ‘윤석열 정부 규탄대회’지만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항한 반격 카드로 읽힌다.
이에 비명계 의원으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2월 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장외 투쟁은) 국민 눈에 민주당이 똘똘 뭉쳐 방탄하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이 대표가 검찰 출석에 혼자 가겠다고 당부했는데 장외 투쟁엔 각 지역별 인원을 할당하고 체크하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5월 치러지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대표 궐위가 발생하면 차기 원내대표가 대행으로서 그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더라도 비명계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면 지도부 투톱 간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원내대표 선거는 친명과 비명 간 파워게임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원내대표 선거 후보군으론 친문계 전해철 의원과 정세균계 이원욱 안규백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명계에선 이 대표 최측근 정성호 조정식 의원 이름이 오르내린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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