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공적자금 투입 시 비판 여론 우려…LH “각 사업 필요성 국회 국토위 의원들 설득할 것”
LH의 부채는 202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났다. LH의 부채총액은 2019년 말 126조 6800억 원에서 2022년 6월 말 144조 5112억 원으로 18조 원가량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LH를 통해 3기 신도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의 정책을 펼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점은 부채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LH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254.20%에서 2022년 6월 말 219.20%로 하락했다. LH의 부채비율이 하락한 이유 중 하나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꼽힌다. 정부는 2020년과 2021년 출자금과 보조금을 통해 각각 3조 521억 원, 3조 8101억 원을 LH에 지원했다. 정부는 2022년에도 3조 9497억 원의 예산을 LH에 배정했다. LH는 3년 동안 10조 원 이상의 정부 지원을 받은 셈이다.
LH가 정부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것은 아니다. LH의 순이익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3조 3029억 원, 4조 1633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2022년 들어 실적 하락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LH의 2022년 상반기 순이익은 1조 1279억 원으로 2021년 상반기(2조 4050억 원)에 대비 반토막이 났다. LH의 매출 역시 2021년 상반기 12조 6092억 원에서 2022년 상반기 9조 538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줄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앞으로도 LH의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LH는 3기 신도시나 택지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부채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고 공기업 특성상 부동산 외에 다른 신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당분간 LH의 정부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수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LH는 2022년 6월 말 순차입금 규모 71조 6000억 원, 차입금 의존도 37.8%를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는 열위한 수준이고,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차입 및 사채 발행 시 정부의 원리금 상환 보증, 공공사업 손실보전, 정부 차입금 후순위 인정 등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을 감안할 때 정부의 지원 의지 및 수준은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당사자인 이정관 전 LH 사장 직무대행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느 정도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LH의 자본금을 늘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상태다. 법이 개정되면서 LH의 법정자본금 최대치가 40조 원에서 50조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LH는 당시 “법정자본금이 증액되지 않을 경우 정부 출자금 추가 납입이 제한된다”며 “자체 자금 투입 증가로 자금조달 부담 가중 및 이자부담 증가로 임대주택 사업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공공기관에 거액의 세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경우,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2021년 공공기관에 지원한 액수는 100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 지원을 많이 받은 공공기관은 2021년 기준으로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철도공단 △한국장학재단 △공무원연금공단 △LH 순이다.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중에서는 LH가 가장 많은 정부 지원을 받았다. 김상훈 의원은 “공공기관 본연의 설립목적을 회복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LH는 2021년 임직원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최근 LH의 주요 부서장을 청렴도 검증을 거쳐 선발하고, 감사실장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는 등 LH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개혁의 깊이와 폭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논의됐던 LH의 법인분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LH에 수조 원을 지원하면 다시 한 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LH에 대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LH가 최근 미분양 아파트를 고가에 매입한 것을 강도 높은 목소리로 비판했다. 원 장관은 지난 1월 30일 SNS를 통해 “LH가 악성 미분양 상태인 강북의 한 아파트를 평균 분양가 대비 12%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는데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이 가격에 샀을까”라며 “결국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기재부)의 태도도 중요하다. 기재부는 최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유휴자산 매각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재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LH 입장에서 경영 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육성훈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3기 신도시 사업의 추진과 도시재생사업, 분양형 공공주택 확대로 인해 LH의 사업비 지출이 확대될 예정”이라며 “이를 감안 시 차입부담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LH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수익성 강화를 위해 분양가 조정 등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분양가를 조정하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정부 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적으로 접근해 국회 국토위 의원들에게 각 사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는 구체적인 정부 지원액 변화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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