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실책 어느 당대표보다 감쌀 자신 있어…당선 어렵다고? 이준석도 3위부터 시작했다”
―전당대회 출사표를 냈다. 계기가 궁금하다.
“직접적인 계기는 유승민 전 의원 불출마다. 사실 유승민 나경원 둘 다 안 나오면 한 번 뛰어볼까 생각했다.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당내 지지층이 투표할 사람이 없다. 어렵사리 확보한 젊은 당원, 개혁 성향의 당원들이 무기력하게 흩어지고 있다. 위기에 빠진 팀을 루키가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답답하면 내가 뛴다는 심정이다.”
―지지율 4위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선전이라는 평가다.
“당이 지금 이상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에겐 찍을 사람이 저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지금 이상한 길을 걷고 있다.”
―이상한 길이 무엇인가.
“과거에 잘못한 걸 반복하고 있다. 권력에 빌붙어서 줄 세우고, 생각이 다르면 억압하고 배제시킨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다 잘나간다. 그러면 당이 망한다.”
―박근혜 정부 때의 ‘진박 감별’ 논란을 말하는 것인지.
“그렇다.”
―‘간신배 윤핵관’ 등의 표현을 썼다.
“이게(윤핵관) 원래 나쁜 단어가 아니다. 문제는 그분들이 대통령을 독점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 순간 대통령도 망가지고 당도 망가진다. 지금 그분들은 대통령팔이를 해서 사람들 줄 세우고 억압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평생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분들조차도 너무 심하다고 한다.”
―공개 비판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당연하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분들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저도 칭찬하면서 좋은 얘기하고 싶지 않겠나. 그래도 선거 때 할 얘기를 해야 한다. 개인적인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고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윤핵관이 당내 비주류와 조화롭게 공존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그분들과 손잡을 생각이 있다.”
―‘이준석 후광’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개혁을 바라는 당원이 많이 모인 것도 이준석 돌풍 영향이 크다. 실제로도 이준석 유승민을 지지하셨던 분들 상당수가 절 지지하고 있다. 이준석 영향이 없다고 하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다.”
―그럼에도 ‘이준석 정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준석 대표가 스트라이커라면 전 미드필더다. 덜 뾰족하다고 해야 하나. 좀 둥글둥글한 스타일이다. 개혁을 바라는 지지층과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사이에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메우려면 개혁적인 성향으로 당을 이끌고 가면서 정통 보수 지지층에게 지지를 받아야 한다. 또 그분들을 충분히 존중하는 당대표가 돼야 한다. 전 더 묵직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정통 지지층이 좀 더 지지할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여권에선 친이준석계 후보가 대표가 되면 대통령실과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대통령과 엄청나게 부딪힐 생각이 없다. 어느 정도 감싸고 넘어갈 수 있는 실책들이 있다면 어느 당대표보다 감쌀 자신이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은 내부적으로 해결하겠다. 꼭 필요할 때는 당대표 메시지를 내겠지만, 그렇게까지 세게 괴롭히는 메시지를 내진 않을 것이다. 국민 상식에 맞게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 그렇게 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 국정 동력은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온다.”
―현재 윤 정부 신뢰도는 어느 정도라 보나.
“지지율로 나타난다. 대통령실에서 너무 사소한 일에 힘을 쓰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의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를 두고 대통령실이 모두 달려들 문제가 아니었다. 국민들의 70% 이상은 여당이 전당대회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주자를 단순히 밀어주거나 배척하기 위해 정치적 자산을 많이 쓴다면 국민들이 보기에 한가해 보이지 않겠나. 나경원과 안철수가 받는 핍박과 억압은 여의도에서만 핫한 문제다. 우리끼리 잔치에 너무 매몰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실 경고에 ‘윤핵관’ 등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당대표 후보로서 너무 본인의 위치를 낮게 설정한 것 아닌가. 저자세로 격하시켰다. 당대표는 당의 리더다. 무슨 말을 할지는 자기가 결정해야 한다. 하지 말라고 해서 곧이곧대로 들으면 그게 팔로어지, 리더인가. 윤 대통령 해바라기 그만하고 새 정치를 내걸고 나왔던 과거 초심을 회복했으면 한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할 건 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 중도 사퇴설이 잠시 돌았다.
“모르겠다. 설마 안 후보가 사퇴하겠나. 중요한 선거 때마다 중도철수를 하는 거다. 일정이야 잠시 멈춰도 되지만 반드시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유권자들께서 안 후보가 회피하는 거라 생각한다. 당대표에 올라도 압박이 있고 대통령실과 충돌이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그럴 건가. 과감하게 결단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이 김기현 후보와 손잡았다.
“나 의원님 나라 잃은 표정이더라. 못 버텼던 거다. 이렇게 당 모두가 붙어서 압박을 하는데 이겨내겠나. (연대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게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 너무 올드하다. 나 의원이 합류한다고 해서 그 지지층이 다 따라오는 게 아니다. 명분을 가지고 설득력 가져야 한다. 명분 없이 마지못해 합류한 건 되레 역풍이 불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이른바 ‘집단린치’ 논란이 있었다.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수십 년 동안 주류이자 주역으로 활동했던 나 전 의원을 쳐내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선을 넘은 거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무슨 심부름꾼인가. 나 전 의원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것에 대통령은 화가 날 수도 있다. 다만 정치적으로 소화될 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면 참모들이 순화시켜야 한다. 직구를 던지더라도 변화구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은 불충이 아니다.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이 성공하도록 충언하는 게 맞다. 그런데 당까지 나서 초선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정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한 생각은.
“걱정스럽다. 안 후보 다음에는 내가 되는 건가. 신평 변호사의 ‘탈당’ 발언만 봐도 그렇다. 그런 건 제재해야 한다. 전당대회에 해가 되는 메시지를 그대로 두면 안 후보를 반윤 딱지로 낙인찍겠다는 거다. 물론 대통령께서 안 후보가 ‘윤심팔이’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싫을 순 있다. 하지만 정치인 입장에서는 본인과 호흡이 잘 통한다고 얘기하는 건 정치적 폭을 넓혀주는 거다. 대통령과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어장관리를 하는 게 좋지, 여기서 왜 맥을 끊느냐.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야당 통합까지는 몰라도 여당 통합은 이뤄야 한다. 이준석 나경원 안철수 천하람까지 다 쳐내고 나면 누구랑 정치할 건가. 폭넓게 가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힘 1호 당원’ 아닌가.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 당시 당무 개입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대통령의 말은 무게가 있어야 한다. 바뀐다고 하면 명확한 선언이 있어야 한다. 은근슬쩍 얘길 바꾸면 국민들이 신뢰하겠나. 차라리 이름은 거론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자질을 말하는 방식으로 정면승부하는 게 옳다. 참모들의 익명 인터뷰로 특정 주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건 사실상 낙선 운동이다. 굉장히 잘못된 행태다.”
―현실적으로 당대표 선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도 첫 여론조사에서 3위부터 시작했다. 전 당선이 목표다. 착각인진 모르겠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천하람을 위한 판이다. 당심 100%고, 개혁 성향 있는 분들은 절 다 찍을 수 있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과거로 돌아가거나 현상 유지 후보다. 구도상으로도 제가 이길 수밖에 없는 판이다. 체급은 다소 떨어져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피니시 라인 통과는 제일 빨리 할 수 있다.”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권교체를 해서 충분한 보람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다. 쓴 약이 몸에 좋다고 하지 않은가. 저도 피곤하게 쓴소리하고 싶지 않다. 이 당을 찍어준 당원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당을 위한 과정에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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