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계약 만료 블랙핑크 붙잡으려면 최대 1000억 계약금 필요…‘베이비’ 통해 연착륙 노려
그런데 왜 이 시점일까. 블랙핑크는 현재 150만 관객을 동원하는 월드투어를 진행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게다가 YG는 최근 보이그룹 아이콘이 전원 재계약 불발돼 회사를 떠나면서 보이그룹 부재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YG는 보이그룹이 아닌 걸그룹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베이비몬스터, 그들이 궁금하다!
YG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베이비몬스터에 속하는 7명 멤버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1월 12일 첫 멤버 하람을 시작으로 아현, 치키타, 아사, 로라, 파리타, 루카 등이 실력을 뽐내는 영상이 게재됐다. 각 멤버들의 나이는 13~16세로 평균 나이는 14.6세, 중학생 정도다. 이들이 표준계약서상 최대 기간인 7년 계약을 맺고 공식 데뷔해도, 계약 만료 시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아이돌 그룹의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점차 데뷔하는 가수들의 나이가 어려지는 추세다.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의 국적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인 3명(아현·하람·로라), 태국인 2명(파리타·치키타), 일본인 2명(루카·아사)으로 구성됐다. K팝 걸그룹답게 한국인 멤버가 가장 많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한다지만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 멤버를 더 많이 배치해 그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
태국인 멤버 영입은 블랙핑크의 주축 멤버인 리사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태국 출신인 리사는 고향인 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그의 인기는 블랙핑크의 타 멤버들을 압도한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약 8800만 명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을 통틀어 가장 많다. 한국 인구가 약 5000만 명임을 고려하면 그 인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리사가 블랙핑크를 통해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K팝 시장에 대한 태국의 호감도도 높다. 자연스럽게 YG를 두드리는 뛰어난 연습생이 많았고, YG 역시 리사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태국인 멤버를 영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인 멤버의 경우, 이미 걸그룹 트와이스, 아이즈원, 니쥬의 성공사례에서 알 수 있듯 효용가치가 높다. 일본 시장은 세계 2위 음반 판매량을 자랑한다. 게다가 팬덤의 충성도도 높다. 개개인의 사생활이 인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연예 활동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편이다. 시장 안정성이 높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인 멤버를 영입하는 것이 시장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계 멤버가 없는 것도 눈에 띈다. 이미 몇몇 유명 K팝 그룹에 몸담았던 중국인 멤버들이 독단적으로 팀을 이탈한 후 소송을 치른 사례가 있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상 그들의 행동이나 발언 하나하나가 도마에 오르기 쉽다. 대만과의 관계를 비롯해 국제정세 속에서 중국의 입지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K팝 그룹들이 중국계 멤버들을 꺼리는 요인이다.
#‘포스트 블랙핑크’ 가능할까
YG는 올해 중요한 기로에 섰다. 현재 YG가 가진 무기는 많지 않다. 빅뱅이 여전히 개점휴업인 상태에서 빅뱅의 몇몇 멤버들과 YG의 재계약이 불발됐다. YG가 지분을 갖고 있는 더블랙레이블로 자리를 옮겼다지만, YG와 직접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아이콘은 떠났고 위너의 위력도 예전 같지 않다. 각 멤버들이 예능 등 개별활동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경쟁사인 하이브, SM, JYP와 비교하면 보유하고 있는 그룹 수가 확연히 적다.
그럼에도 YG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블랙핑크가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들의 위상은 걸그룹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BTS(방탄소년단)와 함께 ‘천상계’로 분류된다. 입장권을 장당 12만 원으로 계산하면 150만 명을 동원하는 월드투어만으로 대략 180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여기에 앨범과 MD 판매, 유튜브 채널 수익, CF 수익 등을 고려하면 남부러울 것이 없다.
중요한 건 블랙핑크가 오는 8월 전속 계약이 만료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NH투자증권은 YG와 블랙핑크의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리포트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냉정히 판단할 때, 쉽지는 않다. YG가 천문학적인 계약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K팝 업계 관계자들은 “인당 수백억 원대 계약금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들의 매출과 위상을 고려할 때, 멤버 4명 총액 최소 500억 원에서 많게는 1000억 원에 이르는 계약금 정도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YG가 현실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인당 계약금은 50억 원에서 최대 1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상장사인 YG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YG가 블랙핑크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테디가 운영하는 더블랙레이블을 통해 자금을 수급해 블랙핑크를 잡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YG가 더블랙레이블의 지분 30%가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YG로서도 이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도 블랙핑크를 잡기 위해 YG는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착륙을 위해 베이비몬스터를 빨리 키우려 할 것”이라면서 “베이비몬스터는 양현석 프로듀서의 복귀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여는 YG의 첨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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