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OTT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 호응 관건…‘개콘 강점’ 정치·사회 풍자 개그에 기대 모아져
1월 말 ‘개콘’의 부활 가능성이 제기되자 업계 관계자, 특히 개그맨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2020년 6월 26일 1050회를 끝으로 21년 동안 지켜왔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왕좌에서 내려온 ‘개콘’이 3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개그맨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개그맨들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는데 그런 상징성을 가진 프로그램이 부활한다는 소식에 많은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콘’의 마지막은 그동안 쌓아 올린 명성에 비해 턱없이 초라했기에 개그맨들은 물론 방송가 관계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수많은 스타 개그맨들과 그들의 인기 코너, 유행어를 쏟아내며 사랑받아 왔지만 달라진 방송 환경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개콘’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조금씩 주류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패러디나 게스트의 빈번한 출연, 관객 유도형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에 대한 무례한 개그 등 ‘2000년대 개그’가 더는 먹히지 않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시청자들이 등을 돌린 탓이었다. 한때 주말 예능 최강자 자리에 있었던 ‘개그콘서트’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에서 후퇴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이후 방영 시간대를 바꾸고, 호평을 받았던 정치 풍자 코너를 다각화하면서 조금씩 시청률을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결국 잠정 휴식을 선택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KBS 공채 32기 출신 개그맨이 사옥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콘’은 마지막 가는 길마저 평탄하지 못했다. 후속작으로 경연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가 방송됐지만 출연 개그맨들에 대한 호평과 별개로 별다른 화제성을 잡지 못해 2022년 3월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부활 소식이 전해진 만큼 새롭게 재탄생할 ‘개콘’이 어떤 노선을 선택해 대중 앞에 설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무엇보다 폐지 직전까지 매너리즘에 빠진 출연진들의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비하 개그’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으니 이 지점의 개선 여부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콘’의 강점이자 타 코미디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꼽혀왔던 정치‧사회 풍자 개그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높다. 일부 풍자는 깊이가 얕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2000년대 중반~2010년대 중반까지 ‘개콘’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풍자 개그는 그 시국에 맞는 일침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정부를 향해 거침없이 할 말을 했다가 그 직후 결방되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던 만큼 프로그램과 함께 부활할 날카로운 풍자에 이전 같은 호응을 기대해 볼 만하다.
다만 이 같은 ‘시국 비판’을 제외한 개그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트렌드를 좇을 것인지 관심과 우려가 함께 쏠린다. ‘개콘’과 마찬가지로 신랄한 정치·사회 풍자 개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N ‘SNL 코리아’의 경우도 리부트 후 OTT 방송 플랫폼인 쿠팡플레이로 옮기면서 이전보다 더 ‘선을 넘는 개그’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예를 들어 성별 또는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 실제 피해자가 있는 사회 이슈를 풍자가 아닌 희화화만을 목적으로 개그 코너에 활용하는 식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인 만큼 타 프로그램보다 표현의 자유를 더욱 확장시켜야 풍부하고 활발한 콘텐츠를 채울 수 있다는 옹호 여론도 있었지만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국 동안 유튜브나 OTT 코미디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들에겐 그 정도 수위가 아니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면 공영방송이 가져야 하는 책임을 생각하는 대중들은 ‘개콘’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며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를 폐지 이유의 하나로 삼았던 만큼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높은 수위의 코미디와 타협할 것인지, ‘개콘’만의 새로운 포맷을 택할 것인지를 가장 오래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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