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IPO 추진 위해 애플페이와 경쟁 불가피…11번가 “각 간편결제 혜택 달라 시너지 날 수도”
#애플페이 도입 공식화, SK페이는 괜찮을까
이르면 오는 3월부터 미국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 결제 시스템 애플페이를 국내에서 사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3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허용을 공식화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소지가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신용카드사가 고객이나 가맹점에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면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또 신용카드사는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야기된 손해에는 책임을 지는 등 소비자 보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국내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애플페이를 지렛대 삼아 다른 카드사 고객을 뺏어오고자 한다. 다만 애플페이 도입으로 인한 비용 효율성을 따져보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단독 출시를 목표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방식의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가맹점들에 NFC 단말기 설치비를 전액 또는 일부 보조해주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금융위가 이를 리베이트 성격으로 보아 문제 삼았고, 현대카드는 결국 애플페이 관련 독점 권리를 포기했다. 현대카드는 2월 8일 애플페이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오프라인 간편 결제 시장은 삼성페이가 80% 이상을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애플페이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양강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점유율 확보에 나선 11번가의 SK페이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번가는 기존에 이용하던 ‘11페이’와 ‘T페이’를 결합해 2019년 SK페이를 출시했다. 최근 11번가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1번가는 SK텔레콤 T멤버십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SK페이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SK페이 앱을 다운받은 소비자만 SK페이 오프라인 간편 결제가 가능했다면, T멤버십 앱을 활용할 수 있는 SK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도 SK페이 이용률을 높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페이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는 바코드와 NFC 결제 방식이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뚜레쥬르, 빕스,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베스킨라빈스, 던킨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NFC 단말기가 설치돼 있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간편 결제 시장에 먼저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NFC 단말기가 설치돼 있는 곳은 전국 편의점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파리바게뜨, 롯데하이마트, 이케아 등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가 초기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맹점과 SK페이의 오프라인 서비스 가맹점이 겹친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기존 앱인 애플월렛에 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인데, 애플월렛에도 T멤버십 등 멤버십 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 수수료의 경우 SK페이는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가맹점별 계약에 따른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카드사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없다고 밝혔다. 애플페이는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부과한다.
#몸집 불리기 나선 11번가의 결말은?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SK페이 확대는 IPO(기업공개·상장)를 앞둔 11번가의 ‘몸집 불리기’와 그 궤를 같이 한다. 11번가는 올해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11번가를 ‘11번가 2.0’ 버전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마존 글로벌스토어 등 해외직구 시장 확대, 익일배송 서비스인 ‘슈팅배송’ 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멤버십, 검색, 추천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하형일 11번가 사장은 온라인 테크 콘퍼런스 ‘11번가 테크 토크 2022’에서 “11번가의 간편 결제 서비스 SK페이와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을 우선 추진하고, 멤버십·SK페이·마이데이터 사업 간 선순환을 구축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최근 공을 들이는 마이데이터 사업과도 SK페이는 연관성이 높다.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본인의 금융 상품 가입 내역과 자산 내역 등 신용정보를 파악해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10월 11번가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머니한잔’을 출시했다. 머니한잔을 다양한 소비,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핑 도우미’처럼 키운다는 계획이다.
유통물류 시장조사업체인 진짜유통연구소의 박성의 소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다르다.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통해서는 소비자의 동선과 반경, 물품을 구매하는 시간대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간편결제와 멤버십은 윈윈(Win-win)하는 구조다. 간편결제 이용을 늘려 멤버십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고, 반대로 멤버십 고객을 통해 간편 결제 활용률을 늘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11번가는 SK플래닛에서 분사해 출범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일로부터 5년 내 IPO를 조건에 포함했는데 그 기한이 오는 9월 말이다. 만약 기한 내에 상장하지 못하면 8%의 수익을 붙여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 당시 11번가는 2조 5000억 원 내외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11번가 영업손실은 2020년 98억 원, 2021년 694억 원, 지난해 3분기 1062억 원으로 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는 1조~2조 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에서는 애플페이 파급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이 여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ver the Top)를 구독하듯이, 이용자들이 필요에 따라 결제 서비스를 번갈아 사용하리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SK페이 오프라인 서비스를 확장했다.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서는 초기 단계라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 다만 각 페이의 혜택 등이 달라 오히려 시너지가 날 수도 있을 듯하다”며 “IPO는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며, 2019년에 이미 흑자로 전환한 경험이 있고 회사 차원에서 관리가 가능한 한도 내에서만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영업손실은) 크게 우려할 상황이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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