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당’ 언급한 신평 “김한길 역량 발휘 기대”…김한길의 통합위 뚜렷한 활동 없어 ‘신당 준비’ 갑론을박
신평 변호사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윤심’이 김 후보에게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했다.
신 변호사는 2월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 경우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정계 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탈당하면) 국민의힘은 안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연합당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는 “윤 대통령은 후보 또는 이전 시절부터 ‘국민의힘에 과연 계속 몸을 담아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눈길을 끄는 발언을 내놨다. ‘정계 개편 상황에서의 김한길 위원장 역할’에 대해 “김한길 전 대표가 (탈당 등 정계 개편에서) 역량을 발휘하실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한길 전 대표는 현재 대통령직속의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다.
신평 변호사 발언에 당내 ‘비윤’ 세력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친이준석계’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2월 5일 SNS를 통해 “정말 대통령이 (탈당할) 생각을 가지고 대선을 치렀다면 엄청난 스캔들”이라고 했다. 이어 신 변호사의 ‘김한길 위원장을 통한 정계 개편’ 발언에 대해서는 “이 분이 예고된 진실을 누설하는 건가, 아니면 망상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한길 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김한길 위원장은 2월 7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나는 국민통합위원장 직에만 충실할 뿐”이라며 “정계 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가진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개인적인 입장”을 전제로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신 변호사의 개인적 판단”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신 변호사 말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기현 후보 역시 신평 변호사를 후원회장직에서 해촉하지 않다가, 신 변호사가 ‘김 후보에 부담이 되면 안 되겠다’며 스스로 사퇴했다.
김한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는 후보 직속의 새시대준비위원회를 만들어 김한길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는데, 이를 두고 여야 모두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따로 있다” “김 위원장이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한길 위원장이 국민통합위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이러한 분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국민통합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주재한 첫 정례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첫 번째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의결했다. 국민통합위는 집행력을 가진 행정부처나 기관이 아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문위원회지만, 행정부의 핵심 장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이름을 올려 김한길 위원장 직제는 사실상 총리급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위와 김한길 위원장에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윤석열 정부 구성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행정부 주요 요직에 배치됐다.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입문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총선 전 검찰을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들 검사들이 더 있다는 말도 나온다”며 “그럼 공천 과정에서 기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창당 전문가’인 김한길 위원장을 내세워 국민통합위 주도로 신당 창당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과 신당 창당은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김한길 위원장과 국민통합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는 일고의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며 “김한길 위원장은 ‘창당 전문가’로 불릴 만큼 누구보다 창당·합당을 많이 해봤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이라는 한국의 정치구조상 신당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국민통합위의 기능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달기도 한다. 윤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보였던 대통령직속 위원회임에도 출범 6개월 동안 뚜렷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국민통합위는 2022년 7월 27일 열린 출범식 및 제1차 전체회의와 8월 9일 현판식 이후 대·중소기업 상생 특위,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 특위, 팬덤과 민주주의 특위 등 특위를 출범시키고 토론회 및 현장방문을 가졌다. 또한 전남·경북·충북·부산 등의 지역협의회를 갖췄다. 출범 후 6개월 동안 총 21건의 공식행사를 진행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특위에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새시대준비위부터 국민통합위까지 직속 위원회로 둘 만큼 관심이 많았다. 국민통합위는 장관들까지 당연직 위원으로 넣을 정도다. 그런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정치상황이 어떤가. 국민통합과는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김한길 위원장은 4선 의원에 당대표, 장관 등 안 해본 직책이 없을 정도로 정치경력이 많다. 그런데 자문기구의 수장으로서 왜 대통령에 국민통합을 위한 조언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위원회로서도 6개월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국민통합위가 분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통합위 정치·지역분과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던 김영우 전 의원이 안철수 당대표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자, 대통령실이 김 전 의원을 위원직에서 해촉한 게 대표적 사례다. 국민통합위는 “대통령직속 위원회 위원으로서 여당 당대표 경선에 특정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최근 수차례 방송에 출연, 국민통합위 위원 자격을 명시하며 ‘윤심’ 소재 관련 발언 등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판단했다”고 해촉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해촉 통보를 받기 전 “전당대회가 끝나는 날까지는 국민통합위 업무를 중지하고, 전대 이후 다시 복귀하는 것으로 김한길 위원장에 양해를 구했다”고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해촉 이후에는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 해촉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당 당대표 선거에 개입해 ‘윤심’ 후보의 라이벌 진영에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김영우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 위원이라는 걸 해촉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 알았느냐”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고 하지만, 자문기구인 만큼 역할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이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아 ‘윤심’과 관련된 발언을 내놓으니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위원직에서 해촉하며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민통합과 정반대의 행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민통합위 관계자는 “국민통합위는 거대 담론이 아닌 국민에 꼭 필요한 세부적인 내용을 찾아서 특위를 정했다. 지난해 대·중소기업 상생 특위,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 특위, 팬덤과 민주주의 특위를 만들었다.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 특위의 경우 6개 중점 정책제안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에게도 지난 5개월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도 가졌다”며 “여타 대통령 직속 위원회보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통합위는 위원장의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상태다. 김한길 위원장은 지난해 7월에서 9월까지는 657만 원, 10월부터 12월까지는 722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국민통합위 측은 “국민통합 정책 및 현안 관련 회의, 국민통합 관련 각계 의견수렴 및 소통, 위원회 운영 관련 업무 협의 등의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무추진비 세부 사용항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통합위 관계자는 “자문위원회 업무 성격을 반영해 사용 내용을 범주화한 후 관련 법에 따라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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