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용자 유인 기대와 막대한 도입 비용 우려 공존…현대카드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 없다”
현대카드와 제휴한 애플페이가 내달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페이는 삼성페이와 유사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약관 심사 완료 사실을 알리면서 애플페이 출시는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대카드의 숙원사업이 결실을 맺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내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설이 무성했지만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던 터라 금융위의 이번 심사 완료로 더욱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현대카드 본사에 사과를 비치해둬 직원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사과 사진을 올리면서 ‘Lovely Apple’이라고 해 흥을 돋우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폰이 필수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삼성페이 같은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없어 실물 카드를 들고 다니던 아이폰 이용자를 현대카드로 이끌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업계 추산 국내 아이폰 이용자는 1100만 명 수준이다.
우려도 있다.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서는 NFC 단말기가 필수다. 하지만 국내에는 NFC 단말기 보급률이 낮다. 현재 국내에는 신용카드 결제를 이용하는 280만 개 가맹점이 있는데 이 가운데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NFC 단말기는 3만 개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가맹점 가운데 1.07% 정도 보급률에 불과하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를 불편 없이 이용하려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 설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NFC단말기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모든 매장에 NFC 단말기를 보급하기는 부족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는 연매출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년마다 100억 원씩 총 400억 원 규모를 NFC 단말기 설치에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가 지원 마지막 해기 때문에 100억 원의 지원금이 남았는데, NFC 단말기 한 대 가격이 평균 19만~2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만 대의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나머지 200만 대가량의 NFC 단말기 설치 비용을 현대카드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그 비용을 단순 계산하면 3800억 원 수준이다. 현대카드의 2021년 영업이익이 4066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영업이익에 맞먹는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도입을 카드업계가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특히 막대한 NFC 단말기 도입을 현대카드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제휴 약관 심사 과정에서 배타적(독점적) 사용권을 포기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현재 상태로서는 애플페이 관련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다른 카드사들은 관망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수천억 원을 투입해 NFC 단말기 보급을 마치면, 다른 카드사가 무임승차할 수도 있다.
현대카드가 이미 애플페이 도입 약관 심사에 대한 유권해석을 마쳤기 때문에 다른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이 수월해진 측면도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위한 심사가 길어진 것은 이 같은 사례가 최초여서 전반적인 유권해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추후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서는 금감원에 승인 여부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단독 출시로 상당한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른 카드사는 (사업성이 확인될 때까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수수료를 떼어가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에서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율은 결제금액의 0.15% 수준이다. 현재 카드사가 거래 수수료로 떼어가는 수수료율 0.5%에 애플페이 결제 이용에 따른 수수료율 0.15%가 추가되는 것이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현대카드의 신규 가입자가 증가해 이익이 늘어나면 애플에 주는 수수료에 따라 이익이 감소하는 부분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가입자 증가가 미미한 상태에서 현대카드 기존 고객들의 애플페이 이용 비중만 높아지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결제 수수료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대비해 애플페이 관련 수수료를 가맹점에 떠넘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준 터라 현대카드가 독자행동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지나치게 서두른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그 배경에는 정태영 부회장이 있다. 카드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와 달리 오너가 직접 대표로서 경영을 하고 있는 회사”라며 “이는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현대카드의 최근 수익성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카드 이용 실적은 79조 2947억 원으로 KB국민카드를 제치고 업계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21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이는 매출 기준 상위 8개사 평균 순이익이 2.4%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분기 4위 자리를 롯데카드에 빼앗긴 바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며 “현재 기사화된 내용들 중 현대카드를 통해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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