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자금 담당 매제와 지주사 역할 투자사 대표 검거…“돈 흐름과 김성태 동선 알면 ‘여죄’ 숨길 수 없어”
검찰 수사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 씨를 검거할 때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폰 여러 대도 확보했다고 한다. 실질적인 자금 흐름을 전담했던 금고지기 김 씨와 수행비서 박 씨의 신병 확보로 김성태 전 회장을 둘러싼 돈의 흐름과 동선의 흐름을 모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귀국 않겠다” 다투던 김 씨 송환 임박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이었던 김 씨는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입국할 예정이다. 금고지기인 김 씨는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김성태 회장과 비슷한 시기인 2022년 5월 말 태국으로 출국했다. 하지만 도피 7개월 만인 12월 초 태국 파타야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송환을 거부하고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2월 7일 파타야 지방법원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벌금 4000밧(15만 원)을 선고받은 뒤 김 씨는 항소를 포기하고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다. 2023년 초 국내로 송환된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귀국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씨는 김 전 회장의 ‘가족 중심 경영’의 한 축으로 대표된다. 김 전 회장은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사촌) 등 친인척을 주요 보직에 앉혔는데, 김 씨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는 ‘자금 담당’을 맡았다. 특히 쌍방울그룹이 계열사 CB(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해 사용하거나, 계열사 매각 및 인수과정에서 ‘자금 흐름’을 총괄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여동생과 결혼했던 김 씨는 수년 전 이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후에 잠시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가 예정되자 해외로 나와 있을 것을 지시했고, 이를 군말 없이 따랐다고 한다.
김 전 회장과 김 씨를 모두 잘 아는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김성태 전 회장이 큰 틀에서 결정을 하고 전반적인 자금 흐름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다면, 그 결정을 실제로 집행하고 돈의 흐름을 상세하게 관리한 이는 김 씨”라며 “급하고 욱하는 부분이 있는 김성태 전 회장 성격 때문에 김 씨가 힘들어했고 이 때문에 회사를 잠시 떠난 적도 있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해외로 나가라는 지시에 따라 나올 만큼 착하고 성실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를 잘 아는 사채업계 관계자 역시 “쌍방울그룹에서 발행된 CB 등 증권의 흐름, 또 여기서 비롯된 자금의 흐름은 김 씨가 챙기는 구조였다”며 “김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태국으로 내보냈다는 것은 그만큼 김성태 전 회장의 핵심 정보를 잘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성태도 "상세한 자금 흐름 담당한 인물" 진술
실제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에 활용한 페이퍼컴퍼니(SPC·특수목적법인) 2곳의 자금 흐름 및 조달 과정을 김 씨가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 역시 검찰 수사 때 “나는 큰 틀의 지시만 했고, 회사의 상세한 자금 흐름은 김 씨가 담당했던 내용이라 김 씨만이 알고 있을 내용”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2월 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김성태 전 회장 공소장에는 배임·횡령 혐의 규모를 구속영장에 적시된 4500억 원보다 훨씬 적은 635억 원만 적시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회장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는 게 충분치 않았던 탓이다. 김 씨 검거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특히 김성태 전 회장이 ‘자금 관련 결정’을 전달하면서 그 이유나 배경을 설명했던 부분을 김 씨가 설명할 수 있다면, 검찰에게는 혐의 입증에 있어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돈에는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지만, 이를 지시한 내용을 함께 제시할 수 있다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변호사는 “김 씨가 송환되면 김성태 전 회장에게는 불리한 내용들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귀국하기로 했다는 것은 김성태 전 회장 일당이 ‘수사 협조’를 염두에 둔 선택일 수 있다”며 “김 전 회장이 ‘지시했다’고 진술하고, 김 씨가 ‘지시를 받아 이행했다’고 자백하며 자금흐름을 보여주면 법정에서 유죄를 받을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수행비서까지 검거 ‘동선 및 연락내용’ 확보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이자 운전기사 역할을 했던 박 아무개 씨 역시 검찰에 신병이 넘어왔다. 박 씨는 1월 10일 태국에서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회장이 체포되자 캄보디아로 도피했는데 결국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박 씨는 체포 당시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폰 여러 대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언론에 ‘수행비서’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여러 업무에 관여한 핵심 인물이라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소유한 투자사 착한이인베스트의 명목상 대표를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 원 규모 CB를 전량 사들인 곳이기도 하다. 2010년 김 전 회장이 SPC 레드티그리스를 이용해 쌍방울을 인수할 당시 법인 대표를 맡아 지분 40%를 위탁받을 정도로 김 전 회장이 믿는 인물로 알려졌다.
앞선 자본시장 관계자는 “김성태 전 회장은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하며 주변에 자신을 ‘김착한’이라고 부르게 했는데, 그래서 만들어진 회사 이름이 ‘착한이’인베스트”라며 “김 전 회장이 실제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계열사들의 지분을 가지게 하는 지주사 역할을 했던 중요한 회사 가운데 하나인데 그런 곳의 대표를 단순 수행비서를 시켰겠느냐”고 반문했다. 수행비서가 아닌, 핵심 최측근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앞선 변호사는 “휴대폰에 남아있는 통화나 문자 및 카카오톡 대화 내용, 또 동선 및 향후 대응에 대해 서로 주고받았던 대화 내용 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김성태 전 회장 일당의 진짜 의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의 동선과 자금 흐름까지 맞춰서 정리할 수 있다면 법원에서도 조금은 더 유죄로 볼 수 있는 디테일이 만들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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