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모든 것이 척박해지는 계절 겨울.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동장군에 산골 사람들은 어떤 겨울나기를 하고 있을지 찾아가본다.
무엇이든 자급자족해야 하는 겨울 산골살이엔 부지런함이 곧 생명이다. 이맘때 가장 바쁘다는 덕장 속 노랗게 익어가는 황태들부터 봄이 오기 전 동면에서 깨워야 하는 겨울 양봉까지 겨우내 산은 다른 계절 못지않게 여전히 바쁘다.
올겨울 혹독한 추위를 지혜롭게 이겨나가는 산골 사람들의 지혜롭고 야무진 밥상을 만나본다.
진부령과 미시령 고개 사이 모든 것이 하얀 겨울 왕국 속 황금빛이 일렁이는 인제 황태 덕장으로 향한다. 전국 황태 생산량의 80%가 출하된다는 용대리. 선선한 바람과 맑은 공기 거기에 큰 일교차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수많은 황태 덕장들이 자리 잡게 되었다.
겨우내 명태에서 누런 황태가 되기 위해 영하 10도의 기온 속 20번 이상 얼고 녹기를 반복해야 하는 고된 과정을 함께하는 용대리 사람들. 창옥 씨 역시 17살 때부터 40년 넘게 덕장 일을 하면서 황태 마르는 모습만 봐도 올해 농사의 풍흉을 알 정도로 잔뼈가 굵었다.
강한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황태 입속에 들어간 눈을 일일이 털어내고 바람에 떨어진 낙태들을 주워야 하는 고된 일들이 기다린다. 33번의 손을 거쳐야 완성된다는 덕장 일이지만 황량한 산골 마을 사람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준 은혜로운 황태가 풍요로운 밥상을 만든다.
손발이 꽁꽁어는 덕장 일로 고생하는 가족을 위해 아내 명숙 씬 솜씨를 발휘한다. 용대리 황태는 스펀지처럼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이다.여기에 사과, 파인애플, 양파, 무를 갈아 만든 양념을 발라 요리하면 산사람들에겐 육 고기보다 더 인기 만점인 황태구이와 조림이 완성된다.
잔칫날이나 손님이 오면 빠질 수 없다는 강원도 토박이들의 소울푸드인 황태 만둣국. 가까이 산이 있어 언제든 얻을 수 있는 버섯과 약초까지 더해지면 겨울 산사람들의 영양 음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 황태 덕분에 겨울에도 몸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용대리 가족들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충북 괴산 꿀 떨어지는 산골 부부의 밥상, 전북 임실의 치유를 위한 겨울 산 자연인의 산골 밥상, 강원도 원주의 산속에서 삶을 굽는 도예가 부부의 밥상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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