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측근들, 이남석 등 ‘윤석열 라인’ 검사 출신 사외이사들과 수사 초기 대응…‘친윤 로펌’ 율우는 법률 자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2022년 6월 1일 전후로 쌍방울그룹 내부는 분주했다. 2022년 5월 24일 검찰 수사관 출신인 쌍방울그룹 윤리경영실 감사 지 아무개 씨는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 수사관 이 아무개 씨를 통해 쌍방울그룹 수사와 관련한 압수수색 검증영장 내용을 전달받았다.
일주일 후인 2022년 5월 31일 김 전 회장은 해외로 출국했다. 당시 상황은 급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과 함께 출국했던 방 아무개 부회장은 다른 임원에게 "가족한테 연락도 못 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그룹 비서실 직원은 다른 직원에게 "새벽에 연락이 와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취소했다 반복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내에 남은 김 전 회장 측근들은 변호인단 구성에 주력했다. 김 전 회장 동생인 김 씨를 비롯해 김 전 회장의 오랜 측근인 쌍방울그룹 이사 박 아무개 씨와 계열사 광림 부사장 이 아무개 씨는 검찰 수사관 출신인 감사 지 씨, 또 다른 검찰 수사관 출신인 당시 법무팀장 이 아무개 씨,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이남석 변호사 등과 함께 변호인단 구성을 위한 회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 회의 자료엔 수원지검에서 유출된 압수수색 검증영장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 수사 대응 회의는 2022년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이남석 변호사 사무실에서 주로 이뤄졌다. 회의에는 쌍방울그룹의 또 다른 사외이사들도 참여했다. 당시 쌍방울그룹 계열사 아이오케이 사외이사였던 이건령 변호사, 2023년 2월 현재도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 사외이사인 오현철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였다. 사외이사는 아니었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해 2022년 5월 사직한 조재연 전 부산고검장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일요신문에 "이남석, 이건령, 오현철 변호사가 사외이사로서 자문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사건을 어떻게 분담할지 등을 이야기했던 회의였다"고 말했다.
이남석 변호사는 '윤석열 후배'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윤우진 수사 무마 의혹'으로 매스컴을 탔다. 해당 의혹은 2012년 경찰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뇌물 혐의로 수사할 때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이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차례 반려했고, 윤 전 서장에게 후배인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내용이다.
이건령 변호사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장이었던 2020년 1월 2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윤석열 라인 검사들을 좌천시켰다는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2020년 1월 23일 인사를 통해 이건령 검사를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으로 발령 냈다. 이후 그는 2020년 8월 검사 옷을 벗고 법무법인 율우로 자리를 옮겼다. 2022년 7월엔 조재연 전 부산고검장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조재연 전 부산고검장은 대구지검장이었던 2020년 1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를 비판하는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조재연 변호사와 이건령 변호사는 검사 시절인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팀에 몸담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쌍방울그룹 전 법무팀장 이 씨는 1월 19일 법정 증언을 통해 "(2022년) 7월 중순까지 변호인단 구성 회의를 했다"며 "당시 가장 급한 게 변호인단 구성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씨는 "(2022년) 7월 중순경 법무법인 율우가 선임됐다. 그전에는 각개전투 비슷하게 하다가 정식으로 쌍방울 사건을 맡았던 곳이 율우였다. (율우에) 전체적인 사건 자문을 맡겼다"고 증언했다.
법무법인 율우는 대표변호사 등 여러 구성원이 윤 대통령과 관계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준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은 2022년 6월 기획조정실장 발탁 전까지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로 일했다. 검사 시절 대검 형사부장 등을 지낸 조 전 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린다. 조 전 실장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변호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율우 이상호 대표변호사와 김종필 변호사 역시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평을 받는다.
오현철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1월 30일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전 회장의 동생 김 씨 변호를 맡고 있다. 오 변호사는 현재도 광림 사외이사다. 김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쌍방울그룹 임직원 중 김 전 회장의 다른 측근들은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노승권 변호사 등 10여 명이 변론을 맡고 있다. 노 변호사 역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주식회사 쌍방울 구매팀 본부장 조 아무개 씨 변론은 주식회사 쌍방울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맹주천 변호사가 맡고 있다. 조 씨는 김 전 회장과 친척 관계로 알려졌다. 맹 변호사는 2014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광림 사외이사를 지냈다. 2020년 3월엔 쌍방울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맹 변호사는 과거 김 전 회장 변론을 맡은 적이 있다. 김 전 회장이 2014년 주가조작 혐의, 2015년 불법 대부업 혐의로 기소됐을 때다(관련기사 [단독]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변호인, 8년째 계열사 사외이사 재직중).
현재 김 전 회장 변호를 맡고 있는 유재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역시 과거에도 김 전 회장 변론을 맡은 적이 있다. 김 전 회장이 2015년 6월 불법 대부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법무법인 광장 소속 유재만 변호사와 송찬엽 변호사는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두 달 뒤인 2015년 8월 사임서를 제출했다. 송찬엽 변호사는 쌍방울그룹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사외이사를 2017년 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지냈다.
2022년 6~7월 이뤄진 쌍방울그룹의 변호인단 구성 회의와 관련해 오현철 변호사는 법무법인 율우 관계자를 통해 "사건이 진행 중이라 관련해서 답변이 어렵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일요신문은 조재연 변호사와 이건령 변호사가 함께 근무하는 사무실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2월 10일까지 답신은 오지 않았다. 이남석 변호사도 묵묵부답이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수사를 받고 있는 임직원이 많아서 과거 내역은 파악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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