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추가 매입도 여의치가 않네
카카오는 그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SM 인수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번 SM 증자 및 전환사채 인수 참여 주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카카오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결국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본다.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게 계약상의 지위 및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양도할 수 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조 1540억 원을 투자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투자액 중 절반인 5770억 원을 타법인 인수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이번 SM 투자에 사용한 금액은 2171억 원이다. 카카오의 SM 투자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맡더라도 3000억 원 이상의 여유 자금이 남는 셈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통해 SM 주식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의 현재 SM 지분율로는 SM 경영권 확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최근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SM 지분 14.8%를 인수하면서 SM 최대주주가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5770억 원을 SM 인수에 사용하면 현재 주가로 단순 계산할 시 약 20%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문제는 20%대 지분율로도 하이브와의 주주총회 표대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이미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지분 14.8% 인수에 이어 소액주주의 지분도 공개 매수할 계획이다. 하이브는 SM 지분율을 최대 40%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하이브가 카카오보다 소액주주 지분 매입에 유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달리 하이브는 소액주주들의 시장 참여를 위해 공정한 절차를 통한 지분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 SM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하는 방향으로 딜을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SM 유증 참여 목적과 관련해 전략적 제휴에 방점을 찍었다. 공개 매수 등을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경영권 확보 경쟁을 공식화하는 셈이다. 이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 측이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섣불리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경우, 하이브가 제시한 1주당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부담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를 동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하이브와의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배할 경우다.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확보하면 카카오는 SM과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카카오가 SM의 경영권 확보에 성공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카카오가 사업자로 참여한 복합문화시설 ‘서울 아레나’와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멜론’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가 SM 지분을 추가 매입해 하이브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인 셈이다.
#2대주주로 머물기 혹은 포기?
카카오가 SM에 대한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 2대주주로서의 역할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M과 일부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과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적다. 하이브와 SM 입장에서도 카카오의 IT(정보통신) 기술이나 IP(지적재산권) 인프라를 결합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소극적일 경우 최소한의 비용으로 양사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카카오가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경쟁으로 인한 추가적인 인수 비용 발생 가능성 등의 불확실성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카오가 SM과 최소한의 전략적 제휴만 하더라도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방시혁 의장은 카카오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방 의장이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 손을 잡은 만큼 카카오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이브가 SM 최대주주가 되면 카카오는 2대주주로서 SM과의 사업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가 아예 SM을 포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카카오의 SM 유상증자 예정일은 오는 3월 6일이다. 다르게 말하면 그 전까지는 위약금을 납부하고 SM의 신주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카카오는 포기설을 부정하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오히려 카카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의 SM 경영권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빠져나갈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법원의 결정으로 이뤄진 만큼 위약금 문제 관련해서도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훈 연구원은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대 기회는 놓치게 되지만 카카오에 발생되는 직접적인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SM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체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SM을 인수할 정도의 자금이면 소규모 엔터테인먼트 업체 여러 곳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예계에서는 한때 카카오의 큐브엔터테인먼트 인수설이 불거졌다. 큐브엔터테인먼트의 규모는 SM만 못하지만 적지 않은 유명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카카오는 추후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SM 지분 추가 매입과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집은 어디인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컬쳐테크놀로지그룹아시아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이 전 프로듀서의 주소지는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XX다. 이곳은 SM이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본사로 사용했던 곳이며 현재는 ‘SM셀러브리티센터’라는 이름의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다. 일요신문이 지난 13일 방문해보니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하고 있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압구정로 4XX는 4층 규모, 8개 호실로 구성된 연립주택으로 분류돼 있다. 8개 호실은 모두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소유다. 즉, SM이 이 전 프로듀서 소유 연립주택에 입주해 사무실 및 전시장으로 사용한 것이다. SM은 이 전 프로듀서에게 지불하는 임대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SM이 지난해 1~3분기 주주 및 임원에게 기타비용으로 5134만 원을 지급했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2000년부터 압구정로 4XX에 주소지를 뒀다. 해당 건물이 2004년부터 SM 사옥으로 사용된 것을 감안하면 그가 실거주했을 가능성은 낮다. 이 전 프로듀서는 그간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한 아파트에서 실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프로듀서는 지난해 해당 아파트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는 최근까지 미국에서 체류했다. 실제 주소지가 변경됐는데 이를 법인등기부에 반영하지 않으면 상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상법에 따르면 법인은 변경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법인등기부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일요신문은 SM에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SM셀러브리티센터 거주 여부와 현재 사용 용도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