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경찰 수사 사실관계 마무리…법리적 판단 남겨둬
- 시민들, 공무원들 피해 최소화 되길 바라는 의견도 커
[일요신문]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되는 김천시 공무원들의 무더기 재판을 앞두고 지역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 지역 공무원 수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첫 재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시민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지역 공무원들에 대한 재판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천시 공무원 9명에 대한 첫 재판이 다음달 3일 열린다.
― 김천 지방선거 사상 '초유의 사건'
경북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4월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김천시 면사무소 등 2곳을 압수수색해 명절 선물 구매·전달 경위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전·현직 공무원 9명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전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대상 공무원은 서기관 1명(4급), 사무관 5명(5급), 6급 2명, 퇴직 공무원 1명 등이다.
공무원들은 수사 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명절 때 읍·면 동장들이 지역 유지들에게 선물을 돌려왔다"며, "6·1 지방선거에 개입할 의사는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 '관행이냐, 공직선거법 위반이냐…' 재판 최대쟁점
시민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고 있다. 한쪽에서는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측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무원들의 피해가 최소화 되길 바라는 의견도 커 보인다.
검찰의 공소장과 피고인들의 수사과정의 진술서가 공개되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알려진 바로는 읍·면·동에서 추석과 설명절 2회에 걸쳐 지역의 유지들에게 정종을 돌렸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금 더 비싼 선물을 지역민들에게 줬다는 여론도 없지 않으나, 아직 확실히 드러난 것은 없다. 기소된 공무원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민선 지자체장이 들어서면서 이 정도의 선물은 관행적으로 명절에 건넸고, 선거운동이 아닌 행정을 도와 준 주민들에 대한 자그마한 감사의 표시라는 주장이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여론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지금까지 문제 없이 해오던 것…법적인 문제로 비화 됐다(?)
"그동안 민·관 협력과 명절의 미풍양속이라고 여겨지던 간단한 선물마저도 사라졌죠." 이처럼 명절 대목 특수를 노리는 영세상인들의 볼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구 14만이 안 되는 도시에서 공무원들이 구매하던 명절 특수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영세 상인들부터 타격을 맞을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견이 있다. 공무원들의 행위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인지 아니면 관행의 테두리로 이해될 수 있을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있다. 시간이 걸려 결과는 나오겠지만 재판 기간 동안 지역사회와 공직사회가 치루어야 할 기회비용은 상당히 광범위하고 크다는 것이 지역사회와 공직사회의 진단이다.
김천시의 정식 공무원은 1200여명이다. 계약직과 공무직, 임시직을 더하면 그 수는 수 백명이 추가된다. 여기에 가족까지 더하면 무시할 수 없는 경제주체다.
공무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몸을 사리고 있다. 적극행정은 사라지고 시정 동력도 떨어진다. 블랙홀처럼 공직사회의 관심과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고 있다. 그 이유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 동료 공무원들의 공직이 끝나거나 연금이 사라질 가능성 때문이다. 수십 년간 근무해온 공무원에게 연금은 퇴직 후 생명줄이다. 가족과 노후를 위한 마지막 보장수단이다. 한 마디로 인생이 끝장나는 것이다.
김천시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 불신의 벽도 깊어져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회 역시 불신이 팽배해지고 사회분위기는 냉랭해지고 있다"면서, "이것이 지금 김천의 현실이다. 여기에, 정치적 음모론까지 더해지면 김천의 미래 전망이 더욱 암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검찰·경찰 수사 사실관계 마무리…법리적 판단 남겨둬
이번 사건은 검찰과 피고의 쌍방 논쟁을 법원이 판정해주는 일만 남았다. 형벌의 목적은 크게 응보이론과 예방이론으로 나뉜다. 응보론은 형벌의 목적을 일탈 내지 그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상쇄의 댓가를 정의의 실현으로 본다. 예방론은 형벌의 예방이라는 목적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들 공무원들의 행위가 혹여나 법을 위반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예방을 위한 법의 목적은 이미 실현됐다. 앞으로는 삭막하지만 지역에서 명절 선물문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시민들 관용 베풀어 주길 '기대'
법치주의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게 대우 받아야 한다. 법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리고 한 손에 저울과 다른 손에 칼을 들어 법의 균형을 강조한다. 하지만 법에도 눈물은 있다. 여러 가지 상황과 사회적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공무원들의 그간 관행의 테두리 내이든 혹은 다소 그 범위를 초과했더라도 한 번 만은 法의 女神이 눈을 가린 안대를 풀고 눈을 떠서 관용을 베풀어 주길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 시민은 "30~40년 동안 시민을 위해 봉사한 공무원들을 법의 엄격한 잣대로 처벌하는 것과 지역사회가 처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감안해 선처하는 것 중 어떤 것이 김천이라는 중소도시의 미래를 위하고 더 나은 법의 목적 실현에 부합하는지 재판부가 깊이 고민해 줬으면 한다"라며,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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