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용도 변경 관련 공무원 증언 확보…‘키맨’ 김인섭에게 건네진 70억 흐름 쫓는 중
#정자동 특혜 의혹은 성남지청으로 넘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가 손을 뗀 정자동 특혜 의혹 사건은 2015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호텔 시행사가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당시 성남시는 해당 시행사에 시유지를 30년 동안 임대하는 수의계약을 맺은 뒤 1년 만에 해당 부지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전환시켜줬다. 이례적 특혜였다는 지적인데, 최근 검찰은 이 대표 관련 수사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넘겼다. 한편 해당 시행사에서는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
대신 검찰은 백현동 사업 특혜 의혹을 ‘새로운 수사 카드’로 선택했다. 앞서 2015년 3월 성남시는 두 차례 반려됐던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토지 용도변경 신청을 받아들여줬다.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를 한꺼번에 상향시켜 준 것.
백현동 아파트는 15개동 1223가구 규모로 지난 2021년 입주했다. 언론에 ‘옹벽 아파트’로 알려졌던 곳이기도 하다. 원래 해당 부지 11만 1265㎡는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한 한국식품연구원 소유였는데, 2015년 2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에 매각됐다. 그 후,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됐다. 동시에 전체 가구 민간임대에서 123가구(10%)만 민간임대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시행사가 얻은 수익은 3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인섭’이라는 인물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김인섭 씨는 200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08~2010년에는 민주당 분당갑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위원장이던 이 지사와 함께 활동했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도 캠프에서도 이 지사를 도왔다. 검찰은 김 씨가 백현동 사건에서 ‘토지 용도변경 과정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씨는 70억 원가량의 대가성 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이 돈의 흐름도 쫓고 있다.
민간업자인 아시아디벨로퍼 정 아무개 대표는 2015년 김인섭 씨를 대표로 영입한 뒤 백현동 개발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성남시의 ‘자연녹지→준주거지 용도변경’과 ‘임대주택 100%→10% 축소 결정’ 등 주요 인허가가 나온 것. 김 씨는 성남시의 용도변경 수용 검토 회신이 있은 뒤인 2015년 4월 성남시의 빗물 저류조 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해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감됐다. 2016년 4월 출소했고, 김 씨가 나온 뒤 백현동 사업은 더 빠르게 진행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수사기관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백현동 사업 참여 여부를 논의하던 시기에) 정진상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에 대해 ‘김인섭이 하는 거다. 한번 살펴봐라’라는 취지로 내게 직접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 시작
2월 7~8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김인섭 씨와 110번 넘게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이재명 대표는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됐다.
15일에는 백현동 개발 사업 추진 당시 이례적인 용도 변경에 반대했던 전 성남시 공무원 A 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 씨는 2014년 백현동 개발 사업을 담당한 공무원으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2단계만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A 씨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백현동 부지를) 준주거지로 변경하는 것은 잘못됐다. 법적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성남시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반드시 열어야 하는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도시계획법에서 규정하는 도시계획위원회만 열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A 씨는 당시에도 윗선의 지시에 반대했고, 성남시는 이후 김 씨를 관련 업무에서 배제했다. 그리고 2015년 해당 부지에 대해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뛰는 이례적 용도변경을 허가했다. A 씨는 이듬해인 2016년 감봉 3개월·정직 2개월 등 징계 처분을 받았고, 2019년 해임됐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러한 처분이 이례적 용도 변경을 반대한 데 따른 보복성 징계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 씨 등 전·현직 성남시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로비스트 김 씨 및 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대표, 정진상 전 실장 등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장동 사건보다 더 간단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의 경우 김만배, 남욱 등 대장동 일당 간 진술이 엇갈리고 수익 구조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백현동 사건은 로비스트와 시행사의 관계, 또 이를 입증할 성남시 공무원들의 진술 등이 조금 더 구체적”이라며 “몇몇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확실한 증거만 확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은 김인섭 씨에게 건네진 70억 원 일부가 정치권으로 다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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