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합 맞춘 김향기에 칭송 “강하고 대단한 배우”…“다양한 장르 경험해 만족, 군입대 조급함 없어요”
“제가 찍은 작품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찍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방송을 본 뒤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끝나면, 유세풍도 끝나는 걸까.’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웃음). 시청률은 좀 아쉽긴 했지만 제가 너무나 사랑한 작품이고, 또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으니까요. 요즘엔 다양한 플랫폼으로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잖아요. 언젠가 조선 정신과 의사가 필요한 때가 온다면 그때 또 꺼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픈 자들에겐 따뜻한 처방을, 나쁜 놈들에겐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조선시대 정신과 의사, 이른바 ‘심의’(心醫)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에서 김민재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침을 놓지 못하게 된 천재 의원 유세풍 역을 맡았다. 반전 과부 서은우(김향기 분)와 괴짜 스승 계지한(김상경 분)을 만나 과거를 극복하고 심의로 거듭나는 유세풍의 성장과 더불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훈훈한 이야기는 ‘유세풍’ 팬들이 이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유세풍은 제게 정말 큰 의미로 남아있어요. 1년이란 시간을 유세풍으로 살았으니까요. 많은 성장을 가져다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그 역할을 해냈기에 이전보다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었어요. 원래 작품 하나 끝나면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빨리 보내려는 편인데 이 친구는 계속 담아두고 싶더라고요. 유세풍의 성정을 제가 많이 배우고 가지고 있고 싶단 생각을 할 만큼 제게 있어 꽤 중요한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유세풍과 서은우의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로맨스도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의 또 다른 볼거리였다. 20대 남배우 가운데 ‘로맨스 장인’으로 인정받은 몇 안 되는 배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민재의 장기가 발휘된 셈인데, 자신 역시 로맨스 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큰 힘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로맨스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정말 좋아요(웃음). 사실 연기를 처음 할 땐 그런 연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어떤 게 좋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더 많이 연구하고 이 캐릭터가 나였다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 하면서 제 방식대로 겁 없고 과감하게 표현했어요. 그런데 시청자 분들이 그런 제 모습을 좋게 봐주시니까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도 로맨스 연기에 좋은 합을 만들어준 선배 배우 김향기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아역 데뷔로부터 따지면 연기자 경력 20년의 어마무시한 대선배인 김향기가 어렵게 느껴질 법도 했지만, 촬영 때마다 연기 질문을 쏟아내는 김민재 탓에 오히려 김향기가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김향기에 대해 김민재는 “굉장히 멋있고, 정말 강하고, 너무 대단한 배우”라며 칭찬을 줄줄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촬영하면서 제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연기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처음엔 당황하시더라고요(웃음). 아마 다른 배우들은 연기할 때 그런 질문을 거의 안 하는데 제가 질문이 좀 많았었나 봐요. 나중에 저한테 ‘(연기할 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답해줬어요. 김향기 배우님은 사람들이 보기엔 귀여운 이미지지만 굉장히 외유내강하고 단단한, 자기주관이 정말 뚜렷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작품은 1년이란 시간 동안 촬영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정말 프로답게 관리하시더라고요. 저도 많이 배웠죠.”
좋은 상대역을 만나 함께 그려내는 로맨스 연기엔 어려움이 없었지만 다른 난관이 있었다. ‘꽃미남’ 캐릭터를 맡았지만 그 설정을 남에게 설득시키기도, 자신을 납득시키기도 힘들었다고. 거울을 향해 ‘이 정도면 괜찮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김민재에게 가장 깊이 고뇌할 수밖에 없었던 연기가 바로 이 꽃미남 연기였다고 한다.
“저를 꽃미남이라고 남을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지, 그게 정말 힘든 지점입니다. 꽃미남이라는 것까지도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뭔가 오글거리기도 하고(웃음). 제가 원래 평소에 저를 보면서 ‘나는 꽃미남이야, 그런 느낌이 있어’ 이런 생각 자체를 잘 안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꽃미남 연기를 하려면 힘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번에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웃음).”
납득이 어려워도 한 번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김민재의 연기 철학은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이어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KBS2 ‘달리와 감자탕’에 이르기까지 그의 20대를 가득 채운 필모그래피마다 빛났다. 현재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3을 촬영 중인 김민재는 자신의 롤모델을 ‘김사부’ 배우 한석규로 잡고 “30대, 40대, 50대의 김민재도 한석규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2년 안에 입대를 앞두고 있어도 조급해지지 않는 이유도 이처럼 지금 자리에서 이미 미래의 자신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군 입대를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그전에 필모그래피를 더 많이 쌓아야 한다는 조급함은 없어요. 물론 작품을 더 많이 하면 좋겠지만 제가 연기를 조금만 하다 끝낼 게 아니니까요. 30대에도 보여드릴 게 너무 많고, 40대, 50대에도 너무 많거든요(웃음). 20대의 김민재는 멜로도 해보고, 코미디에 아이돌 역, 레슬러 역할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채웠어요. 그래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조급할 이유가 없죠. 오히려 지금은 제 자신이 너무 잘 정리돼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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