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들의 낙원이자 서해 곳간이 불릴만큼 황금어장을 품었던 곳 천수만. 긴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육지로 나뉘는 천수만은 한자 '얕을 천'을 쓴 이름처럼 수심이 얕고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다.
땅은 좁고 쌀은 늘 부족해 식량자급이 시대의 과제였던 때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간척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땅과 호수가 생겨나고 지도를 바꾼 대규모의 간척으로 사람들의 삶도 조금씩 달라졌다.
오랜 세월 숱한 사연과 생명들을 품어안고 흘러온 천수만의 겨울 밥상을 만나본다.
대규모의 간척사업으로 넓은 농경지와 호수가 생겨난 후 천수만은 가창오리,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300여 종의 철새들에게 겨울 보금자리가 되어줬고 천수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부지런히 농사지으며 살아온 이희완 씨에게 간척지는 '큰 논배미에 농사짓고 싶다'라는 할아버지 때부터의 바람을 이루게 해준 꿈의 땅. 2년 전 연구원으로 일하던 아들 창경 씨까지 합류하면서 4대째 쌀농사를 짓고 있다.
간척지 쌀을 이용해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가공식품을 만들면서 시작한 생강 한과가 지금은 서산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되었는데 추위에 약한 생강을 땅속 6~7m 아래 저장 굴에 보관하는데 유독가스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버지가 물려준 지혜 중 하나란다. 손 많이 가는 생강 농사는 이제 아들 부부의 몫이 되었다.
굴곡이 많아 껍질 벗기기도 여간 쉽지 않은 생강은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 벗겨낸 후 얇게 썰어 끓는 물에 데쳐 아린 맛을 빼고 설탕이 속까지 깊게 베도록 졸인다.
마지막으로 설탕 옷을 입히고 바삭바삭하게 말려낸 편강은 가족들의 영양간식. 쌀농사 지어도 쌀밥 든든히 먹기 힘든 시절 무를 넣어 양 넉넉히 늘린 무밥과 간척지가 생기기 전 갯벌에서 나던 농게며 박하지를 넣고 끓여 먹던 게국지는 추억으로 남은 음식들이다.
땅을 지키며 살아온 아버지와 그 땅에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들의 내일이 기다려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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