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은 지난해 5월 JB금융지주 지분 14.04%를 2482억 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얼라인은 삼양그룹(지분율 14.61%)에 이은 JB금융지주 2대주주가 됐다. 삼양그룹과 얼라인의 JB금융지주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얼라인이 JB금융지주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얼라인 측은 JB금융지주 지분 인수 당시 경영권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당시 “지난 수년간 안정적으로 내실 있게 회사를 성장시켜온 김기홍 JB금융 회장을 비롯한 훌륭한 경영진이 있기 때문에 이번 투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당사가 보유한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JB금융지주 경영진의 성장 전략 실행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현재 얼라인은 단순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이창환 대표는 지난 1월 9일 ‘국내 은행주 캠페인’ 공개 간담회에서 금융지주사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우리나라 은행은 M&A의 M자도 꺼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공교롭게도 JB금융은 지난해 7월 JB인베스트먼트(옛 메가인베스트먼트)를 인수했고, 현재도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얼라인의 목소리는 최근 들어 더욱 커졌다. 얼라인은 지난 2월 10일 JB금융지주에 주주제안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주제안의 주요 내용은 배당성향 상향이다. JB금융지주는 결산배당금으로 주당 715원을 제시했지만 얼라인은 주당 9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얼라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JB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7%에서 33%로 늘어나게 된다. 이어 지난 2월 14일에는 얼라인이 JB금융지주에 김기석 전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서울지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JB금융지주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배당액 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회사 재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얼라인의 영향으로 주주환원율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타행과 큰 차이 없는 내용을 발표했다”며 “얼라인의 주주제안으로 인해 JB금융지주는 향후 계획했던 성장과 수익성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J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2021년 5066억 원에서 2022년 6010억 원으로 늘었는데 증권가에서는 JB금융지주의 2023년 순이익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61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JB금융지주에 대해 “2023년 원화대출금 성장목표가 3.2%로 높지 않고, 순이자마진(NIM)은 둔화흐름이 예상돼 이자이익 증가율도 낮아질 전망”이라며 “전북은행의 신규 고정이하여신(NPL) 발생비율이 늘어나고, 광주은행 가계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향후에도 대손비용 상승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권의 시선은 JB금융지주 최대주주인 삼양그룹을 향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삼양그룹이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반대하면 해당 제안은 주주총회 표대결을 통해 결정된다. 삼양그룹은 공식적으로는JB금융지주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다. 당장 삼양그룹 오너 일가인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JB금융지주 수장을 맡았다. 김 전 회장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행장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도 김지섭 삼양홀딩스 부사장이 JB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성제환 JB금융지주 사외이사도 2018년 삼양사의 추천을 받아 휴비스 사외이사에 선임된 적이 있어 삼양그룹 측 인사로 꼽힌다. 휴비스는 삼양사와 SK케미칼의 합작사다.
JB금융지주는 주당 715원을 결산배당금 결정 당시 삼양그룹과의 사전 교감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삼양그룹과 얼라인 측과는 생각이 괴리가 있는 셈이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월 9일 컨퍼런스콜에서 “삼양사는 JB금융지주 이사회의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있다”며 “중기 환원 정책에 삼양사의 입장이 비상임이사를 통해 충분히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JB금융지주와 삼양그룹 모두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JB금융지주 이사회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삼양그룹과 얼라인의 JB금융지주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표 대결 시 승자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삼양그룹이나 얼라인이 JB금융지주 지분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지주회사의 지분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다만 지방 은행지주회사의 경우에는 15%까지 소유가 가능하다. JB금융 산하 은행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모두 지방은행이므로 삼양그룹과 얼라인은 JB금융지주 지분을 최대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JB금융지주 지분 10.21%를 보유한 3대주주 OK금융그룹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OK금융그룹은 JB금융지주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삼양그룹과 얼라인 간 분쟁이 가시화될 경우 OK금융그룹의 참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OK금융그룹 관계자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JB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한 것이므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J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3월 말 열릴 예정이다. 삼양그룹과 얼라인으로서는 주주총회 승리를 위해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 일요신문은 얼라인에 지분 추가 매입 의사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삼양가 4세 김주형 씨 지분 매입…4세 경영 대비?
삼양그룹은 사촌경영으로 유명하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현재 그룹 전반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의 동생인 김량 삼양사 부회장과 사촌동생인 김원 삼양사 부회장,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은 계열사 경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삼양그룹의 4세 경영 시대가 열리면 현재와 같은 형제 경영 체제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김윤 회장과 김량·김원·김정 부회장의 자녀를 모두 합치면 10명이 넘는다. 현재는 김 회장의 장남 김건호 삼양홀딩스 경영총괄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형제들도 경영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가 회장·부회장 직급을 가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삼양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도 서로 엇비슷하다. 삼양홀딩스 최대주주는 김원 부회장(지분율 6.15%), 2대주주는 김정 부회장(5.61%)이다. 김윤 회장과 김원 부회장은 각각 삼양홀딩스 지분 4.82%, 3.80%를 갖고 있고, 김건호 총괄은 2.23%를 보유 중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 부회장의 장남 김주형 씨가 삼양홀딩스 지분을 매입해 눈길을 끈다. 김주형 씨는 지난 1월 삼양홀딩스 주식 4534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0.54%에서 0.59%로 끌어 올렸다. 증가폭은 크지는 않지만 개인 자격으로 장내 매수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양그룹 측은 김주형 씨 지분 매입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