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총선 행보에 비명계 ‘지역구 물갈이’ 불안감 토로…이 대표 측, 비명계 의원들 맨투맨 접촉하며 집안단속
경기 성남 중원은 친이낙연계 인사로 꼽히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현근택 변호사는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제주 출신인 현 변호사는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제주을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경기 성남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현 변호사가 플래카드를 내걸자 향후 이곳에서의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지역 정가에서는 ‘철새’라는 비판(국중범 경기도의원)이 나오기도 했다.
윤영찬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지금 상황이 일반적이진 않다”며 “(윤 의원은) 초선이고, 현역이다. 정치 신인의 과거 사례를 보면 중진 의원 지역구에 가든지, 은퇴가 예정되는 의원 지역구로 간다.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에도 ‘이 지역에서 활동을 하겠다’고 양해를 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현역 초선 지역구에 현수막부터 거는 경우는 통상적인 정치 관습도 아니고,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했다. 현 변호사 행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초선 강경파 모임으로 이 대표를 지원사격하는 ‘처럼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 역시 친이낙연계 의원 지역구에 나섰다. 양이 의원은 경기 광명을에 지역 사무실을 열었다. 이 지역구는 양기대 의원 텃밭이다. 양기대 의원은 이낙연 대선 후보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던 인사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상의도 없었고 그냥 통보만 했다”며 “(지역구 활동에)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아 유감”이라고 전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논란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2월 4일 전북 군산을 찾았다. 이날은 민주당의 첫 장외투쟁이 열렸던 날이다. 전북 군산은 신영대 의원 지역구다. 운동권 출신인 신 의원은 전해철 의원 보좌관 등을 거친 친문계 인사다. 군산 출신이기도 한 김 의원은 21대 총선 때 이곳에 출마하려 했으나 흑석동 재개발 투기 의혹으로 뜻을 접었다. 이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배지를 달았다.
김 의원은 2월 15일 본인의 SNS(소셜미디어)에 “새해를 맞아 친구도 만나고 지인과 상의도 할 겸 3년 만에 찾은 군산”이라며 “그걸 빌미로 무슨 ‘도전장’이네 ‘친명 대 비명’이네 하며 당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 역시 일요신문에 “출마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지역에 가서 뭘 할 만큼 여력이 있지도 않고 사무실을 낸 것도 없다. 다만 군산은 김 의원 고향이고, 초·중·고교를 거기서 다녔으니 출마 후보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
친명계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설 연휴 비명계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에 플래카드를 건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지역 특성을 내세우며 계파 갈등엔 손사래를 쳤다.
경기 화성은 선거구 상한 인구를 넘어 총선 전 분구가 필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내년 총선 전에 화성은 분구가 될 것”이라며 “전 의원은 분구가 될 걸 예상하고 나섰고 미리 의원실에 와서 지역구 활동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전 의원은 통화에서 “비명계 지역구에 친명계가 나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6개월 전부터 활동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친명계 움직임에 비명계 인사들은 불안감을 토로한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대거 물갈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의원 평가 항목에 ‘정치 현안에 대한 당 대응 활동’ 포함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은 이런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이 안건이 도입되면 친명계가 주도하는 장외투쟁 등에 불참하거나 부정적 의견을 낼 경우 공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당에서 2월 4일 장외 투쟁에 나서지 않은 의원실에 왜 나오지 않았느냐고 사유까지 일일이 물었다. 대놓고 눈치 보라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민주당 계파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명 일각에선 당론으로 부결해야 한다고 주장까지 나오지만 당은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방탄 국회’라는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계파를 떠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부결을 자신하고 있는 기류도 영향을 미쳤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 의원 169명 중 28명 이상 이탈표가 나올 경우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 정의당은 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자율 투표로 갈 경우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조응천 의원은 2월 1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가급적 언급은 꺼리나 얘기하다 보면 조심스레 체포동의안 찬성을 넌지시 내비치는 그런 의원들도 꽤 있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잘못하면 내로남불이 된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우리 당이 계속 주장해온 것이고 지난 대선 때도 공약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친명계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집안 단속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월 1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당한 검찰의 수사와 영장 청구에 대해서 양심과 상식을 가진 우리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 이 대표 최측근 인사들은 비명계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하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부각하고 있다.
한 친명 의원은 사석에서 “계파를 떠나 1야당 대표에 대한 사상 초유의 영장 청구에 분노하는 의원들이 대부분”이라면서도 “비명계에선 부결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내년 총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비명계에선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꼽는다. 리얼미터가 2월 13일 발표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6.9%였다. 이는 리얼미터의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2.4%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 등이 뉴시스 의뢰로 2월 11~13일 3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8.1%가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민주당은 31.3%에 그쳤다. 같은 기관의 지난 조사 대비 국민의힘은 5.2%p 상승했고, 민주당은 4.2%p 빠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사이 여당 지지율은 올랐지만 1야당 지지율은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친명계는 이런 일련의 장면들에 대해 확대 해석 자제를 주문했다. 이 대표 역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표는 2월 10일 당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지역에서 ‘이재명 대표가 보내서 왔다’는 식의 표현을 한다고 한다. 이런 식의 활동은 허위 사실 아니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체포동의안 두고 어수선한데 공천 학살이니 언론에서 계속 나오면 이 대표로서도 불편하다”며 “체포동의안 부결까지는 계파 갈등을 잠재우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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