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황교안 선전하면서 대세론·양강론 흔들…‘윤심 개입’ 비판론 속 ‘전략적 반란표’ 변수 등장
#'김기현 대세론?' 당 내부 물음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과연 대세론을 형성할 만큼 압도적이냐”는 물음표는 당 내부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오차범위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컷오프 결과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후보가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확산되면서 김기현 대세론은 무색해진 상황이다. 나경원 전 의원과 의기투합했고, 컷오프에서 탈락한 조경태 의원과 손을 잡았다는 발표까지 나왔지만 김 후보는 대세론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 대세론이 강한 경로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의 낮은 인지도와 연결돼있다는 평가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다선 의원이고, 울산광역시장까지 역임했지만 그가 보여준 정치 성향이 외향적이 아니었기에 국민의힘 당원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후보가 자신의 ‘안정적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은 거친 단어를 입에 올리면서 오히려 대세론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러 경쟁 후보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은 ‘탄핵 발언’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는 2월 11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에서 열린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당 대표로) 곤란하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지났는데 그런 분란은 안 된다”고 했다. 김 후보가 건드려서는 안 될 단어를 들고 나왔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신입생' 안철수…양강 구도 균열
김기현 안철수 후보 양강 구도로 흘러가는 흐름도 곳곳에서 역풍을 맞으며 강한 기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양강 구도 형성을 막아선 황교안 천하람 후보의 약진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복수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천하람 후보는 뚜렷한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다. 두 후보는 한 자릿수 지지율이 아니라 명확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면서 자신들만의 세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황 후보는 국민의힘 내부 보수성향 지지군을, 천 후보는 이준석 대표 체제 이후 유입된 젊은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안철수 양강구도가 강고한 구조로서 작용하지 못하는 것 역시 ‘김기현 대세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양강의 한 축인 안철수 후보에 대한 국민의힘 당원들 인식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가 국민의힘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입생’ 신분이다 보니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안철수 후보는 양강 대결 고착화를 위해 황교안 천하람 두 후보에 대해서는 철저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서로 때리기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정통보수론을 내세우면서 안 후보에게 ‘굴러온 돌’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안 후보는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고 곧바로 당 대표를 내려놓겠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김 후보가 내세워온 대통령·당대표 충돌론을 최대한 무력화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김기현+황교안 vs 안철수+천하람?
4명의 당대표 후보 중 한 명이라도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2위 후보가 다시 맞붙는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당내에서는 현재 판세를 놓고 본다면 결선투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김기현 후보는 황교안 후보를 품고, 안철수 후보는 천하람 후보와의 연대에 나설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점친다. 후보 개인의 정치적 성향, 각 후보들의 지지 세력, 그리고 향후 득표 역학 구도로 볼 때 이 연대 방정식 외에 다른 연산식은 세우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한목소리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황·천 두 후보는 연일 거친 언사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김·안 두 후보를 때리고 있다. 독자적으로 경선에 대비하면서도 결선투표를 노려 최대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황·천 후보는 향후 각각 연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후보에 대해 더욱 강하게 비판의 활시위를 당기기도 했다.
황 후보는 2월 15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토론에서 김 후보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황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김 후보가 17대 국회의원 시절 KTX 울산역세권 연결 도로가 자신 소유 땅 인근을 지나도록 노선 변경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황 후보는 또 김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이준석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춘 것을 두고는 “‘망할 이준석’의 파트너였고,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고까지 언급했다.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온 이 전 대표와 김 후보를 연계시키면서 윤 대통령과 김 후보가 연결되기 힘든 사이임을 논리적으로 내세우는 법조인 시각의 증명법을 써보였다는 평가다.
천 후보는 윤 대통령은 물론, 친윤 의원들과의 직접적 충돌을 가급적 피하려는 전술을 펴는 안 후보 약점을 파고들었다. 천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안 후보에게 “장제원 의원의 행태나 '윤핵관'의 권력 줄세우기 행태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안 후보로부터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답을 결국 이끌어냈다.
천 후보는 2월 17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는 ‘당선 시 총선 후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면서 승부수를 던진 안철수 후보를 향해 “차라리 제가 당 대표를 하고 안철수 후보님한테 선대위원장을 드리겠다”면서 안 후보를 끌어내렸다. 그는 또 “안 후보가 정말로 (후보) ‘철수’ 안 하셨으면 좋겠다”며 “그래도 유력 대선후보군이다. 이분이 여기서 망가지면 안 된다. 여기서 철수하면 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단일화를 통해 사퇴를 많이 했던 그의 과거 전력을 끄집어내 공격한 것이다.
연대 가능성이 높은 후보 간 거친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선투표라는 제도적 기제가 결국 짝짓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보수 성향 색채가 짙은 김기현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손을 잡고, 윤 대통령과는 다소 거리가 생긴 비윤 이미지의 안 후보와 이준석 전 대표가 밀고 있는 천 후보가 전략적으로 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당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봤다는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이렇게 내다봤다.
“결국 짝을 지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연대의 강도에 따라 판이 또 달라질 수 있다. 지금 김기현 후보가 예상 외로 고전하는 것은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 강도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철옹성 이미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탓도 있다. 일단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김 후보와 안 후보가 얼마나 강한 흡입력을 발휘해 연대의 강도를 키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황 연대는 큰 무리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안 후보에게는 산이 높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산을 넘어설 수 있는 안 후보의 포용 역량이 향후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핵심 변수는 '윤심 비토 기류'
전당대회 결과를 좌지우지할 핵심 변수론 ‘윤심’이 꼽혔다. 정권 초기인 만큼 현직 대통령 의중이 당원들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뜻을 접는 과정에서 나타난 용산 대통령실의 행보는 윤심의 실체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최근엔 윤심을 거스르는, ‘반란표’ 출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여권에선 수면 아래에 놓여 있던 윤심 비토 기류가 최근 당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주류가 생각하는 결과치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윤 대통령을 명예 당대표로 추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왔고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너무 심한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윤 대통령보다 훨씬 더 큰 당내 영향력을 갖고 있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현직 대통령의 명예 대표 추대론이었기에 당내는 더욱 시끄러워졌다.
당내 지도부에서까지 우려가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명예 대표론’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당·정이)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 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의 쓴소리를 내놨다.
이러한 장면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는 모습과도 연결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대통령 지지율이 급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정이 아닌 당무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모습 때문이라는 당내 비판이 적지 않다.
윤심 개입설에 대한 비판 여론, 그리고 이로 인한 반란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은 결국 ‘전략 투표’와 연결돼있다. 순간적으로 출렁이는 민심에 기댄 여론조사 투표가 아닌 일정한 틀의 공론을 갖추는 당원들의 투표만으로 당대표가 뽑히는데, 당원들은 내년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전망적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영남권 국민의힘 한 국회의원은 “윤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당원 비율이 높은 TK(대구·경북)가 강하게 밀어줬으면 김기현 대세론은 지금보다 훨씬 더 센 모습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 상황이 가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예상치 못한 이준석 계열까지 등장해 판을 흔드는 모양새라면 뭔가 다른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변수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 연쇄 충돌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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