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2월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 관련이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에게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관련해서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성남 FC 후원금 사건에는 뇌물죄가 적용됐다. 성남 FC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를 담당해왔지만, 전날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관련기사 ‘천화동인 1호 빼고 목요일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막후).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지난 1월 10일과 28일, 2월 10일 총 세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이 대표는 1월 10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새로 제시된 증거가 없고 검찰에 포획된 대장동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 등 녹음파일과 성남시 내부 보고·결재문건 등 객관적 증거, 이에 부합하는 사건 관계인의 일치된 진술 등 물적·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170장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사건은 지자체장과 지역 토착 업자가 유착한 지역 토착 비리로, 죄질이 나빠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며 “측근을 통해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했거나, 인멸할 우려도 상당하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시장 당선 후 정치적 치적을 만들기 위해 민간업자들과 유착했고, 재선을 도움 받는 과정에서 범행이 지속됐다”며 “그런데도 자신이 보고받고 승인한 행위에 대해 구체적 진술을 회피하면서 사안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번 영장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이재명 대표 측에게 천화동인 1호 숨은 지분(428억 원)을 약정했다는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에 대해선 담지 않았다. 다만 범행동기를 설명하는 대목에 반영해두고,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이 대표가 개입했는지도 추가 수사 대상이다. 농협은행·알파돔시티·현대백화점이 성남 FC에 후원금을 낸 경위도 더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한 의원은 “검찰이 제1야당 대표를 세 차례나 소환조사했다. 그 정도면 이미 ‘이재명 대표 구속’이 검찰의 최종 목표였다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영장 청구가 늦은 감이 있다. 보통 정치인이나 재벌총수 등 거물 인사는 소환조사하고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수순이다. 그런데 마지막 소환조사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을 쳤다는 건 그만큼 확신이 없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에 갈등이 좀 있었다고 한다. 수사팀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구속영장까지 칠 정도의 진술이나 증거가 부족했다고 본 것 같다. 영장을 넣었다가 기각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불구속 기소 의견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이를 지휘부에서는 증거 확보를 못한 수사팀 능력이 없다 추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지휘부는 ‘어차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될 텐데 수사팀이 왜 구속영장 청구 기각을 걱정하느냐’ 질타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의 체포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상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을 갖는다. 서울중앙지검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이 대표 체포동의요구서를 받아, 대검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앞서 여야는 2월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하며 본회의를 2월 24일 열기로 했다. 따라서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까지 걸리는 통상적 시간을 고려할 때 이 대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보고는 2월 24일, 표결 시점은 26일 안팎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표결 후 결과 통지 공문을 법무부에 제출하고, 이는 대검과 관할 검찰청을 거쳐 법원에 전달된다. 가결이라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잡히고, 부결 시에는 영장은 심문 없이 기각된다.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재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인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검찰을 향해 파상공세를 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월 16일 정책조정회의 도중 “회의 중에 영장청구 보도가 나왔다.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청구 요지를 보면 검찰은 오로지 정적 제거 목적에 충실한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것밖에 확인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의 야당 탄압이 헌정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이르렀다”며 “군사정권도 하지 않을 일을 자행하는 윤석열 검찰의 만행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민주당에선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해 모종의 정치적 노림수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세 차례나 소환한 것은 ‘망신주기’를 위해서였다. 검찰이 더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망신주기’는커녕 이재명 대표가 검찰 출석할 때마다 지지자들이 호응을 보냈고, 이 대표도 메시지를 통해 검찰의 무리한 소환과 무능함을 더 부각시켰다. 검찰이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소환조사는 포기했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며 “그러다보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방탄국회’ 논란으로 프레임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양식 있는 의원들의 상식적 판단이 민주당을 살리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체포동의안 가결을 촉구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여야가 하나가 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며 “국회가 더는 범죄인 도피처 은신처가 돼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국민을 버리고, 부정부패를 옹호하는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통과 가능성과는 별개로 민주당 내 이탈표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간 갈등, 이 대표 리더십 등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단,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방탄’ 논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부결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명계는 당내 이탈표가 많아야 5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이탈표가 두 자릿수 이상 나올 경우 이재명 대표는 향후 정치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도부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려고 할 경우 거센 내홍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쏟아진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조국 전 장관이나 곽상도 전 의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보면서 검찰의 편파 수사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재명 대표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에 대한 윤석열 검찰의 공격이다. 따라서 체포동의안 표결에 이탈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2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체포동의안을 보고 (찬반) 입장을 정하겠다는 의원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며 “(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돼도 검찰이 연이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 FC 후원금 의혹 외에도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서울중앙지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수원지검),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추후 이른바 ‘쪼개기 구속영장 청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민주당에서 이 대표 방탄을 치면 치는 대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사견을 밝혔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기도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 표적수사의 배후가 대통령실임이 명명백백해졌다”며 “대통령실이 수사팀과 수사 방향을 공유하고 협의하고 있지 않다면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검찰 수사를 대통령실이 직접 지휘하고 조종한다는 증거”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세 차례나 망신주기 소환조사도 부족해서 구속영장까지 수차례 쪼개서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윤석열 검찰과 민주당의 전면전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이재명 대표는 2월 1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언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 내린 날”이라며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들에 대해 “내가 한 일은 성남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과도한 개발이익 일부를 시민들에 되돌려드린 것”이라며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장 청구 요건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백 번도 넘는 압수수색에, 수백 명의 관련자 조사를 다 마쳤는데 인멸할 증거가 남아있기는 한가”라며 “가족들과 거주하는 주거가 분명하고, 수치스럽기는 했지만 오라면 오라는 대로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해 조사도 성실히 임했다. 조금의 법 상식만 있어도 구속 요건이 전무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대응했다.
이 대표는 “이승만 정권의 조봉암 사법살인, 박정희 정권의 김영삼 의원 제명, 전두환 정권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까지 독재권력은 진실을 조작하고 정적을 탄압했지만, 결국 독재자는 단죄됐고 역사는 전진했다”며 “검찰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표는 2월 17일 검찰 구속영장 주요 내용에 대해 반박문 형식의 20장 분량의 반박·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이 대표는 “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모두 돈과 관련된 범죄들인 만큼 ‘돈의 흐름’이 가장 중요한데, 모든 혐의사실에서 이 대표에게 흘러간 돈의 흐름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에 적용된 배임 혐의를 두고는 “영리 목적 기업의 경우에도 경영자의 경영 판단을 배임으로 처벌하는 경우는 없는데, 공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을 배임으로 처벌하는 것은 우리 법의 태도에 위배된다”며 “성남시가 5503억 원의 공익을 얻었다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성남 대장지구 개발을 공영개발로 전환해 5000억 원 이상 수익을 환수했다고 주장한 것이 허위라고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공원 조성 사업 등이 별도 예산 지출 없이 시행돼, 성남시 이익으로 볼 수 있다”며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 공공환수액이 5000억 원 이상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청구 알림 원문
※공개되는 혐의사실은 재판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및 반부패수사3부는 2월 16일 피의자 AOO(전 성남시장)에 대하여 특경법위반(배임), 특가법위반(뇌물), 이해충돌방지법위반, 구 부패방지법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습니다.
-혐의 요지:
■대장동, 위례 개발사업 비리사건
(1) BOO, COO 등과 공모하여, '13. 11.경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하여 DO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 E건설을 시공사로 각각 선정되도록 함으로써 '18. 1.경까지 2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함 [구 부패방지법위반]
(2) BOO, COO 및 DO, FOO 등과 공모하여, '14. 8.경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하여 FOO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함으로써 '23. 1.경까지 7,886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함 [이해충돌방지법위반]
(3) BOO, COO 및 DO, FOO 등과 공모하여,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업무상 임무를 위배하여 피해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적정 배당이익(전체 개발이익의 70%, 6,725억 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확정이익 1,830억 원만을 배당받도록 함으로써 4,895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함 [특경법위반(배임)]
■성남FC 제3자뇌물수수 사건(성남지청 형사3부에서 수사하여 이송)
(1) BOO 등과 공모하여, '14. 10.경 성남시 소유 부지 매각 대가로 G회사로 하여금 (주)성남FC에 운영자금 50억 원을 공여하도록 요구하고, '15. 6.~'16. 9.경 건축 인허가 등 대가로 합계 40억 원을 (주)성남FC에 공여하게 한 것을 비롯하여 성남시 소유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G회사, H건설, I병원, J회사로 하여금 (주)성남FC에 합계 133.5억 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도록 요구함 [특가법위반(뇌물)]
(2) BOO 등과 공모하여, 사실은 (주)성남FC가 G회사로부터 뇌물을 공여받은 것임에도 기부를 받는 것처럼 기부단체를 끼워넣고 기부단체를 통해 (주)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하여 범죄수익의 발생원인 등을 가장함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