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난 두 대회 연속 언더도그에 일격 당해…체코 ‘소가드’ 중국 ‘마사고’ 요주의
#여전한 '참사'의 상처 "방심 말아야"
5회를 맞은 이번 대회는 본선 규모가 커졌다. 1라운드에서 4개 팀이 한 조를 이뤄 맞붙었던 지난 대회들과 달리 이번엔 5개국이 2라운드 진출권 2장을 놓고 다툰다. 대표팀은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노출도가 높고 리그 간 교류가 있는 일본, 호주와 달리 중국, 체코는 전력이 비교적 감춰진 국가들이다.
체코와 중국은 객관적 전력 면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서 매기는 세계야구랭킹에서도 대한민국 대표팀(4위)과 격차(체코 15위, 중국 30위)는 벌어져 있다. 이들은 B조를 넘어 대회 본선 참가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약체로 꼽힌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앞서 2017 WBC에서 '미지의 팀'으로 불리던 이스라엘에 패해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2013년 대회에서도 네덜란드에 일격을 당했다. 단기전에서는 약한 상대라고 하더라도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대표팀이다. 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은 체코와 중국에 대해 "쉽지 않은 팀이다. 방심하지 않고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소방관, 교사…겸직 선수단 내세운 체코
체코는 WBC 본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국가다. 지난 두 대회에서 예선 탈락을 맛봤고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예선에서는 힘겹게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첫 경기 스페인에 콜드패를 당했으나 프랑스와 독일에 승리했고 스페인과 재경기에서 설욕에 성공, 역대 최초 대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대회 참가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 체코는 야구계에서 철저한 변방 국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국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다수 선수가 별도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세미프로 리그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의 파벨 하딤 감독도 병원을 운영하는 신경과 전문의다. 선수단 역시 소방관, 교사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명으로 구성된 체코의 엔트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빅리그 출신 에릭 소가드다. 예선 과정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본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 태어나 야구선수로 성장했으나 체코 출신 어머니를 따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돼 2010년 빅리그에 데뷔, 2021년까지 활약했다. 메이저 통산 815경기 551안타 26홈런 타율 0.246을 기록했다.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좋은 내야수로 평가받지만 2019시즌에는 110경기에서 13홈런을 때리며 장타력을 선보인 바 있다.
예선 과정에서 팀의 본선 진출에 힘을 보탠 이는 포수 마틴 체르벤카다. 예선 4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 타율 0.375를 기록했다. 체르벤카는 빅리그 데뷔는 이루지 못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10여 년간 뛰며 미국 야구를 경험했다. 마이너 통산 617경기 486안타 43홈런 타율 0.235를 기록했다. 현재는 체코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장기간 체코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마운드에서는 우완 마틴 슈나이더가 중심적인 활약을 펼쳤다. 체코 투수 중 유일하게 예선에서 10이닝 이상(평균자책점 1.74)을 소화했다. 최종전 스페인전에 선발로 등판, 6.1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에 본선행 티켓을 안겼다.
'주목할 선수'로 평가받던 보리스 베세카의 하차는 우리 대표팀에 호재다. 베세카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직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벡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으며 체코의 에이스가 될 것으로 평가를 받았으나 소속팀의 반대로 대회 참가가 불발됐다.
#한일 무대 경력자 내세운 중국
중국은 국제 대회 경험 면에서 체코보다 낫다. 초대 대회인 2006 WBC부터 빠지지 않고 본선에 참가했다. 2회와 3회 대회에선 각각 1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도 꾸준히 나서며 일본, 한국, 대만 등 야구 강국을 상대해왔다.
야구를 '봉구(棒球)'로 칭하는 중국은 야구 발전 움직임이 있었으나 번번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2002년 국내 리그가 창설됐으나 지원 미비 등으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2020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전력 향상에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였으나 이마저 코로나19 탓에 힘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중국계 미국인 선수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중국은 국내파 선수들을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다. 미국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빠진 엔트리에는 한일 무대에서 뛰는 투수 주권과 외야수 마사고 유스케의 이름이 눈에 띈다.
중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한국으로 이주해 귀화까지 마친 주권은 '부모 국적 국가대표를 할 수 있다'는 WBC 특유의 규정 덕에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2017년 대회에서도 중국 대표로 나선 바 있다. 당시 호주와 경기에 선발로 나서 3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6년이 흐른 현재 주권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2020시즌 리그 홀드왕에 올랐고 이듬해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 주권은 경계 대상이 아니다. 어린 시절 귀화 이후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그가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는 "감독님과 동료들에 대한 예의"라며 등판하지 않을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마사고는 아버지가 중국인이기에 중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해 10여 년간 뛰었으나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방출돼 현재 사회인리그에서 뛰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유망주로 평가받았고, 23세 이하 대표팀 일원으로 야구 월드컵에 나서 한국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계 미국인 내야수 레이 창은 중국 대표팀 내 미국 야구 경험자다. 2005년부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해 다수 구단에서 뛰었으나 결국 빅리그 데뷔는 하지 못한 채 마이너에서만 활약했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선수 은퇴를 선언했고 1983년생(만 39세)의 노장이기에 위협적인 기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지난 1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 계약한 싱가포르 태생 투수 앨런 장 카터에게도 눈길이 쏠린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현지 대학 편입 등을 거쳐 프로 입문에 성공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91마일(약 시속 146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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