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이 주조 해외영업부장 “그 제품들 증류소 설립 과정 실험작…한정판 한국 판매 긍정적 검토할 것”
위스키는 크게 우리가 흔히 ‘스카치’라고 부르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와 ‘버번’을 만드는 미국 위스키 양대 산맥으로 나뉜다. 그렇지만 프리미엄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는 일본이다. 위스키 출신이 일본이면 대접이 달라진다. 일본 대표 위스키인 야마자키, 하쿠슈, 히비키, 다케쓰루 등 일본 유명 위스키는 일본에서도 구하기 어렵다. 위스키 붐 속에서 일본에서도 새로운 증류소가 나오고 있다.
마쓰이 주조의 쿠라요시 증류소도 신생 증류소로 분류할 수 있다. 마쓰이 주조는 1910년부터 일본식 소주를 만들어 오다 일본 돗토리현 쿠라요시 증류소를 통해 2015년 위스키 주조 면허를 받아 위스키 증류소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일본식 소주 생산을 중단하고 위스키에 몰두하기로 한다.
쿠라요시 증류소 제품은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다. 다만 위스키 마니아 사이에서는 쿠라요시 증류소가 비판 받는 지점도 있다. 쿠라요시 증류소가 2015년에 면허를 받았는데 18년 숙성, 25년 숙성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쿠라요시 측은 “이 제품들은 우리가 위스키 슬럼프(위스키가 지금처럼 인기가 없던 시절) 동안 위스키 원액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쿠라요시 증류소 소속 마스다 유야 해외영업부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쿠라요시는 젊은 증류소로서 변화하고 도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싱글 캐스크나 한정판 위스키 등도 출시할 예정이며 추가로 새로운 주류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라요시는 위스키 외에 진도 생산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김창수 위스키, 쓰리소사이어티스 등 한국 위스키를 만드는 신생 위스키 증류소가 태동하고 있다. 이들을 향한 조언도 부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쓰이 주조 소속 쿠라요시 증류소를 소개해 달라.
“마쓰이 주조는 1910년 설립됐다. 쿠라요시 증류소는 돗토리현에 있는데 일본에서도 자연적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마쓰이 주조는 원래 쇼추(일본식 소주)를 만들어오다 2015년 위스키 면허를 취득하면서 위스키 증류소로 노선을 바꿨다. 당시에는 쇼추 증류기로 위스키 증류를 연구했다. 2016년 알람빅형(Alambic) 증류기를 3개 도입했고, 2017년 단일 증류기를 2개 더 도입했다. 지금은 쇼추 증류기를 쓰지 않는다.”
―오랜 기간 쇼추를 만들다 어떻게 위스키로 완전히 갈아타게 됐나.
“2000년대 주요 주류 생산업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위스키가 무조건 흥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일본은 시장이 너무 좁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싶은데 소주보다는 위스키가 낫겠다고 판단했다. 본격적으로 면허를 따면서 위스키 공부를 심도 있게 하기 시작했다.”
―쿠라요시 증류소의 강점은 무엇인가.
“젊은 증류소다 보니 새롭고 발전적인 개발을 많이 한다. 일례로 증류기 각도를 달리해 다양한 술맛을 끌어내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신생 증류소라 당장 결과를 내지 못해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스키 만들기에 빼놓을 수 없는 물도 강점이다. 일본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은 물 가운데 하나인 다이센의 심층 천연수를 사용했다.”
―쿠라요시 증류소 제품은 블렌디드 위스키와 ‘우키요에’(일본 목판화)를 그려 넣은 독특한 숙성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쿠라요시 위스키 제품을 설명해 달라.
“쿠라요시는 사쿠라 캐스크(벚꽃나무), 미즈나라 캐스크(물참나무), 아메리칸 버진 오크, 버번 배럴, 셰리 와인 캐스크 등 5개 정도 숙성 캐스크를 쓰고 있다. 쿠라요시는 사쿠라, 미즈나라 등 대중적으로 쓰이지 않지만 일본 특유의 나무를 활용해 위스키를 숙성시킨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미즈나라 같은 경우 개성이 굉장히 강해 맛을 살리기 어렵다. 100% 미즈나라로 숙성시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캐스크를 조합해 현재 품질에 부응하고 있다.”
―쿠라요시 증류소 제품은 상이나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이유가 뭔가.
“위스키 전문가 짐 머레이가 마쓰이 싱글몰트 사쿠라 캐스크 위스키를 2020년 ‘위스키 바이블’에 92.5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추천하기도 했고, 미즈나라 캐스크는 ‘2020년 최고의 일본 싱글몰트 위스키’로 선정하기도 했다. 가나가와 해변 파도가 특징인 ‘더 피티드’는 2019년, 2020년 샌프란시스코 세계 주류 경연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받기도 했다. 출품하고 나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받고 나서 테이스팅 노트를 전달받기는 한다. 다만 무슨 이유로 몇 점을 받았는지, 점수표 같은 것은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 위스키는 몇몇 블렌더 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애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상품 개발을 해왔다. 이 방식이 많은 분들이 마쓰이 주조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자부한다.”
―수상 실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위스키 면허를 취득한 지 약 7~8년밖에 안됐는데 18년, 25년 숙성 제품을 내놓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이들 제품은 쿠라요시 증류소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나라, 어느 증류소에서 어떤 원액을 썼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할 의향이 있는가.
“쿠라요시 증류소는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준비했고 공부로서 많은 것을 시도했다. 그 가운데 블렌딩을 배우기 위해 직접 시도하는 과정도 있었다. 쿠라요시 18년, 25년 등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역사가 있는 것처럼 특별히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쿠라요시 증류소 설립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실험작이다. 따라서 시중에 공급되는 물량도 많지 않다. 또한 원액은 모두 일본에서 사온 것이다. 향후 쿠라요시 증류소가 100% 만들고 장기 숙성한 위스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 위스키 마니아들은 프라이빗 캐스크, 싱글 캐스크, 캐스크 스트렝스(물을 타지 않은 고도수 제품) 등 한정판 제품이나 특별판을 원한다. 언제쯤 쿠라요시 증류소에서 이런 제품을 볼 수 있을까.
“과거에 미즈나라 싱글 캐스크나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을 100병 정도 나눠서 한정 수량으로 몇 차례 판매한 적이 있다. 향후 위스키 시장에 맞춰 판매를 고려하고 있으며 한국 판매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신생 증류소임에도 국내 가장 큰 주류 체인점인 ‘와인앤모어’에 입점해 있다. 비결이 뭔가.
“와인앤모어는 위스키에 관심이 있어 쿠라요시에 직접 접촉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수많은 미팅을 통해 우리 모토에도 공감해 줬다. 마쓰이 주조 제품을 한국 시장에 맡길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쿠라요시 증류소 제품의 일본 내수와 해외 판매 현황은 어떤가.
“일본 내수는 과장을 보태 특정 기업이 90% 이상을 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가 작은 비율을 두고 다툰다. 쿠라요시는 해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태국, 중국도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도 열심히 홍보하려고 한다.”
―해외 증류소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쿠라요시는 어떤가.
“2018년 일반인 공개를 시작했다.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현재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투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증류소가 지어지고 한국 위스키를 출시하고 있다. 비교적 젊은 증류소인 쿠라요시가 이제 출발한 한국 증류소들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스키를 제조하는 데 있어서 증류소를 짓는 입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자연 친화적일 것, 연교차(한난차)가 클 것, 원료인 물의 품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위스키 산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야마자키 증류소가 약 16개, 카발란 증류소가 20개 정도 증류기를 보유했다고 알려졌다. 쿠라요시는 현재 5개인데 앞으로 증류기를 더 늘릴 계획도 있나.
“일본 위스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증설에도 투자하고 있으며 증류기도 더 늘릴 계획이 있다.”
―쿠라요시 증류소의 모토가 있다면.
“우리에겐 술 제조를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모토가 있다. 감동할 수 있는 술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노력하고, 이를 통해 만든 술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100년 후에도 살아있는 메이커가 되기 위해서라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시대 변화에 대응해 많은 것에 도전해 보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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