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발생한 100년 내 최악의 자연재해', '동일본 대지진을 뛰어넘는 인명피해' 등 기록적인 수식어들이 나오는 상황 속에서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에 상황 대해 긴급하게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
최초 진앙지인 가지안테프를 찾은 제작진 앞에 가장 먼저 펼쳐진 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인 집단 장례식 현장이었다. 흙으로만 겨우 덮인 무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반대편에선 각종 중장비를 동원한 수색작업이 한창이었다.
생존자를 찾는 작업과 희생자를 묻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열악한 상황 속 쭉 늘어선 무덤을 바라보던 압둘라 씨는 여기 일곱 구의 시신 전부가 자신의 가족이라고 말한다.
행여 있을 생존자를 찾는 작업도 더디기만 했다. 건물 밑에 깔린 생존자의 희미한 구조 요청 소리가 들려오면 사이렌 소리로 요란하던 현장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모두가 생존자의 옅은 숨소리 하나에 의존해 겨우 수색을 이어가는 상황. 기적적인 구조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추가 붕괴 위험으로 철수를 결심한 현장에는 또다시 슬픔의 적막만이 감돌았다.
현지에서 제작진이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지진 직후의 상황을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간절하게 구조를 요청해도 누구 하나 응답하지 않았다며 도대체 정부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는다.
35시간만의 뒤늦은 비상사태 선포, 불법 건축물 사면 제도, 6조원 규모 지진세의 묘연한 행방에 이르기까지 이번 사태가 격렬한 천재에다가 정부의 무능이라는 인재가 더해진 참사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6년 전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와 식당일을 하고 있는 데블릿 카라씨. 그는 자신의 가족 대부분이 지진이 강타한 카흐라만마라스 지역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에 두고 온 큰 딸과는 연락이 닿지 않아 생사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황. 현지에서 취재 중이던 제작진은 어렵게 그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삶의 터전은 물론 삶의 의미마저 앗아가 버린 기록적 강진. 대재앙이 휩쓸고 간 그 땅에 남겨진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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