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法治)와 안민(安民)의 구도
그런 의도라면 잘 준비된 공격이 마련돼야겠지만 난데없는 견제가 들어왔다. 2월 22일의 경기도청 압수수색 얘기다. 3년 전 퇴임한 사람(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흠결을 찾겠다고 없어진 사무실, 존재하지 않는 저장 장치를 뒤졌다. 경기도에 따르면 검찰은 도지사 컴퓨터를 포렌식 했지만 어떤 것도 가져가지 못했다.
전임 평화부지사 혐의에 대한 증거수집이라지만 경기도 정가에서는 한목소리로 “김동연 개인에 대한 견제”라는 반응이다. 김동연이 2월 중순 대통령을 언급하며 ‘윤석열 리스크’라고 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임 도지사 사람들이 떠난 경기도를, 그것도 청사, 집무실까지 옮긴 상태에서 압수수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평화부지사가 존재하지 않자 사람도 사무실도 당시 컴퓨터도 없는 경제부지사실과 도지사실을 압수수색한 정황에서 김동연에 대한 견제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광역 지자체장 중 하나인 김동연은 왜 견제받을까. 왜 권력에 눈 밖에 났을까. 일각에서는 “현 정권에 결여된 걸 김동연은 가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취임 8개월, 김동연에게는 도정밖에 없었다. 현 정권이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 자기편 줄 세우기, 해외순방 관련한 언론과의 힘겨루기에 나설 때 김동연은 경기도만 봤다. 그에게 도민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관료사회에선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도민에게 김동연은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는 도민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 자신이 그리는 도정을 통해 도민에게 희망을 주려했다. 그 과정에서 정권의 대척점에 놓였다. 정권이 법치와 상식을 말하며 국민의 고통을 차선에 둘 때 김동연은 최우선 과제로 ‘안민(安民)’을 말했다.
가스요금 인상으로 국민이 고통 받자 윤석열 대통령은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공염불에 가까웠다.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그것도 특정 연료로 난방을 하는 계층으로 지원에 제한을 뒀다. 지원 시기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자 민생이 어디 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때 김동연은 이미 1차 난방비 지원을 마쳤다. 그의 눈엔 보육시설에 머무는 어린이와 경로시설 노인들이 보였다. 보다 폭 넓게, 한명이라도 더 살피라는 지시가 실무 부서에 내려졌다.
재정건전성이라는 보수의 황금률에 김동연은 반기를 들었다. 기재부가 재정 쌓기에 천착할 때 김동연은 재정을 풀기를 바랐다. “재정건전성보다 국민이 우선이다”라고 언론 앞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이런 발언이 가능했던 건 김동연이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동연의 말을 반박하는 관료는 없었다. 김동연은 30년 이상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해온 인물이다. 보수정권에서도 진보정권에서도 김동연은 실력으로 중용됐고 기재부장관과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했다.
김동연은 정부와 달랐다. 그는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김동연은 유족과 국민에게 가장 먼저 사과했다. 서울시가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분향소를 만들겠다며 유족이 세운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하자 “피해자를 차가운 지하에 가두지 말라”고 일침했다.
경기도에서 일어난 참사였어도 그럴 수 있었겠냐며 “그럼 경기도에 분향소를 만들자고 하면 만들겠냐” 라는 질문을 받자 “유족이 원한다면 얼마든 원하는 곳에 만들겠다”고 되받아쳤다. 이미 경기도청에는 분향소가 있었다. 아들을 잃었던 김동연은 자식 잃은 슬픔을 자기 것처럼 받아들였다.
김동연은 약자의 편이었다. 경기 둔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투자와 예산이 제자리 걸음을 할 때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며 그가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서기를 원했다. 김동연이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하자 작가의 어머니는 “그냥 드리겠다”고 했다. 그만큼 장애인들의 활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김동연은 작품비를 손수 지불하며 “작품 활동의 동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동연의 손은 장애인을 사회 안으로 끌어당겼다.
지금 김동연은 자신의 브랜드를 ‘기회’로 잡고 있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임기 내 100조원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지속 가능한 기회를 위해선 경제 기반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 기회 안에는 지금껏 내세우지 않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
김동연은 지난 8개월 동안 장애인, 수재민, 학교 밖 청소년, 노인, 사회적 참사 유족,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등과 만났다. 아픔을 공감했고 고통을 덜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착된 부조리,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 김동연의 발은 어두운 곳을 향해 걷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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