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카카오‧하이브‧SM 일부 지분 자회사 통해 보유…“지분 규모 크지 않아 영향력 발휘 한계” 시각도
SM 경영권을 누가 확보하든지 SM은 중국 자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가 카카오, 하이브, SM의 일부 지분을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SM의 경영권 분쟁은 SM 주주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서 시작됐다. SM 지분을 1% 남짓 갖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SM이 동종기업 대비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며, 그 요인으로 이수만 전 총괄의 개인회사와 SM의 계약을 지적했다. 이수만 전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은 SM 매출액의 6%를 가져가고 있다. 또 2019년 당시 SM 지분 7.59%를 보유하고 있던 KB자산운용은 “SM은 영업이익 46% 규모의 인세를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100% 지분을 가진 라이크기획에 지급하고 있다”며 “이수만 총괄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SM에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2022년 10월 SM과 이수만 전 총괄은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올해 1월 이수만 총괄의 처조카인 이성수 대표이사는 얼라인파트너스와 함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기존 이수만 전 총괄 중심이었던 프로듀싱 체제에서 멀티 프로듀싱을 도입하고 이사회를 개편하겠다는 것이 합의문의 주 내용이다. 또 SM 경영진은 이수만 전 총괄을 배제한 ‘SM3.0’ 전략을 발표하고,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지난 7일 SM은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식을 새롭게 발행해 카카오에 판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하게 되고, 2대 주주가 된다.
이에 이 전 총괄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SM의 지분 매각은 최대주주(이수만) 동의 없이 결정된 것”이라며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게 민형사상 모든 법적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괄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신주‧전환사채의 제3자 발행은 상법과 정관을 위반한 것이라며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10일에는 이 전 총괄이 자신이 보유한 SM 주식 18.45%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날(22일)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 14.8%의 대금을 납부하고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하이브는 오는 3월 1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소액주주의 지분 25%를 추가 취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이브가 소액주주에게 제시한 가격은 주당 12만 원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에 대해 “공개매수 가격 12만 원은 SM의 ‘SM3.0’ 멀티프로듀싱 전략 실행을 가정할 때 기대되는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 사업, 비영업자산, 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업사이드 감안시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SM 주가가 13만 원을 돌파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 22일 SM 주가는 12만 1100원에 마감했다.
이 전 총괄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변수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가 예정대로 SM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고,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의 SM 인수 가능성은 낮아진다.
SM 경영권이 누구에게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찌됐든 SM이 중국 자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중국 3대 빅테크 기업 중 하나인 텐센트는 자회사를 통해 카카오, 하이브, SM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의 자회사인 막시모는 카카오의 지분 5.93%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의 지분 18.2%를 넷마블이 갖고 있는데, 넷마블의 지분 17.52%를 텐센트의 자회사인 한리버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중이다.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카카오가 SM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면 SM 역시 텐센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M 최대주주인 하이브도 넷마블을 거쳐 텐센트와 연결돼 있어 어떤 기업이 SM 쟁탈전에서 승리하든 결국 SM에도 텐센트의 영향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텐센트가 콘텐츠 사업에서 역량 있는 국내 기업들에 다 투자를 한 것 같다”며 “단순 투자인지 아니면 경영권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인지는 향후 한국 콘텐츠 사업에 어느 정도 진출할 것인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텐센트가 추가로 지분을 매입한다면 한국 콘텐츠 사업에 더 많이 진출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이는 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텐센트의 지분이 크지는 않고, 한한령(한류금지)이 있는 이상 텐센트 입장에서도 중국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텐센트가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한한령이 해제되면 텐센트가 적극적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텐센트는 향후 어떤 쪽이 더 유리할지 분명히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라며 “텐센트가 북미‧영미권까지도 진출할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미권 공략에 성공한 하이브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텐센트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은 지분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지분으로 텐센트의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텐센트가 투자자로서 돈은 벌었겠지만 한국 엔터사의 경영이나 콘텐츠 생산에 관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오전 이수만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이 전 총괄 측은 경영권 다툼을 위한 신주발행은 위법임을 주장했고, SM 측은 주주이익을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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