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기대 이하 흥행 성적…‘예습’해야 하는 MCU 작품 너무 많다는 지적도
물론 관객 수만으로 단순 비교할 순 없다. 스크린 점유율과 좌석 점유율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을 압도적으로 점유해 상영 횟수가 많으면 그만큼 관객 수도 늘기 때문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개봉 첫날 스크린 수가 2797개로 상영 횟수도 1만 115회나 됐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2월 15일 2090개의 스크린 수에 9114회의 상영 횟수를 기록했다. ‘아바타: 물의 길’ 수준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크게 부족하지도 않은 수치다.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스크린 점유율은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첫날 50.7%를 기록한 데 반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33.0%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개봉 첫날 스크린 점유율은 극장가의 기대치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극장 입장에선 관객이 더 많이 들 것으로 보이는 영화에 하나라도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하는 터라 기대감이 큰 영화일수록 개봉 첫날 스크린 점유율이 올라간다. 개봉 이후 흥행이 탄력을 받으면 스크린 점유율이 더 올라가지만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하면 스크린 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든다. 다시 말해 ‘아바타: 물의 길’에 대한 극장가의 기대치가 50.7이었다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33.0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개봉 첫날 흥행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인 수치는 좌석 점유율이다. 그 영화에 극장이 내준 좌석이 얼마나 채워졌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61.8%로 ‘아바타: 물의 길’의 76.7%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개봉 첫날 100석 규모의 상영관에 ‘아바타: 물의 길’이 77명가량의 관객이 들었다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62명가량만 들었다.
첫 주말 성적은 더욱 처참하다. 일요일인 2월 19일까지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누적 관객 수는 86만 2957명으로 100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 첫 주말 189만 3957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그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전작 ‘앤트맨과 와스프’가 기록한 544만 명 동원도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이제 극장가는 연중 가장 비수기라 불리는 3월에 돌입한다.
개봉 일주일 뒤인 2월 22일 개봉한 한국 영화 ‘카운트’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한국 영화계는 유독 마블 영화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어지간한 기대작은 마블 영화 개봉 시점을 최대한 피해 개봉하려는 경향이 짙다. 오랜 기간 이어진 마블 영화의 흥행 독주가 얼마나 한국 영화계에 트라우마가 됐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와 대적하는 한국 영화는 진선규의 첫 주연 데뷔작 ‘카운트’로 티켓 파워가 보장된 톱스타급 배우가 출연하거나 제작비가 대거 투입된 기대작은 아니다. 그렇지만 개봉을 앞두고 영화가 잘 나왔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관객 반응이 미지근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와 묘한 대조를 보여왔다.
2월 22일 일별 박스오피스 1위는 5만 6214명을 동원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로 ‘카운트’는 3만 8066명으로 2위다. 이제 두 영화 모두 공개돼 관객들의 선택을 받게 됐다. ‘카운트’가 좋은 입소문을 타며 2022년 5월처럼 또 한 번 한국 영화가 마블의 벽을 뛰어 넘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2년 5월 4일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하면서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개봉을 피한 상황에서 5월 18일 ‘범죄도시2’가 용감하게 개봉했다. 결국 흥행 대결은 588만 명 대 1269만 명으로 ‘범죄도시2’가 대승을 거뒀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의 부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영화로 인식돼 왔다. MCU는 페이즈3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는데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홈커밍’, ‘블랙 팬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캡틴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희대의 흥행작들이 당시 개봉됐다. 그렇지만 ‘블랙 위도우’로 시작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까지 이어진 페이즈4를 통해 MCU는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을 받으며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페이즈3를 통해 어벤져스 시리즈가 사실상 끝이 났고 막강한 빌런 타노스도 사라지면서 페이즈4는 일종의 전환기라는 한계가 분명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 수익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분명했다. 이제 엔데믹에 접어든 2023년 MCU는 페이즈5를 통해 확실한 재기를 시도하고 있는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그 시작점이다. MCU는 타노스를 대신할, 타노스보다 더 강력한 빌런인 ‘정복자 캉’을 처음 등장시켰다. MCU 팬들 입장에선 주인공인 앤트맨보다 정복자 캉을 더 기다렸을 정도다. 그렇지만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흥행 성적은 기대 이하 수준이며 관객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항간에선 MCU 영화를 보려면 기존 개봉작은 물론이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되는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다 봐야 한다는 부분이 이제는 관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CU는 마블의 다양한 히어로와 빌런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해내며 전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아 왔다. 어벤져스 시리즈라는 최고의 흥행작이 만들어진 비결이기도 하다. 문제는 미리 봐야 할 게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MCU 팬이라 개봉작은 빠지지 않고 관람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부터 관람을 중단했다”며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앞선 개봉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기본,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완다비전’까지 봐야 한다는 데 ‘완다비전’을 못 봐 나중에 보려고 미뤄뒀다가 그 여파로 이후 개봉작들도 연쇄적으로 못 보고 있다. 나와 비슷한 영화팬들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된 MCU의 장점은 한 번 빠지면 계속 차기작을 보게 된다는 점이지만, 단점은 한 번 관람을 중단하면 차기작을 계속 못 보게 된다는 부분이다. 최근 이런 치명적인 단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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