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테마에 이름 올리며 주가 띄우고 무자본 M&A로 대우조선해양건설 품어…검찰 수사 급물살
2월 10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 중구 티타워 내 대우조선해양건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22년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회장의 자택과 한국코퍼레이션(현 엠피씨플러스), 한국테크놀로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추가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 검찰은 콜센터 운영대행업체인 한국코퍼레이션 경영 과정에서 김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르면 3월 중에 김용빈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직원 월급 체불하고 본인은 흥청망청
김 회장은 한국코퍼레이션그룹의 실제 소유주였다. 2022년 9월 30일 기준 공시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의 대주주는 한국이노베이션. 한국이노베이션 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나머지 50%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홀딩스도 김 회장이 대주주다. 2017년 12월에는 한국코퍼레이션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베스트먼트뱅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에도 성공하며 한국코퍼레이션그룹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자회사인 데이원자산운영을 통해 농구단 운영도 시작했으며, 대한컬링연맹 회장과 대한체육회 이사직도 맡았다.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는 행보다.
하지만 전형적인 ‘무자본 M&A(인수합병)’에 불과했다. 2018년 한국코퍼레이션 유상증자 당시 빌린 돈으로 증자 대금을 납입한 뒤 유상증자가 완료되자 이를 인출해 차입금을 변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20년 3월에는 한국코퍼레이션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미공개 중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보유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는다.
김 회장은 특수관계사에 회사 자금 81억여 원을 대여한 혐의(상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5~2019년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홀딩스에 한국테크놀로지 자금 81억여 원을 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2년 4월 벌금형이 확정됐다.
김 회장이 소유 회사들의 자금을 주머니처럼 활용하는 동안, 회사들은 상황이 악화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임금 체불 등이 이어지며 결국 회생절차가 시작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코퍼레이션은 감사인의 의견 거절이 누적돼 2021년 1월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됐다. 한국테크놀로지 역시 최근 매출액 기준 30억 원 미만으로, 2월에 거래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그 사이 김용빈 회장은 흥청망청 회사 돈을 쓰고 다녔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직원들의 월급은 수개월 동안, 약 30억 원 넘게 체불하는 동안 강남의 백화점과 유흥가에서 수백만~수천만 원씩 쓴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테마주로 엮이는 사이에 차익실현?
자본시장에서는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업계는 2022년 한국테크놀로지를 둘러싼 각종 테마주 편승과 주가조작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테크놀로지가 2022년 리튬 관련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급등하는 사이, CB(전환사채) 투자자 등 특정 세력들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2022년 12월 5일 인동첨단소재와 볼리비아 리튬 개발 사업 업무협약(MOU·양해각서)을 체결했다며 ‘리튬 테마주’에 올라탔다. 그 직전에는 전자부품과 통신기기 및 방송장비를 제조·판매하는 한국테크놀로지가 돌연 네옴시티 관련주로 묶이기도 했다. 10월만 해도 7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리튬 관련 호재를 앞두고 1350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인동첨단소재와의 MOU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2월 6일, 특정계좌(기타법인)에서 한국테크놀로지 주식(508만 6791주)이 한 번에 매도됐다. 특정계좌의 대량 매도에 주식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하락해 한 달여 만인 1월 6일 주가는 330원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 주요 투자자들은 모두 손을 털고 나갔다. 21회차, 22회차 CB를 인수한 패스트와 아시아어드바이저는 대량 매도를 했고, 상상인저축은행과 김용빈 회장도 지분을 대부분 처분했다. 21회와 22회차 CB 전환가액은 770원 수준. 1300원대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110억 원이 넘는 차익을 누린 것으로 추정된다.
호재로 개미 투자자들을 유혹한 뒤, 검찰 수사 등을 염두에 두고 현금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인동첨단소재의 경우 대표가 구속된 것을 고려할 때, 자본시장에서는 ‘보도자료 배포가 부정거래를 위한 목적’이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테마주 만들어냈다’는 의혹
한국테크놀로지는 ‘테마주’로 이미 유명했다. 앞서 언급한 리튬과 네옴시티 외에도, 윤석열 테마주와 태양광 테마주에도 올라탄 적이 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던 2020년 4월 즈음, 윤석열 대통령과 친구로 알려진 서울대 동문이자 판사 출신인 문강배 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ESG(환경보호·사회공헌·지배구조) 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한다. 이 소식과 함께 한국테크놀로지는 윤석열 테마주가 됐다.
문 변호사는 2008년 BBK 사건 특별검사보로 일했는데, 당시 대검 연구관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BBK 특검팀에 파견돼 문 변호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문강배 변호사와 김용빈 회장 모두 1000만 원씩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에게 고액 후원을 하기도 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테마주 관련 보도에서 관계자발 멘트로 “윤석열 대통령이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집중 투자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건설 강화 정책에 따라 수주를 대폭 늘리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시장에 흘리기도 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발생한 뒤에는 재건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태양광 테마주로 거론되기도 했다.
자본시장에서는 ‘테마주’로 개미 투자자를 현혹시킨 한국테크놀로지의 주가 부양 방식이 제대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빈 회장을 잘 안다는 CB 투자자는 “김용빈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이 있다고 얘기하고 정권 핵심들과도 가깝다고 허풍을 떨고 다니면서 감투를 자꾸 늘려갔다”며 “여러 회사를 인수하면서 주목받았지만 테마주에 무리하게 엮여서 주가를 띄우려다 보니 이렇게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것 아니겠나. 최근 주식시장에서 세력들이 어떻게 개미 투자자들을 현혹해 수익을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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