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와 증권사 신용융자 인하 흐름…기존 대출자 부담과 투자자예탁금 편취 논란은 여전
#이미 대출 받은 사람들은요?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돈잔치’ 논란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질타를 받은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이들의 이자 부담 감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은행들이 발표하는 대출금리 인하는 신규 기준이어서 기존 대출에는 반영되지 않거나 설령 반영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줄었다. 신규보다 기존 대출의 이자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대출 기준 예대금리차(대출 평균과 저축성예금의 차이)는 지난해 평균 1.52%포인트(p)로 전년(1.8%p)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잔액대출 기준으로는 2.55%p로 전년(2.21%p)보다 더 높아졌다.
지난해 은행 이익 급증에 기여한 요인 가운데 주목할 부분이 요구불예금과 신용대출 부분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일반 저축성예금 대비 이자가 적다. 지난해 0.52%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3%대 중반인 저축성예금보다는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들은 이른바 저원가성 조달로 요구불예금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2014년까지 11%를 넘지 못하던 요구불예금 비중은 지난해 18.7%까지 높아진다.
2017년 이후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금융 규제를 강화하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막히자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하려는 수요가 몰렸다. 예금은행 기준 대출잔고는 2016년 말 주담대 433조 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175조 원이었다. 지난해 말, 이 수치는 각각 644조 원과 258조 원이다. 기타대출 증가율이 47%로 주담대(45%)를 웃돌았다.
주담대보다 신용대출 금리는 더 크게 올랐다. 신규 기준 2022년 말 가계 신용대출 금리는 6.27%로 전년 대비 2.2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금리는 1.3%p 올랐다. 잔액 기준도 신용대출 금리는 2021년 3.77%에서 지난해 6.22%로 2.45%p 뛰었다. 주담대는 2.77%에서 3.83%로 1.06%p 움직였다.
#증권사 신용융자로 ‘떼돈’…증권금융이 숨은 공신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 등 금융투자상품 이자와 수수료율 지급 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개 증권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이 1조 5969억 원에 달한다. 증시 하락으로 전년보다 11%가량 줄었지만 엄청난 액수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4~10%대로 평균이 7% 이상이다.
증권사들은 보통 단기자금을 조달할 때 기업어음(CP)을 발행한다. CP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한때 5% 중반까지 올랐지만 최근 4%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줄곧 2% 미만이었다. 자금조달원가와 대출금리 차이가 엄청나다.
그런데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자금을 한국증권금융에서도 조달한다. 2020년 6.4조 원, 2021년 8.5조 원으로 당해 신용융자 자금의 3분의 1 이상이다. 증권금융의 증권유통금융융자대출 금리는 2020년 0.73~2.43%, 2021년 0.97~2.07%다. 중간 값으로 각각 1.58%, 1.52%로 CP금리보다 낮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신용융자 이자율 하락 압박에 일단 응하면서도 인하폭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은행보다 부진했고 금리 상승으로 신용융자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적 부진은 채권가격 하락(금리상승)에 따른 투자손실로 신용융자와 관련이 적다. 조달금리도 최근 안정됐다. 그럼에도 가산금리는 다른 금융상품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신용융자는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비율 하락 시 반대매매로 원금 회수가 가능해 부실에 대비한 비용 부담이 적다.
금감원은 신용융자 이자율과 함께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예탁금 이자의 지급체계도 점검하기로 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금융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되지만 발생하는 수익 대비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돈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증권금융에서 거둔 예탁금의 평균이익률(연평균 신탁운용잔고 대비 신탁이익액)은 2022년 1.94%다. 최근 4년 평균은 1.39%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예탁금이용료율은 2020년 말 평균 0.18%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평균 0.37%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정기예금 금리에 한참 못 미친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국내 30개 증권사는 2019~2022년 예탁금으로 2조 4670억 원을 벌었지만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 원에 불과했다. 이용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걷는 구조가 된 셈이다.
투자자예탁금 이자의 증권사 편취 논란은 10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감사원이 문제를 지적했고 2013년 금융위원회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한다며 금융투자협회 규정을 손질했다. 지금도 유지되는 기준을 보면 예금자보험료, (금감원) 감독분담금, 지급결제 관련 비용, 인건비, 전산비, 그 밖에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예탁금 관련 비용 등을 합산한다.
규정 자체가 모호해 사실상 증권사들이 임의로 떼어가던 그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를 개선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협회의 모호한 규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이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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