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는 지난달 26일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안에는 폭행과 협박이 없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법무부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신중검토 의견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여가부는 기본계획 발표 9시간 만에 “비동의 간음죄 개정 검토와 관련해 정부는 개정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발표 내용을 정정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5년에 한 번 장관과 국무총리를 다 모아 놓고 심의 절차를 거쳐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토론하고 위원회 심의까지 거쳐 양성평등 기본계획이 발표된다”면서 “법무부가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는 공지를 낸 지 3시간 만에 여가부가 개정 계획이 없다고 알렸는데 이게 논의하겠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짜 개정 계획이 있었다면 법무부 장관이 뭐라고 했든 정부는 국무총리가 심의위원회를 거친 공식 문서대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여가부는 지난 1월 제3차 양성평등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동의 간음죄 검토 계획을 밝혔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반발이 있자 반나절 만에 이를 번복했다”면서 “정부 부처가 사안마다 100% 같은 의견을 낼 수는 없겠지만 여가부가 우왕좌왕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킨 건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장관은 “동의·비동의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기에 피고인의 방어권과 증명 책임에 대한 전가와 관련해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해달라”며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세 분이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논의해서 통과시켜 주신다면 여가부는 수용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백혜련·소병철 민주당 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비동의 간음죄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