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예매율 1위·예매관객 10만 돌파…막강 팬덤 힘입어 BTS 영화 스코어도 앞질러
3월은 전통적으로 연중 극장가 비수기로 꼽히는 시기이지만, 임영웅의 영화가 개봉하는 올해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임영웅이 2022년 전국 9개 도시에서 벌인 전국투어 콘서트의 피날레인 고척스카이돔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3월 1일 개봉하기 때문이다. 전국 투어에 얽힌 뒷이야기, 열혈 팬덤 ‘영웅시대’의 활약상 등이 102분 분량으로 담겼다.
‘영웅시대’의 힘은 예매 순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예매율 1위에 올랐고, 동 시기 경쟁작들을 일찌감치 따돌리고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인기 K팝 그룹의 공연 실황으로 구성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지만 K팝이 아닌 트롯을 내세운 임영웅의 출격이 극장가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스크린에서도 ‘영웅시대’ 파워
임영웅은 방탄소년단과 더불어 국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로 꼽힌다. 2020년 TV조선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으로 얻은 인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2022년 5월 발표한 정규앨범 ‘아임 히어로’는 누적판매량 114만 장을 돌파했다. 음반 매출로만 170억 원 이상을 거뒀다. 이는 2022년 솔로 가수의 앨범 판매로는 최고치다.
임영웅은 전국투어 콘서트로도 저력을 증명했다. 5월부터 12월까지 전국 9개 도시에서 총 27회 공연을 진행해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차트를 움직이는 K팝 그룹 못지않은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만큼 이번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극장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40·50부터 60·70세대에 이르기까지 중‧장년층 사이에 고르게 포진한 임영웅의 팬덤 ‘영웅시대’는 BTS의 팬덤 ‘아미’ 못지않은 탄탄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이들은 임영웅의 전국투어 콘서트를 여러 번 관람하는 ‘N차’의 힘까지 보여줬다.
임영웅의 극장 출격에 이미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2월 23일 기준 예매 관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까지 엿새가 더 남았지만, 예매율은 계속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예매 관객 수에서 히어로 시리즈의 명가 마블스튜디오가 새롭게 선보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를 2배 차이로 앞지른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23일 현재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예매 관객은 5만 5000여 명으로,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방탄소년단의 최근 기록까지 뛰어넘어
임영웅보다 한 달 앞선 2월 1일, BTS는 영화 ‘옛 투 컴 인 시네마’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의 콘셉트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22년 BTS가 200여 나라(지역)에서 진행한 월드투어 ‘BTS 옛 투 컴 인’ 가운데 피날레 무대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공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실제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멤버들의 클로즈업, 다양한 앵글로 바라본 공연 전체를 3개 면의 스크린으로 구현해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영화다.
하지만 BTS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개봉 이후 관객 동원 흐름은 ‘무난한’ 수준이다. 개봉하고 22일 동안 누적관객 9만 2000명을 기록했다. 반면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예매 관객만으로 10만 명을 돌파한 상황. 아직 개봉조차 하지 않은 임영웅의 영화가, 한 달 가까이 극장에서 상영 중인 BTS 영화의 스코어를 넘어서는 ‘이변’을 연출한 셈이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를 향한 흥행 기대감은 SNS를 통해서도 직감할 수 있다. ‘부모님의 부탁으로 영화 티켓을 예매해 드렸다’는 내용의 글들이 각종 게시판과 SNS에 쉼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임영웅 팬덤인 ‘영웅시대’에는 나이 지긋한 장년층 여성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어, 영화 티켓 예매는 자발적인 ‘효도’로도 인식되는 분위기다. 개봉 초반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면 오랜만에 중‧장년층 관객들이 극장에 몰려나오는 이색적인 풍경까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임영웅, 비수기 극장가의 구원투수 될까
영화계에서는 임영웅의 힘이 과연 극장가에서도 발휘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기대를 모았던 ‘교섭’, ‘유령’ 등 영화들이 저조한 성적에 머물고 퇴장하고, 연중 최악의 비수기로 꼽히는 3월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막강 팬덤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뜻밖의 활력을 불어넣지 않을까 기대감도 형성된다.
제작진은 영화 제작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공을 들였다. 14대의 시네마틱 카메라를 동원해 공연의 스케일을 그대로 담았고, 이를 3개의 스크린을 활용해 상영하면서 현장감을 유도한다. 임영웅 역시 어디서도 쉽게 풀어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낸다. 무명의 트롯 가수였다가 ‘미스터트롯’을 기점으로 유명 스타로 등극했고, 이제는 ‘국민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다는 고백이다. 그러면서 “마치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도 밝혔다.
흥행 기대치를 높이는 ‘호재’도 있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마블 시리즈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화력이 예상치를 밑돌기 때문. 개봉 2주째에 가까스로 관객 100만 명을 동원했다. 또한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등 기존 마블 시리즈와 비교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한 스토리와 완성도 역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오히려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의 진정한 경쟁작은 같은 날 개봉하는 ‘대외비’가 될 전망이다. 1992년 부산을 배경으로 만년 국회의원 후보(조진웅 분)와 정치판의 숨은 실세(이성민 분), 행동파 조폭(김무열 분)이 벌이는 범죄 드라마다. 밀도 있는 이야기를 무기로 내세운 작품이지만, 최근 극장가에서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블록버스터도 줄줄이 참패하는 탓에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주연작과 트롯 가수 임영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맞붙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만약 임영웅이 우위를 잡는다면, 가요계와 공연계를 넘어 영화계에서도 ‘영웅시대’가 열리게 된다. 결과를 떠나 대결 자체로도 흥미로운 상황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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