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변협에 과징금 부과하며 로톡 손 들어줘…대한변협 측 공정위 결정 불복하며 법적 대응 나설 듯
#로톡 손 들어준 공정위
2월 23일 공정위는 대한변협·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로톡의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억 원(잠정)을 부과하겠다고 결정했다. 매우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보고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10억 원을 두 단체에 각각 부과했다. 두 단체는 공정위 시정명령에 따라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한테 탈퇴하도록 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앞으로 다시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만 부과됐다. 대한변협·서울변회가 법령을 따르지 않고 소속 변호사의 표시·광고를 제한해 표시광고법도 어기긴 했지만, 동일한 행위인 만큼 과징금을 중복으로 부과하진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변협은 로톡 이용 규제를 위해 2021년 5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변호사 윤리장전 등을 제·개정했다. 이후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로톡 가입 변호사 1440명에게 소명서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변회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인 2021년 5월부터 소속 변호사들에게 로톡 탈퇴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로톡 중단을 종용했다.
대한변협은 2021년 8월 24일 법무부에서 ‘로톡 서비스는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음에도 소속 변호사들에게 소명 및 탈퇴를 계속 요구했다. 실제로 2022년 10월 변호사 9명에게 최대 과태료 300만 원의 징계를 의결했다. 신동렬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대한변협·서울변회의 행위는 상호 경쟁 관계에 있는 변호사들이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인 광고를 제한하는 행위로서, 변호사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도 제한했다. 동시에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정부의 늑장 대응이 ‘로톡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협·서울변회는 2015년부터 로앤컴퍼니를 수차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과 검찰 모두 불송치나 불기소를 결정했다. 그러자 두 단체는 변호사 징계라는 방법을 통해 강경 대응을 멈추지 않았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2021년 8월부터 “로톡 서비스는 합법”이라고 변협에 공개 경고하며 압박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갈등을 봉합하진 않았다. 이번 공정위 사건도 로앤컴퍼니가 2021년 6월 신고하면서 시작돼 약 2년 만에 마무리됐다.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서울변회와 갈등을 겪는 동안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2월 17일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고 한다. 직원 50% 감원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고, 2022년 6월 서울 강남역 인근 사무실로 확장 이전한 사옥을 내놓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대한변협 법적 대응 예고
공정위 결정에 대해 로앤컴퍼니 측은 “2월 27일 취임을 앞둔 김영훈 대한변협 신임회장은 ‘로톡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최소한의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대한변협이 이번 공정위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본 사안의 최종적인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로톡이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집행부를 탄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부에서 나왔다. 이덕규 대한변협 대의원은 SNS(소셜미디어)에 “대한변협에 대해 과징금 결정이 내려졌다. 어떻게 이렇게 변협이 만신창이가 됐는지 부끄럽다. 전, 현 변협 집행부가 사과하고 본인들이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면 모를까, 앞으로도 그전과 마찬가지로 눈 가리고 귀 막고 독불장군처럼 나가겠다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한변협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중개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의 근거가 되는 규정을 제정해 소속 변호사들에게 안내한 행위는 근본적으로 국가의 행정행위에 해당하며,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 이는 공정위의 관장 사항을 벗어난다”며 “공정위가 결과를 정해 놓은 상태에서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심사를 진행해 부당하게 제재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정위는 “공익적 성격을 갖고 수행한다고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되거나 법무부 등 다른 국가 기관과 동일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법무부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로톡 서비스는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고, 따로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반박했다. 이어 “불복은 피심인의 권리다. 대한변협이 불복한다면 저희도 최선을 다해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장관 판단만 남은 ‘로톡 사태’
윤석열 정부는 8년째 지속 중인 ‘로톡 사태’ 해결을 위해서 중재자로 나섰다. 1월 18일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로톡 사태’로 인해 신성장 산업의 성장이 가로막혔다고 보고 관련 규제개혁 방안 마련에 나섰다. 1월 27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과 법무부,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과 로톡 중재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서 비공개 논의를 했다. 정부 차원에서 대한변협과 로톡 갈등 중재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후 공정위에서 차일피일 미뤄왔던 로톡 관련 결정을 내린 것이다(관련기사 [단독] ‘제2 타다 사태’ 우려? 정부, 대한변협-로톡 갈등 중재 나섰다).
이제 한동훈 장관의 판단만 남았다. 2022년 12월 로톡 가입 이유로 대한변협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변호사 9명은 법무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한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3월 8일까지 이의신청서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동안 한 장관이 다른 사안들에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로톡 사안에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무적 판단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로톡 서비스는 합법’이라는 법무부 판단이 윤석열 정권에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관련기사 석연찮은 강공에 설만 무성…대한변협 ‘로톡 변호사’ 징계 막전막후).
윤석열 정부로선 대한변협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대한변협 회장은 대법관, 검찰총장,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등 법조계 주요 인사들의 추천권을 갖고 있다. 이번 대한변협 회장 임기 내에 대법관 14명 중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헌재 재판관 9명 중에서도 6명이 퇴임한다. 2023년 2월 기준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이, 대법관 14명 중 8명이 진보 성향으로 평가된다.
김영훈 신임회장과 한동훈 장관이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사법연수원(27기) 동기라는 점도 거론되긴 하지만 둘의 사이가 그렇게 가깝지는 않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27기 출신 한 변호사는 “김영훈 신임회장은 1964년생이고, 한 장관은 1973년생이다. 아홉 살이나 차이 나고 애초에 출신도 다르다”고 귀띔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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