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 고영표 유력…김하성·에드먼은 상위 타순 고려
한국 대표팀의 투수 15명 가운데 선발은 10명이고 불펜이 5명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도 선발 10명, 불펜 5명이다.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합류한 미국은 선발 6명 불펜 9명이다.
WBC 야구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은 선발 투수 활용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2월 24일(한국시간) kt wiz와 연습 경기가 펼쳐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실전에서) 선발 투수들의 투구 이닝을 계속 늘려 대회에 출전할 3∼4명을 추리겠다”고 밝혔다.
#WBC 호주전 선발 투수는?
WBC 대표팀은 지금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전지훈련지에서 세 차례 연습 경기를 했다. 지난 16일 NC 다이노스전(8-2), 19일 KIA 타이거즈전(12-6)에 이어 23일 KT 위즈전(8-2)까지 3연승을 기록했다. 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KT와 연습 경기 전까지만 해도 공격보단 마운드가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직 몸이 덜 풀린 투수들의 들쭉날쭉한 기량으로 이강철 감독의 근심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를 상대한 대표팀 마운드는 이전보다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선발 고영표가 3이닝 무실점, 김광현이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양현종 이용찬 김원중이 각각 1이닝씩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 마운드에 오른 구창모가 2실점을 한 게 옥에 티.
9회말 대표팀 공격 때 KT 투수 대신 고우석이 등판해 대표팀 동료 타자들을 상대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연습 경기라 가능한 장면들이다. 고우석은 첫 타자 최지훈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한 후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 강백호를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총투구수는 11구.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날 9회에 등판해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2실점한 구창모 이야기를 꺼냈다.
“(구)창모는 불펜에선 좋은데 실전에선 뭔가 꼬인 느낌이다.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용찬도 1이닝 동안 25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감독은 “이용찬은 WBC 공인구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표팀은 25일 KT, 27일 LG와 두 차례 더 연습 경기를 한다. 김윤식이 아직까지 실전 등판을 하지 못했는데 25일 KT전에 김윤식이 등판하면 투수 15명 모두 한 번 이상씩 실전 등판을 마친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라고 해서 WBC대회에 모든 선수를 기용할 수 없다”며 “현재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추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WBC 본선 1라운드에서 3이닝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선발 투수다. 그런 점에서 24일 KT전에 3이닝 동안 43개의 공으로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고영표의 호투는 이 감독에게 만족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고영표의 이날 호투는 3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막을 올리는 WBC B조 1차전 호주전 선발 등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감독은 “호주전 선발 투수를 정한 건 아니지만, 호주 선수들이 호주프로리그에 참여한 질롱 코리아 언더핸드 투수들의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더라”면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옆구리 투수’ 고영표의 선발 등판을 시사했다.
우완 고영표는 낯선 유형의 사이드암 투수다. 140㎞/h 안팎의 투심 패스트볼을 기본으로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특히 110㎞/h 대의 체인지업은 엄청난 낙폭 덕분에 타자들이 알고도 헛스윙하는 경우가 많다.
NC, KIA와 연습 경기 때만 해도 투수들의 페이스 난조로 근심이 깊었던 이강철 감독은 KT전을 통해 비로소 선발 투수 구상에 근접한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두 차례의 연습 경기를 마치면 일본에 입성하기 전 WBC에 나설 대표팀 로테이션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최강 ‘키스톤 콤비’에 기대
이강철 감독이 대표팀 전지훈련지에서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듣는 질문이 있다. 타순이다. 김하성, 토미 에드먼이 합류할 경우 대표팀의 타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현재 대표팀은 연습 경기 때마다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완승을 이어왔다. 24일 KT전에서도 홈런 2개를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몰아쳐 8-2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대표팀은 이정후(중견수)-나성범(우익수)-김현수(좌익수)-강백호(지명타자)-박병호(1루수)-최정(3루수)-양의지(포수)-오지환(유격수)-손민석(2루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기선 제압에 나섰고, 기세를 탄 대표팀은 3회 박병호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4회는 이정후의 안타와 나성범의 3루타, 김현수의 연속 안타가 쏟아졌고, 강백호의 2점 홈런이 더해져 6-0으로 달아났다. 이어 대표팀은 5회 이정후 대타로 나온 박해민과 나성범의 대타 최지훈이 각각 적시타를 만들며 2점을 더 추가했다.
이렇듯 타석에서 막강한 화력을 뽐내고 있는 대표팀에 김하성, 토미 에드먼까지 가세한다면 WBC 대표팀의 타선은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더욱이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은 대표팀의 유격수와 2루수를 맡아 키스톤 콤비로 활약할 예정이라 이들이 어느 타순에 들어갈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터.
이 감독은 “김하성과 에드먼이 합류하면 (김혜성 오지환 등) 내야 선수들이 경기에 나갈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같아선 모든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 다 활용하고 싶지만 김하성과 에드먼이 오면 최정이나 이런 선수들이 하위 타순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 차례 연습 경기 때마다 타순이 변했지만 1번 타자는 항상 이정후였다. 이 감독은 WBC 1라운드부터 이정후를 리드오프로 내세울 수도 있다. 정교한 타격을 구사하는 이정후가 출루 면에선 좀 더 우위에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거의 커리어가 상대 투수한테 주는 부담과 무게감을 고려할 때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 중에서 한 명을 리드오프로 세우거나 김하성 에드먼을 테이블 세터로 구축하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감독은 두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한 다음 컨디션을 체크해서 호주전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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