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9년 맞대결 완승…옥스프링-서폴드 등 ‘한국 인연’ 마운드 경계
대표팀은 지난 두 대회(2013, 2017)에서 1라운드를 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이번 대회 최우선 과제는 1라운드 통과다. 가장 중요한 경기는 호주전이 될 전망이다. 호주를 넘어서야 2라운드 진출권인 조 2위 확보가 가능하다. 대표팀 사령탑 이강철 감독도 "호주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며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위 사수 위해 필수적인 승리
16개국이 4개조로 나뉘어 본선이 펼쳐지던 WBC는 이번 대회에서 규모가 늘었다. 5개국이 각 조에서 2라운드 진출권 2장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일본, 한국, 호주, 중국, 체코가 만난 B조는 일본과 한국이 유력한 2라운드 진출 후보로 꼽힌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앞선다. 경계해야 될 대상으로 호주가 지목된다. 호주는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꼽힌다.
호주는 우리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무조건 이겨야 할 상대다. 대표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호주의 전력을 탐색하려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도 전인 지난 1월 리그가 진행 중인 호주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간의 맞대결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호주를 압도해왔다. 2013 WBC, 2019 프리미어12에서 대결을 펼친 바 있는데 두 경기 모두 우리가 영봉승(각각 6-0, 5-0 승리)을 거두었다. 2017 WBC를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도 대표팀은 8-3으로 승리했다. 모든 경기가 내용면에서도 양국 야구 수준 차이를 드러냈다. 2019년에는 마운드에서 양현종, 이영하, 이용찬, 원종현이 차례로 나서며 안타 단 1개만 내주는 퍼펙트게임에 가까운 투구 내용을 보였다. 양현종, 이용찬은 이번 대회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호주 야구의 특징
호주는 남부럽지 않은 야구 역사를 갖고 있다. 1855년 야구가 호주에 처음 소개됐고 19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1956년에는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야구를 시범종목으로 도입, 대표팀을 꾸려 출전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프로야구 리그도 창설, 운영 중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 특성상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 KBO리그가 쉬는 기간에 호주프로야구(ABL)가 진행된다. 이에 한·미·일 리그에서는 컨디션 회복이 필요한 베테랑이나 성장이 필요한 유망주들을 ABL에 파견하는 경우가 많다.
호주리그에는 '질롱코리아'라는 별도의 한국 구단이 참가한다. 지난 2월 초 마무리된 2022-2023시즌에는 프로 입성을 노리는 독립구단 소속 선수나 대학생 선수 외에 김진욱(롯데), 최지민(KIA), 장재영(키움) 등이 합류해 경험을 쌓았다. 보기 드물게 30대 초반의 연령에 합류한 하재훈(SSG)은 21경기에 나서 11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ABL은 프로리그를 표방하지만 현실적으로 세미프로 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8개 구단 체제로 팀당 40경기 내외를 치러 짧은 기간 리그가 진행된다. 리그 내 전업 야구선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수의 선수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에 호주 대표팀은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국제대회에 적극 참가하고 있지만 역사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는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린 시절 연령별 대표팀 등에 발탁되면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전력상 파워면에서는 뛰어나지만 디테일에서는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ABL에서 활약하는 타자들의 경우 강속구에는 반응하지만 변화구 대처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이강철 감독은 전력을 집중할 호주전 선발로 사이드암 고영표를 고려하고 있다.
#'지한파' 옥스프링-서폴드, 경계 대상은 누구
이번 호주 대표팀의 전력도 크게 경계할 수준은 아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부 빅리거의 참가가 예상됐으나 각자 사정으로 빠졌다. 특히 올스타 출신 마무리 투수 리암 헨드릭스(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엔트리 발표 이전인 지난 1월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호주 대표팀에서 지난 시즌 MLB 일정을 소화한 선수는 애런 화이트필드(LA 에인절스) 1명뿐이다. 빅리거라고는 하지만 특출난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2022시즌 5경기(11타석)에 나서 삼진 5개를 제외하면 다른 타격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79경기 79안타 9홈런 타율 0.262를 기록했다. 시즌 이후에는 ABL의 멜버른 에이시스에 합류, 113타수 21안타 타율 0.186의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타격보다 수비와 주루에서 강점을 보이는 유형이다.
이외에도 블레이크 타운젠드, 윌 셰리프, 카일 글로고스키 등이 미국 무대에서 활약 중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만 경력을 쌓았다. 팀 애서튼 등 베테랑들도 미국 무대 경험이 있으나 빅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마운드에는 한국을 상대한 경험이 있는 투수가 다수 존재해 눈길을 끈다. 가장 반가운 이름은 크리스 옥스프링이다. KBO리그에서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t wiz 소속으로 활약했고 롯데에서는 코치를 역임했다. KBO리그 통산 136경기 49승 40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기며 '옥춘이'라는 별명으로 사랑받았지만 이는 과거의 일이 됐다. 옥스프링은 1977년생으로 4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다. 대표팀에 위협적인 자원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2013 WBC에서는 플레잉코치, 2019 프리미어12에서는 불펜코치를 맡은 만큼 이번에도 코치 역할에 주력할 전망이다.
워릭 서폴드는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주요 한국인 타자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는 투수다. 성적이 좋지 못했던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2시즌간(2019~2020) 활약하면서도 2년 연속 10승 이상 기록했다.
팀 애서튼은 앞서 2017년 평가전과 2019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을 상대했다.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 정규전이었던 프리미어12에서 2이닝 2실점으로 무너져 패전투수가 됐다.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서폴드와 달리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고 KBO 경력은 없지만 최근 ABL 기록은 서폴드를 앞선다. 3승 2패 평균자책점 5.56을 기록한 서폴드에 비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3.27이라는 나은 기록을 남겼다.
이외에도 당시 경기에서 애서튼의 뒤를 이어 소방수로 나섰던 스티븐 켄트, 샘 홀랜드, 루크 윌킨스 등이 이번 대회에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타선에서 한국 마운드를 상대로 유일한 안타를 때려냈던 로버트 글렌다이닝은 이번 호주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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