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AI 개발하는 병원 늘어, 건강검진 등에 활용 전망…윤리적 위험 등 우려 목소리도
최근 중국 인터넷상에서 한 장의 시험지 채점표가 큰 화제를 모았다. 의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국가고시 기출 문제였다. 문제를 푼 응시생의 정답률은 56%였다. 국가고시는 600점 만점에 36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60% 이상을 맞혀야 하는 셈이다. 이 응시생이 실제 시험을 쳤다면 결과는 탈락이었을 것이다.
응시생 정체는 챗GPT였다. 저장대 의대 부속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뤼하이룽은 챗GPT가 환자들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이 실험을 진행했다. 챗GPT는 2020년 실제 출제된 시험 문제 중 선별된 100개를 풀었다. 내과 과목이 20%대 정답률로 가장 낮았다. 소아과, 병리학, 정신과, 미생물학은 70%대였다.
뤼하이룽은 챗GPT가 기초적인 의학 지식이 요구되는 문제는 잘 맞히고, 전공의로서의 진단 및 추론이 필요한 문제들은 오답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두 분야 모두 정답률은 비슷했다. 뤼하이룽은 “챗GPT가 비록 합격권 점수에 들진 못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논리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의사들조차 힘들어하는 일부 실습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다. 당장 의료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초 의학 지식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환자가 보다 과학적인 처방을 원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사의 조수 역할도 가능해 보인다.”
뤼하이룽이 이런 실험을 기획한 것은 최근 들어 챗GPT 응용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병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였다. 푸단대 부설 화산병원은 챗GPT를 의료서비스 시스템에 포함시키기 위한 모델 개발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화산병원 정보센터 황훙은 “우선적으로 의사들의 전자 진료기록부 작성 효율성을 높이는 데 챗GPT를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챗GPT와 비슷한 형태의 대화형 AI를 자체적으로 연구하려는 병원들도 있다. 챗GPT 사용 및 훈련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직접 대화형 AI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의료를 위한 특정 콘텐츠가 필요하다. 의료 맞춤형 AI를 만들고, 철저하게 의료 지식만 훈련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상하이 교통대 의과대학 부속 런지병원은 대화형 AI 기술을 2022년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원할 경우 진료 접수 및 간단한 처방 등은 굳이 내원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런지병원 의사 왕춘밍은 “AI 도입 후 접수량이 크게 늘었다. 또 이를 사용한 누적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오프라인 창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고, 이로 인해 더욱 질 좋은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런지병원의 스마트 고객 서비스는 한 AI 업체가 독자개발한 대화형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다. 병원 측은 “의료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 정확도가 94%가량”이라고 전했다. 왕춘밍은 “챗GPT만큼의 강력한 기능을 구현하진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질문에 대해 답을 제공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면 점차 능력은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를 건강검진에 활용하는 곳도 눈길을 모은다. 푸산대 부설 중산병원 부원장은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가 중국인들의 건강관리를 더욱 용이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산병원 건강관리센터는 건강위험평가, 질병조기검진, 추적관여 등에 챗GPT를 응용하고 있다.
중산병원 심장내과 과장 거쥔보 교수는 “빅데이터와 결합된 AI 대화형 프로그램은 의료 서비스의 품질을 크게 높일 것이다. 특히 건강검진 분야에 많은 쓸모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당국은 전 국민의 생애주기 건강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AI 시스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의료업계에선 장기적 측면에서 봤을 때 ‘AI 스마트 의사’가 환자들의 예방, 발병, 진단, 치료까지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단순한 의사들의 조수가 아닌, 동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챗GPT와 같은 AI 기술이 의료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점치는 이유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료 특성상 윤리적 위험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 가능성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화산병원의 황훙은 “효율성과 비용만 따질 사안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 프라이버시가 관련돼 있다”면서 “병원들은 앞 다퉈 최신 AI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위험이 적은 의료 안내, 접수 등에서부터 천천히 응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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