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정지된 솔로몬 저축은행 전경. 검찰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과 이상득 의원이 수상한 돈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
임 회장은 170억 원대 횡령과 1500억 원 상당의 불법 대출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수부 관계자는 “임 회장 체포는 솔로몬저축은행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이제 수사는 임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실 검찰이 임 회장을 타깃으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사 초반엔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사정권에 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전남 무안 출신인 임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솔로몬저축은행을 업계 1위로 만드는 과정에서 지난 정권 실세들이 뒤를 봐줬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임 회장은 동교동계 인사들과 막역하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회장은 1987년 김 전 대통령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연청) 기획국장을 맡았고, 1998년엔 김 전 대통령 미국 방문길에 동행한 바 있다. 더군다나 박영준 전 차관, 최시중 전 위원장 등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시킨 검찰이 형평성 차원에서 야권 현역 의원들 중 일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퍼지기도 해 이러한 관측은 더욱 무게를 더했다.
▲ 이상득 의원.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수사팀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임 회장이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소망교회 인맥, 특히 이 의원과의 친분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평소 임 회장은 지인들에게 ‘이 의원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며 자랑했다고 한다. 중수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부실은행 선정 과정에서 제기됐던 솔로몬저축은행 관련 첩보들을 확인하고 있다. 이 의원이 임 회장의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작년에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업계에선 ‘다음 차례는 솔로몬’이라는 얘기가 파다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6일 영업정지되기 전까지 솔로몬저축은행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이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외압설’이 나오기도 했는데, 검찰에서 이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지난해 8월부터 3~4차례에 걸쳐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임 회장에게 15억 원의 로비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 회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흐름을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검찰은 임 회장 차명으로 의심되는 계좌에서 빠져나온 돈이 이 의원 지인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사실 확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수부 관계자는 “임 회장과 김 회장 사이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돈 거래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임 회장 개인 차원에서 조성한 비자금도 더 있지 않겠느냐. 따라서 액수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게이트로도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털어놨다. 검찰은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 임원들에 대한 조사에서 “임 회장이 이 의원 측에 돈을 전달한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 의원 측은 이러한 검찰 수사에 대해 “사실과 다른 얘기”라며 일축했다. 이 의원실 문성곤 보좌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임 회장과 같은 교회에 다니는 것은 맞다. 예배가 끝난 뒤 식사나 차를 마셨을 수는 있다. 안면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둘이 나이차도 많은데 친하게 지낼 이유가 없지 않느냐.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의원계로 통하는 한 현역 의원 역시 “혹시나 해서 임 회장 관련 소문을 이 의원에게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현 정부에서 이 의원을 팔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느냐. 임 회장 역시 그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총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동생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는데 자꾸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이 거론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엔 ‘대어’를 낚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의원 수사에 도전하고도 번번이 ‘물’을 먹었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중수부 관계자는 “박영준 전 차관도 ‘삼수’ 끝에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최 전 위원장 수사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면서 “이 의원이 억울하다고 하는 모양인데 수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확실한 물증을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 수뇌부는 이 의원 소환에 대해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수사 실무진들 사이에선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율사 출신의 한 민주통합당 중진 의원은 “정권 말기에 검찰은 철저하게 조직 논리로 움직인다. 이 의원 수사 역시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이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방향으로 수사가 전개되는 것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저축은행 구조조정 입김 의혹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석 회장과 김찬경 회장이 ‘소금회’ 멤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모임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소금회는 이명박 대통령·이상득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 금융인들이 만든 선교회다. 지난 1996년 홍인기 전 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창립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장병구 전 수협은행장, 이우철 전 생명보험협회회장,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장관 등이 속해 있다. 이 의원은 소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간혹 모임에 출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쟁쟁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소금회는 현 정부 들어 금융권 최고 실세 집단으로 인식돼 왔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강만수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서로 도와준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종교적 신념이 같아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끈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뒷말도 많이 불거졌다”면서 “특히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과정에서 소금회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부상조를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귀띔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임석 회장과 김찬경 회장 사이의 불법 거래는 소금회 멤버들 간 관계가 어떠한지 잘 나타내주는 사례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이웃사촌인 둘은 자신들이 경영하는 저축은행이 퇴출 위기에 몰리자 서로 빌려주고 받은 돈으로 BIS비율을 높이기 위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김 회장은 친동생 소유 건물을 담보로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300억 원을 대출받았고, 반대로 2009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증자할 때는 30억 원 이상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부실·불법 담보가 제시됐지만 은행 측은 개의치 않았다. 중수부 관계자는 “둘 사이에 온갖 편법 거래가 있었다. 임 회장과 김 회장이 소금회에 가입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 정부 인맥들을 이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