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물량 두고 업계와 정부 시각차…증권사 PF 부실 우려 여전히 높아
국토교통부의 '1월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5359호로 전월(6만 8148호)보다 10.6% 증가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수치가 2012년 11월(7만 6319호)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대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주택수요는 위축되는데 지난 수년간 건설사들이 지어온 주택들의 준공 시점이 도래해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한 특단의 선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35만 7000여 호로 지난 20년 평균(32만 호)보다 많지만 입주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은 7546호로 전월보다 0.4%(28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미분양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최근 언론과 만나 “현재 미분양은 건설사의 가격 할인 등 자구 노력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며 “준공 후 미분양도 장기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라 정부가 개입할 정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업계의 판단과 ‘지금만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분석이 크게 엇갈리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시장 상황이다. 주택 수요가 살아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사 부도 사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 연구실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주택시장 위기 대응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27만 호 이상인데 최근 청약이 저조해 이 가운데 5만~6만 호가량이 미분양 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미분양 물량이 12만 호를 넘을 수 있어 사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분양을 줄이려면 결국 청약, 즉 주택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 정부가 각종 세금과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금리 수준이 낮아지지 않으면 이자 부담 탓에 구매력을 갖기 어렵다. 그런데 한때 3.2%를 밑돌던 국고채 3년 금리는 2월 동안 급등하며 3.8%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예상 밖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수준을 알 수 있는 은행연합회 코픽스(COFIX) 통계를 보면 신규취급 기준으로는 1월 4.29%에서 2월 3.82%로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잔액기준으로는 3.52%에서 3.62%로 오히려 높아졌다.
1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2만 57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줄었다. 서울은 2064건으로 45.3%나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별 거래량이 지난해 11월 역대 최저인 761건을 기록한 이후 12월 1001건, 올 1월 1161건으로 두 달 연속 늘었지만 절대 수치가 워낙 적고 절세, 증여 등을 위한 특수관계인 거래도 적지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1월 전국 아파트 분양 실적도 1825호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90.7% 급감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준공을 늦추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전국 주택 준공 실적은 1만 6141호로 전년 동기보다 24.2% 줄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47.4%가 줄었다. 아파트(1만 1347호)가 15.0%, 아파트 외(4794호)가 39.8% 감소했다.
금리와 함께 수요를 제약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가격이다. 집값 반등의 전조인 거래량 증가와 전세가 하락세 진정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2%로 지난해 11월(53.9%)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매매가보다 전세가 하락폭이 크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 기준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값은 2.96% 내렸지만 전셋값은 5.45%나 떨어졌다. 전세 끼고 집을 사기 어려워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가장 잘 반영되는 곳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다. 미분양 위험을 여전히 높게 보는 모습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증권사 25곳의 PF 규모를 분석했다. 2022년 9월 말 기준 본PF 20조 2000억 원, 브릿지론 8조 2000억 원 규모다.
본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분양형이 16조 7000억 원, 비분양형이 3조 5000억 원이다. 분양형의 현재 분양률은 42%로 투자원금 회수가 가능한 64%에 미달하고 있다. 비분양형은 대부분 상업용이어서 완공 전에야 매각이 진행되는데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
브릿지론은 본PF대출 이전에 실행되는 대출인데 보통 토지 잔금 납부에 쓰인다. 개발 후 분양 또는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본PF 대출로 이어지지 못해 최악의 경우 토지를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부동산 PF에서 증권사들이 손실을 볼 정도면 건설사들도 보증이나 공사대금 부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건설사 경영 악화는 은행들의 기업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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