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안부수 “이화영 소개로 김성태 후원 받았지만…” 스마트팜 비용 등 검찰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
안부수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각각 북한 측 고위 인사들에게 소개해준 장본인이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대신해 북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 비용을 내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검찰이 지목한 2018년 12월 29일 중국 단둥,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 회의 자리에도 안 회장은 동석했다.
그런데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및 대북사업에 관한 안 회장 진술은 검찰 측 주장과 상당 부분 엇갈린다. 안 회장은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은 별개였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안 회장은 스마트팜 비용 대납에 관해서도 검찰 측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안 회장의 법정 증언은 안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바꾼 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안 회장이 위증죄 처벌까지 감수하면서 이 전 부지사를 위한 거짓 증언을 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안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대북사업 참여 기회를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 증인으로 세 차례 출석했다. 1월 16일, 1월 31일, 2월 3일이었다. 안 회장의 진술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아태평화교류협회가 경기도와 함께 주최한 '아시아태평양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때 쌍방울그룹 후원을 받은 건 이 전 부지사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의 대북사업에 쌍방울그룹을 끌어들인 것은 아니었다." 안 회장 진술대로라면 대북송금 의혹으로 제3자 뇌물죄를 이재명 대표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회장은 검찰 조사 초기엔 국제대회 때 쌍방울그룹으로부터 후원받는 과정에 이 전 부지사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본인이 원래 알고 지내던 김 전 회장에게 후원을 직접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고 2022년 11월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바꿨다. 이 전 부지사 소개로 김 전 회장을 만나서 후원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안 회장은 진술 변경 경위에 대해 1월 31일 공판에서 "결국 진실을 말한 거다. 거짓 진술을 했었다기보단 이 전 부지사가 (상황이) 그러니깐 그렇게 진술했다"며 "(사실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회장) 측근들이 먼저 다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쌍방울그룹과 경기도가 대북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했다는 의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안 회장은 "이 전 부지사는 남북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싶어 했다. 쌍방울도 내의를 (북측에) 보내겠다고 방용철 부회장이 여러 번 찾아왔다"며 "경기도와 쌍방울은 별개였다. 경기도 사업에 쌍방울이 들어올 순 없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김성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의 스마트팜 비용 요구 발언에 대해서도 검찰 측 주장과 다소 엇갈리는 설명을 내놨다. 김성혜 실장은 2018년 12월 29일 중국 단둥에서 김성태 전 회장과 안 회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화영 선생(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은 우리 조국에 실수한 게 있다"고 화를 내면서 "스마트팜 사업으로 50억 원 정도가 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성혜 실장이 언급한 '이화영의 실수'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서 스마트팜 사업 지원을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이에 대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반박하면서 "이 전 부지사가 옛날에 실수한 게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성혜 실장이 이 전 부지사가 스마트팜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안 회장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태평화교류협회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안 회장으로부터 '김성혜 실장이 스마트팜 사업을 위해 인력을 모두 집결시켜놓고 준비를 마친 상태인데 이 전 부지사가 연락을 끊고 있어서 목이 날아갈 상황이다. 이걸 김성혜가 물어내든지 아니면 목이 날아간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안 회장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안 회장은 검사의 반복된 질문에도 재차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경기도가 대북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했다고 의심하면서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회의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쌍방울그룹과 협약을 맺었고,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공무원들도 같은 장소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회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 선양으로 갔다.
그런데 자리를 주선한 안 회장은 "(쌍방울과 경기도 측이 북한 측 인사를) 같이 보자고 한 건 아니었다. 요청이 각각 들어왔다"며 "북한에서 사람이 쉽게 나오지 못하니깐 같은 일정이 됐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또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5월 북한 측 인사를 만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의 대북송금 수사엔 애초 한계가 있다. 돈을 받은 북한 사람들을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 덕분이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및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명목으로 북한에 돈을 보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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