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내린 ‘센코컵 월드바둑여류최강전 2023’ 결승에서 최정 9단이 중국 저우훙위 6단에게 198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우승상금 1000만 엔(약 96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최정 9단, 프로통산 26회 우승
센코컵은 초청전 형식의 국제대회로 8인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올해는 주최국 일본에서 4명(나카무라 스미레, 우에노 아사미, 후지사와 리나, 뉴에이코), 한국 1명(최정), 중국 1명(저우훙위), 대만 1명(루위화). 베트남 1명(쿠얀안하)이 초청받았다.
센코컵은 최정과 유독 인연이 따르지 않는 대회다. 1회 대회부터 계속 출전해왔지만 유일하게 우승 경험이 없는 여자 국제대회였다. 1회 대회에서는 3위에 그쳤고 2, 3회에서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세 번 모두 라이벌 위즈잉 6단을 만나 쓴맛을 봤다. 지난해 4회 대회에선 일본의 셰이민 7단에게 첫 판부터 일격을 당해 조기 탈락했다.
다섯 번째 도전이었던 올해 최정은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버렸다. 센코컵 우승으로 최정은 모든 여자 국제대회에서 한 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이로써 최정의 국제대회 우승은 8회로 늘어났으며 프로 통산 26회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보유하고 타이틀은 여자기성전,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 여자국수전과 더불어 4관왕이다.
#고비는 스미레와의 준결승전
그런데 우승하기까지의 고비는 저우훙위와의 결승전이 아닌 준결승전이었다. 상대는 최근 일본 바둑계 각종 최연소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나카무라 스미레 3단.
당초 예상은 스미레의 성장 속도가 빠르긴 해도 최정에겐 아직 역부족일 것으로 보였지만 스미레는 시종 대등하게 싸워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지막엔 최정의 대마가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상대를 그로기로 몰아넣었던 스미레에게 갑자기 허무한 패착이 나오면서 최정이 기사회생했다. 그야말로 용궁을 갔다 온 것.
대역전패를 당한 스미레는 눈물을 보이진 않았지만 낙담한 탓인지 다음날 이어진 3·4위전에서도 유리한 바둑을 지키지 못하고 우에노 아사미 4단에게 패하고 말았다.
대회 첫 우승컵을 안은 최정은 “초반부터 예전에 연구해두었던 모양이 나와 시간을 쓰지 않고 빨리 둘 수 있었다. 또 신기할 정도로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대국에 임했다”면서 “센코컵과는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아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센코컵의 우승 상금은 1000만 엔(약 9600만 원)이며 준우승은 300만 엔, 3위 200만 엔, 4위 100만 엔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6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졌다.
[승부처 돋보기] 센코컵 월드바둑여류최강전 2023 결승전
흑 저우훙위 6단(중국) 백 최정 9단(한국) 198수끝, 백 불계승
#장면도(흑의 선택은?)
본격적인 중반전의 시작. 여기까지 AI는 예상승률 50-50, 팽팽한 흐름이라고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서 백을 든 최정이 1로 침입한 장면. 흑은 A와 B 중 어느 쪽으로 막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1도(흑1이 정수)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흑1쪽 막음이 정수였다. 백2 이하 11까지는 흔한 정석. 다음 백은 12로 걸쳐가는 진행이 될 텐데 이것이라면 여전히 팽팽한 흐름이었다.
#2도(흑, 패착 등장)
실전에서 저우훙위는 흑1쪽으로 막았는데 이것은 방향착오다. 4까지 흑의 본진을 알뜰히 도려내서 백의 만족스러운 진행.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흑5로 그냥 뻗은 수가 이 바둑의 패착이 됐다. 백6이 양쪽 흑을 가르는 통렬한 젖힘. 귀를 차지한 데 이어 백12로 힘차게 올라서서는 흑이 괴로워졌다. 따라서 흑5로는….
#3도(피차 둘 만하다)
흑1로 꽉 치받는 것이 백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 수. 백은 2·4로 귀를 돌봐야 하는데 흑5가 두텁다. 흑7까지 피차 둘 만한 진행이며, 이후 백A로 끊어도 흑B면 아래 흑의 삶에는 지장이 없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