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화·자산 매각 등 대응책에도 수익성 악화…홈플러스 “현재 수익화 전략 수립 중”
#막대한 인수 대금, 결국 부메랑이 되나
홈플러스는 점포수 기준으로 이마트에 이어 할인점 업계 2위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1월 말 기준으로 133개의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9월 말 기준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434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관리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도 우수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지난 2월 28일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9월 2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한 지 6개월 만이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2월 말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조정하며 영업적자 확대와 재무구조 악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홈플러스는 2021년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기준 영업손실 1335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대비 6.9%(4855억 원) 감소했고, 영업적자와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계연도 2022~2023년에 들어서도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들며 누적 3분기 영업적자가 2002억 원으로 확대됐다.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막대한 차입금 부담이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의 테스코로부터 7조 원대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5년 만기로 4조 원대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당시 국내 인수 합병 거래 사상 최대 규모로 차입금 규모 역시 상당했다. 만기가 도래하면서 홈플러스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점포를 정리하고 자산 매각에 나섰다.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면서 전체 차입금 규모는 줄었지만 문제는 점포 폐점 등으로 매출이 역성장하고 현금창출력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차입금 상환 부담이 큰 탓에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한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는 “점포 매각 등을 통해 생긴 금액을 빚 갚는 데 사용하느라 케펙스(CAPEX·설비투자) 여력이 감소했다.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상당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데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임차료와 이자 비용에도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의 한계가 홈플러스의 장기적인 수익화 전략 수립을 저해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MBK파트너스는 경영을 잘하기보다는 기업가치를 올려서 팔고 싶어한다”며 “당장 수익을 못 내면 임원진들이 바로 쫓겨나는 경우가 많아 홈플러스도 장기적으로 수익 낼 수 있는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성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할 수 있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마트 업황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는 대형마트들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전체가 이커머스에 완패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라며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마트들도 실적 반전을 노렸지만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주머니가 닫히고 있는 점도 매출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용자 ‘맞춤배송’과 전국 121개 대형마트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당일 배송 서비스 ‘마트직송’, ‘오늘밤 마트직송’, ‘즉시배송’ 등을 선보였다. 온라인 매출은 2017년 이후 5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하며 2021회계연도 기준으로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비용 부담이 높은 까닭에 온라인 매출 상승이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매출이 외형 성장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물류 관련한 투자 부담이 높아 매출이 오르더라도 수익성이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이 기획한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을 통해 실적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아직은 성과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현재 메가푸드마켓은 전체 16개 매장의 누적 매출과 고객수가 모두 각 오픈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20% 이상 신장하는 등 성장세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의 신용평가기관 다른 관계자는 “점포를 리뉴얼하면 대부분 고객 방문은 늘어나지만 그렇게 올라온 매출이 기존의 높은 고정비 부담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오느냐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 또 다른 관계자 또한 “메가푸드마켓이 론칭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향후 임대비용도 상당 부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그간 자산 가치가 높은 우량 점포와 물류센터 등을 매각해 재임대하는 ‘세일앤리스’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해 차입금을 상환해왔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한 관계자는 “2021~2022년에 점포를 많이 매각했는데 그중 아직 부동산을 개발 중인 곳들도 있다. 향후 재임대를 통해 점포가 다시 입주하게 되면 임대비용이 만만치 않게 증가해 수익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 부담이 큰 탓에 홈플러스만 유독 점포 영업시간도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마트가 오후 11시까지 운영하던 점포의 영업 종료 시간을 오후 10시로 바꾸기로 발표한 가운데 홈플러스는 여전히 대부분의 점포를 24시까지 영업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의 김익성 명예회장은 “당장 급하니까 밤 12시까지 일을 해서 수익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 서지 않았겠나. 다른 마트가 더 일찍 닫으면 홈플러스가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되리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사가 3월 결산 법인이라 향후 수익화 전략에 관해서는 현재 수립 중인 상황으로 답변이 어렵다”며 “영업시간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특정 시간대에 고객이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늘린 것으로, 영업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현재 내부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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