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보수 논란에 이어 퇴직금도 수백억 원대 관측…“신설된 것 아냐, 명확한 기재 목적”
고려아연은 오는 17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안건 요지는 “당사 직급체계 변경으로 인한 임원 퇴직금 직위별 지급률을 규정에 명확히 하고자 함”이다. 새 임원 직급체계에 따르면 전무이사·상무이사가 본부장·담당 직책으로 통합되는 형식이다.
고려아연 주주총회 소집공고문에 따르면 임원 퇴직금은 전체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회장은 근속 1년당 마지막 3개월에서 4개월 평균 월급으로 퇴직금 규정이 바뀐다. 부회장과 사장은 3개월에서 3.5개월, 부사장은 2.5개월에서 3개월로 바뀐다. 본부장과 담당은 2개월에서 2.5개월로 상승한다. 다만 인상된 배율은 개정 이후 근속기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해당 개정안이 이목을 끄는 이유는 ‘인상’ 때문이 아니다. 퇴직금을 지급하는 임원 규정 직위에 명예회장이 새롭게 추가돼서다. 고려아연의 명예회장은 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아버지인 최창걸 명예회장과 그의 동생인 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까지 총 3명이다.
최창걸·최창영·최창근 명예회장의 재직 기간은 각 48년, 46년, 38년이다. 이들은 아직 퇴직금을 받지 않았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직원에서 임원으로 승진시 퇴직금을 정산하지만, 임원 직위 변경시에는 퇴직금을 정산하지 않는다. 최창걸 명예회장은 고려아연이 설립된 1974년부터 회장과 명예회장직만 맡아왔다. 최창영 명예회장은 1976년부터 부회장·회장·명예회장을 맡았다. 최창근 명예회장도 사장·부회장·회장직을 맡아온 기간만 30년이 다 돼 간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명예회장의 퇴직금 지급은 갑자기 신설된 게 아니다. 기존 회장·부회장·사장 직위에 명예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에 퇴직금 지급 규정을 개편하면서 조금 더 명확하게 기재하기 위해 명예회장 직위를 추가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명예회장이 퇴직할 경우 재직 기간 모두를 명예회장 지급률로 소급 적용해 퇴직금을 계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재직 기간 40년 동안 명예회장으로만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부장, 상무, 전무로서 일한 기간에는 그 당시의 퇴직금 지급률을 적용해 계산한다. 최근 언론에 나오는 명예회장들의 퇴직금 추정 액수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윤범 회장이 아버지와 숙부들의 노후를 든든하게 준비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정 안건이 통과되면 퇴직급 지급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명예회장은 회장과 동일하게 재직 1년당 마지막 4개월 평균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게다가 퇴직금 지급에 기준이 될 월 기준보수(급여)가 2022년 4월부터 임원 보수체계 개편으로 상여금 등을 통합해 지급하면서 늘어났다.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우 2021년 월평균 급여는 약 9171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월평균 급여는 1억 5733만 원으로 증가했다.
세 명예회장은 과도한 보수를 받는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매년 수십억 챙긴다고? 고려아연 ‘명예회장들 보수’ 뒷말). 이들은 이사회에 빠져 있어 직접적인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고, 미등기 임원이라 법률적인 책임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이다. 2021년 최창걸 명예회장은 20억 2400만 원, 최창영 명예회장은 16억 6700만 원, 최창근 명예회장은 17억 3100만 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각 15억 3200만 원, 12억 6200만 원, 16억 7500만 원을 받았다.
세 명예회장의 퇴직금이 수백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돈이 영풍그룹 장씨 일가와 지분경쟁에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공동창업주가 세운 영풍기업사(현 영풍그룹)의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최근 두 집안 간 지분 경쟁으로 시끄럽다. 계열사, 친인척 등을 막론하고 최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한화, LG화학, 유리온홀딩스, 한국투자증권, 모건스탠리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들에게 배분한 주식까지 최 씨 일가 우호 지분으로 여길 경우 최대 28.85%까지 지분이 상승한다. 32.42%인 장 씨 일가와 3.57% 차이로 좁혀졌다.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최 씨 일가 입장에서는 명예회장들이 퇴직금을 실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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