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로서 윤 차기 대표 내정자에 찬성표 던질지 주목…우호관계 유지 유리하지만 정부 눈치 보이는 상황
KT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로 윤경림 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윤경림 사장이 최종 대표이사 후보에 선정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총 34명의 사내·외 후보자가 차기 CEO 경선에 지원해 경쟁했다.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도 있었다. 강력한 차기 후보자였던 구 대표가 경선 도중 갑작스레 포기 선언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윤경림 사장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윤경림 사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찬성을 받으면 차기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정부가 KT의 차기 CEO 경선 과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온 터다. KT는 경선 과정에서 차기 CEO 후보로 4명을 추렸는데 모두 내부 인사였다. 대통령실은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면 피해는 국민이 본다”고 지적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겨냥해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KT의 최대주주는 10.4% 지분을 확보한 국민연금이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정부 측과 비슷한 의견을 표명했던 국민연금이 윤경림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0%)에도 시선이 쏠린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윤경림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반가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KT와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KT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 이때 가교역할을 한 사람이 윤경림 사장으로 전해진다. KT 출신 윤경림 사장은 KT를 떠나 2019~2021년 현대차 부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후 구현모 대표의 부름을 받아 KT로 복귀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윤경림 사장이 CEO 자리에 올라 기존 현대차와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경림 사장이 CEO에 올라 기존의 우호관계가 이어진다면 현대차로서는 KT가 가진 현대차그룹 지분(현대모비스 1.46%, 현대차 1.04%)을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회사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보이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재 이들 회사 지분율이 미미하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이 순환출차 밖에 있지만 자신이 확보한 지분(20%)이 많은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현대모비스가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가장 몸집이 작아서 지분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모듈과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주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다시 지배구조 개편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모비스는 모듈·부품 사업부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각각 떼어내 신설 회사를 설립하면서 몸집을 줄였다. 향후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기 용이한 모습으로 전환한 것. 현대모비스와 합병, 지분 맞교환 등을 통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주주의 협조가 필요한데 KT가 ‘백기사’ 역할을 해준다면 지배구조 전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윤경림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서 내놓고 찬성표를 던지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KT 차기 대표이사 경선에 불만을 드러냈던 터라 섣불리 윤경림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힘을 보태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경림 대표 체제가 출범한다고 해도 제대로 경영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현재 윤경림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윤경림 사장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구현모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표이사 선임 후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대표와 이사회는 현재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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