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앓고 있다면 잘 익은 바나나 피해야…오렌지는 절반, 블랙베리는 완전히 후숙해야 영양 증가
사실 이런 조언은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다 건강에 이로운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가. 특히 과일의 경우에는 얼마나 익었는지에 따라 건강에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바나나 같은 경우 너무 익은 상태에서 먹을 경우 당뇨 환자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당뇨가 있다면 잘 익은 노란색보다는 녹색을 띠는 덜 익은 바나나를 먹는 게 좋다. 반면 어떤 과일들은 숙성을 시킬수록 비타민 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충분히 후숙시켜 먹어야 건강에 좋다. 이는 과일에 함유된 당, 항산화물질, 비타민C가 숙성 상태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과일을 먹기 가장 좋은 조건은 언제인지 바나나, 오렌지, 블랙베리를 통해 알아본다.
#바나나는 색깔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바나나가 익으면서 변하는 것은 색깔이나 맛, 식감뿐만이 아니다.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해가면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이는 모든 과일과 마찬가지로 바나나 역시 숙성되는 과정에서 저항성 전분이 자당, 포도당, 과당과 같은 단당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녹색을 띠는 덜 익은 바나나에는 잘 익은 노란색 바나나보다 저항성 전분이 20배가량 더 많다. 저항성 전분은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전환돼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주기 때문에 혈당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트 웰 나우’라는 개인 클리닉을 운영하는 영양사인 데브라 윌리엄스에 따르면, 단당은 혈액 속으로 더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결국 이로 인해 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바나나가 노랗게 익을수록 당 함량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껍질에 반점이 생겼을 때가 당 수치가 가장 높은 상태다. 때문에 당뇨 환자라면 가능한 한 껍질에 반점이 많이 생긴 바나나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 윌리엄스는 “만약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조심해야 한다. 당뇨 환자들은 덜 익은 녹색 바나나를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잘 익은 바나나는 운동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버밍엄 애스턴대학의 영양사인 듀안 멜러 박사는 “잘 익은 바나나는 스포츠 경기에서 빠른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는 선수들에게 완벽한 에너지 공급원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당 함량과 달리 바나나의 미네랄 수준은 숙성 과정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녹색을 띠는 바나나는 노란색의 바나나와 비슷한 양의 칼륨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덜 익은 바나나에는 저항성 전분 외에도 섬유질이 풍부하다. 이 둘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장 건강에 좋다.
한편 멜러 박사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는 건 좋지만 달콤하거나 잘 익은 열대과일을 너무 많이 먹는 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충고했다. 이유는 이런 과일들의 경우 대부분 당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오렌지는 적당히 익은 다음 먹는다
오렌지라고 해서 다 같은 오렌지가 아니다. 잘 익은 오렌지일수록 덜 익은 오렌지보다 비타민C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때문에 오렌지는 잘 익은 상태에서 먹어야 건강상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과도하게 익어서도 안 된다. ‘국제환경, 농업 및 생명공학 저널’에 발표된 나이지리아대학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오렌지의 비타민C 함량은 ‘반 정도 익었을 때’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다가 과일이 ‘완전히 익었을 때’는 오히려 약간 감소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다른 감귤류 과일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지만 오렌지만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레몬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지만 오렌지보다 비타민C의 농도는 더 낮았다. 반면, 파인애플은 오히려 익을수록 비타민 함량이 계속 증가했다.
이처럼 같은 과일이라도 어떻게 보관하고 요리하냐에 따라 비타민 함량에 많은 차이가 있다. 멜러 박사는 “과일을 찬장이나 냉장고에 장시간 보관해두면 서서히 성분이 변하면서 부패 과정이 시작된다. 이때 비타민C 역시 분해되기 시작한다”고 말하면서 “감자의 껍질을 깎은 후 방치해두면 단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하지만 비타민C가 많은 과일이나 채소일수록 자른 후 갈색으로 변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즉, 비타민C 함량에 따라 갈변현상의 속도도 달라진다. 햇감자에는 오래된 감자보다 비타민C가 더 많으며, 사과도 마찬가지다. 과일과 채소를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선하게 보관해야 갈변 현상이 느리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비타민C는 세포를 보호하고, 건강한 피부와 뼈를 유지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들의 경우 하루 권장량은 40mg이다. 사실 적당히 익었든 너무 익었든 오렌지 한 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런던의 영양사인 타이 이비토예는 “모든 과일에는 건강에 좋은 비타민이 풍부하다. 때문에 과일이 얼마나 익었는지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다만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령 비타민C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에 끓이면 급격히 손실된다. 따라서 가능한 생으로 먹거나 쪄서 먹어야 비타민C 함량이 그대로 유지된다.
#블랙베리는 과즙이 풍부해질 때까지 충분히 숙성시킨다
블랙베리는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린 후 먹어야 면역력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는 단지 더 즙이 많고 맛이 좋아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충분히 숙성시켜야 안토시아닌이라고 불리는 항산화 물질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블랙베리가 짙은 보라색을 띠는 이유도 바로 이 안토시아닌 성분 때문이다. 다른 종류의 붉은색 또는 보라색 베리류에서도 발견되는 안토시아닌은 과일의 색이 짙을수록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비토예는 “블랙베리가 익으면 항산화물질 함량 수치가 네 배로 증가한다. 다만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이렇게 항산화 물질 함량 수치가 높으면 신체가 질병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체내 유해물질인 활성산소를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잘 익은 블랙베리의 건강 증진 효과는 2004년 '농업 및 식품화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오리건주립대학의 식품 과학자들은 두 가지 다른 종류의 블랙베리를 대상으로 숙성 정도에 따른 안토시아닌 수치를 측정했다. 마리온베리의 경우 덜 익었을 때는 100g당 74.7mg인 반면, 잘 익었을 때는 317mg으로 그 수치가 올라갔다. 에버그린 블랙베리의 경우에는 69.9mg에서 164mg으로 올라갔다.
이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멜러 박사에 따르면, 사실 우리 몸에서는 안토시아닌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는다. 멜러 박사는 “블랙베리의 보라색 색소는 분자가 꽤 큰 형태이기 때문에 체내에 쉽게 흡수되지 않는다. 비록 블랙베리에 항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됐다고 해도 반드시 체내에 전부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따라서 실제 과일로부터 흡수할 수 있는 항산화물질의 양은 매우 적다는 의미다.
하지만 블랙베리에는 이 밖에도 비타민C와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점들이 많다. 멜러 박사가 “다양한 색깔의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열쇠”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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