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고 몰래 영업하던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손님 줄자 3~6개 룸살롱 ‘연합방’ 구축해 버티기 중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유흥업계가 깊은 불황에 빠졌지만 오히려 기회를 잡은 업계도 있었다. 보도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흥업소는 문을 닫아야 했지만 접대여성을 공급해주는 보도방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굳이 유흥업소가 아닐지라도 제3의 장소를 활용해 접대여성을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도방이 주도해 호프집이나 일반식당 등에서 미팅 등의 형식으로 손님과 접대여성의 술자리를 매칭하는 방식까지 들고 나왔다. 함께 술자리를 갖고 영업시간 제한 시간인 9시 정도에 헤어져 '2차'를 가는, 일종의 성매매로 변질된 신종 유흥업을 일부 보도방 업체들이 주도했다.
오히려 이런 직접 영업이 룸살롱에 접대여성만 공급할 때보다 더 수익성이 좋았다. 게다가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엔 위험수당 개념으로 더 높은 금액을 받고 접대여성을 공급했다. 이로 인해 룸살롱 등 유흥업계가 힘겨워하던 코로나 대유행 내내 보도방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의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룸살롱들은 보도방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접대여성을 구하는 데 집중했다. 더 이상 보도방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 존재했지만, 오랜 터널을 지나 이제 비로소 정상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상당 기간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큰 이유였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기존 업주들이 떠나고 새롭게 업주가 된 이들도 많았는데 이들은 투자 의지도 강했다.
룸살롱이 자체적으로 접대여성을 확보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단골 고객 유치 등에도 유리하다. 다만 마이킹이라 불리는 선수금을 지급해야 해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예상외의 불황으로 손님이 줄어들 경우 괜한 고정 지출만 떠안아야 한다. 이런 까닭에 필요할 때마다 보도방에서 접대여성을 공급받는 유흥업소가 과거에는 더 많았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막혀 있던 유흥업계에 다시 숨통이 트였다. 그동안 유흥업소를 찾지 못하던 손님들도 대거 유흥업소를 찾으면서 2022년 상반기 내내 상당한 호황이 이어졌다.
문제는 2022년 하반기부터 짙게 드리우기 시작한 불황의 그림자다. 아무래도 유흥업계는 경기의 흐름에 민감하다. 특히 주식이나 암호화폐(가상화폐) 등이 호황이면 여기서 큰돈을 번 손님들로 유흥업계에 활기가 넘치지만 그 반대 상황이 되면 파리조차 날리지 않는다. 특히 자체 접대여성을 대거 확보해 놓은 룸살롱들이 더 큰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런 불황으로 인해 최근 유흥업계에 새로운 풍경이 하나 시작됐다. 소위 연합방이라 불리는 개념인데 서너 개에서 대여섯 개의 룸살롱이 연합을 이루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연합방 소속인 A 룸살롱에 접대여성이 10명인데 손님이 없고 또 다른 B 룸살롱은 단골손님 예약으로 접대여성이 3명 더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B 룸살롱은 보도방을 통하지 않고 A 룸살롱에서 접대여성을 빌려오는 개념이다. 일종의 돌려막기인데 연합방을 이룬 룸살롱들이 서로 접대여성을 빌려주는 방식의 새로운 인력풀이 생긴 것이다.
강남 유흥업계에 정통한 한 전직 룸살롱 업주는 “룸살롱 업계가 보도방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서로 돕는 방식으로 불황을 타개하려다 이런 방식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접대여성들도 그냥 대기실에서 시간만 보내느니 다른 룸살롱이라도 가게 되면 기본 TC(테이블 차지)는 물론 팁까지 챙길 수 있어 반발하기보다는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강남의 한 룸살롱 상무는 “요즘 상황이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 더 힘들다. 그나마 그땐 경기가 좋아 간판 끄고 몰래 불법 영업을 해도 매출이 상당했다. 특히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던 시절이 정말 호황이었는데 그때 영업이 중단돼 있었던 게 너무 아쉽다”며 “다시 유흥업계는 버티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렇게 연합을 해서라도 영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룸살롱들이 연합방까지 구축하자 보도방 업계는 더 큰 위기에 돌입했다. 다시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이 정상 영업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처럼 자체적인 영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손님들도 이제 편하게 룸살롱을 방문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굳이 호프집이나 일반 식당 등에서 남 눈치 보며 접대여성과 술자리를 가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에는 보도방 업주들이 룸살롱 등에서 영업상무 등으로 일하던 이들을 영입해 손님을 모객해 왔는데 이제 그들도 모두 원래 자리인 룸살롱으로 돌아갔다.
보도방 접대여성을 부르는 룸살롱이 급감하면서 애초 수익모델조차 크게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호황을 누리며 너무 덩치를 키운 게 오히려 치명적인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유행이 끝난 뒤 2차를 가는 손님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접대여성의 경우 여러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분류 기준은 2차 가능 여부다. 텐프로나 쩜오 등 고급 룸살롱일수록 2차 불가 접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2차보다는 더 출중한 외모와 지적인 매력 등을 중시해 접대 여성을 뽑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룸살롱에 소속된 접대 여성 대부분이 2차를 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2차를 원하는 손님이 있는 경우 룸살롱에서는 보도방에 연락해 2차가 가능한 접대 여성을 따로 부르게 된다. 그나마 보도방 입장에선 이런 수요가 숨통을 틔워줬는데 요즘에는 이런 수요도 급감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2차 수요 자체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 앞서의 전직 룸살롱 업주는 “요즘 셔츠방과 같은 윤락형 유흥업소나 전문 윤락업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길거리에 선정적인 전단지가 넘쳐난다”면서 “경기가 불황이면 유흥업계도 불황인데 반대로 윤락업계는 호황을 누린다. 양주 마시고 2차 가긴 부담스러우니 소주만 먹고 바로 윤락업소를 가는 셈”이라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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